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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지워버릴 역사와 사과

[어제와 오늘] 지워버릴 역사와 사과

뉴욕타임스의 스테파니 스토롬 기자는 8월23일자 신문에 인천발로 재미있는 기사를 냈다. 지금 서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가장 많이 닮은 배은식(53)씨를 소개하는 기사다.

김 위원장을 닮은 얼굴로 돈 방석에 앉았다는 내용이다. 스트롬 기자는 얼굴과 목소리, 머리모습, 김정일식 간편복과 선글래스 등으로 인해 누가 진짜인지 알 수 없었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배씨는 15년 전부터 줄어드는 머리를 처리하기위해 올백 퍼머를 했다. 남은 머리가 가늘고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퍼머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느 결혼 소개 회사가 뽑은 ‘김 위원장 닮은 사람’에 그를 뽑히게 했다. 그는 김정일식 선글래스를 쓴 채 말했다.

“실제상으로는 내가 김 위원장 보다 잘 생겼지요. 눈길도 제가 더 낫습니다.”라고 자랑했다. 그는 요즈음 ‘터치본으로 통일하자우’라는 상품선전과 영화출연, 김정일식 간편복 모델로 김 위원장이 추구할 ‘자본주의’의 덕을 보고 있다.

“나는 남북 화해에 내 이미지가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분의 태도로 보아 언제고 서울에 오면 한번 만나 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장군님 은덕’을 기다렸다.

하지만 평양에 가 직접 김정일 위원장을 본 남쪽 방문단 단원과 고위 간부들이 밝힌 김 위원장의 평가는 놀랄 만 하다.

‘월간조선’ 9월호에 나온 ‘역사적인 평양상봉과 북남 최고위급 회담과 관련하여 제기된 반응’이란 ‘노동당 대내비’자료에는 남한측 단원의 평양에서의 언행이 들어있다. 그들의 첩보원들이 녹취한 보고서다.

그중 하나만 소개하면 한국측의 한 여비서가 한 말은 이렇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젠 늙었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통일을 이룩한 후에는 은퇴하여 전직 대통령 대우를 받고 김정일 국방위원장님께서 통일 대통령을 하시면 제격이겠다”라는 내용이 있다. 이것 말고도 수행했던 장관, 보좌관 등의 북한측 녹취자료와 해석 자료가 이 보고서에는 많다.

김 위원장의 이같은 깜짝스런 부상을 예견했는지 모른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남북 정상회담후 가진 김대중 대통령과의 단독 만찬후 월간조선과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가 김정일을 ‘천하의 독재자’라고 한 것은 ‘세계 제1의 독재자’란 뜻입니다. 나는 김정일이 김대중 대통령을 철저히 이용했다고 봅니다. 김 대통령에게도 ‘당신이 세계적인 독재자 김정일을 말 잘하고 예의바르고 순진한 사람 비슷하게 광고해준 게 아닌가’하는 말을 했어요.”

YS는 김 위원장이 선거 없이 ‘김일성의 아들’이기에 지도자가 된 것을 “정치인으로 경멸해야죠. 칭찬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라고 잘라말했다. 김 대통령과 YS의 만찬은 1시간 40여분간 진행되었는데 김 대통령은 20~30분 설명했고 1시간여동안 YS가 반박했다는 게 그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 대통령은 YS의 지적과 반박에 “모든 사람이 다 잘하고 왔다고 하는데 왜 김 대통령(YS)만 반대를 하십니까”라고 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 만찬이 있은 후 6월23일 “조국통일을 지향하는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고 조국통일 역사에 이룩된 불멸의 업적에 먹칠을 하려고 입에 거품을 물고 망발질하는 얼간이 망동이가 있다며 반통일적인 김영삼 놈이다”라고 비난했다.

YS는 김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첫날에 포문을 열었다. “‘통일은 내가 마음 먹으면 된다’는 김정일의 있을 수 없는 발언에 대해 DJ든 야당이든 누구든 말을 않고 있다. 나마저 침묵하면 역사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회견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6·25 등 북한이 저지른 사건의 사과 후 서울방문을 주장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는 50년간 서로가 지워버릴 역사가 있는 처지에 있다. 1950년도에 6·25가 일어났고 지워버릴 역사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워버릴 역사’를 위해 김 위원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사과하고 그보다 역사와 민족 앞에 6·25전쟁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사과해야 한다.

<박용배 세종대 겸임교수>

입력시간 2000/08/2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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