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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의선 가로막는 지뢰] 땅속의 숨겨진 분단의 숨은 상처

[경의선 가로막는 지뢰] 땅속의 숨겨진 분단의 숨은 상처

남북 철도·도로연결에도 최대 장애물

왕복 4차선으로 시원스레 뚫린 통일대교를 건너 자동차로 10분. 도라 전망대에 올라서자 탁트인 개활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도라산리 도라 전망대. 1㎞ 정면에 북한군 GP(관측소) ‘214 민경초소’가 있고, 그 뒤로는 사천강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비무장지대(DMZ) 풀숲 속에 누워있는 붉은 원통형 물체가 선명히 보인다.

경의선을 달리던 증기화차다. 6·25 발발과 동시에 멈춰섰던 장단역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50년간 녹슨채 드러누워 있다. 오른쪽으로는 판문점 지붕이 숲위로 머리를 내밀고 있다. 눈길을 조금 멀리하면 왼쪽으로 진봉산, 오른쪽으로 송악산 연봉이 장벽처럼 버티고 있다.

개성 시가지도 또렷이 시야에 들어온다. 진봉산과 송악산 사이 안부에 자리잡은 개성은 북녁 저멀리로 연결되는 남북교통의 요지였다. 50년전 멈춰선 화차가 봉동역을 거쳐 도착했어야 할 곳도 개성역이었다.


철도·도로 예정지에 10만발 이상

남북을 꿰뚫는 경의선 복원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6·15 남북 공동선언과, 뒤이은 남북 화해과정에 따라 끊어진 철로가 이어지고, 철로변으로는 왕복 4차선 도로(실제로는 8차선 넓이)가 뚫릴 전망이다.

남북한이 각각 건설하는 철로와 도로가 만날 곳은 군사분계선상에 위치한 장단역. 철로는 남측이 문산~장단 12㎞, 북한이 개성~장단 12㎞를 건설하고, 도로는 남측이 통일대교~장단 6㎞, 북한이 개성~장단 12㎞를 닦게 된다.

문산에서 임진강을 건너 개성에 이르는 지역은 토목공사가 용이한 평야지대다. 야트막한 구릉지가 몇개 있지만 철로·도로 건설예상로에서는 벗어나 있다.

하지만 평야지대란 사실이 한국 근대사의 곡절과 맞물려 건설의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지역의 DMZ 표토 밑에 숨어있는 최소 10만발(국방부 추산)의 대인·대전차 지뢰가 남북연결의 최대 장애요소로 등장했다.

이 지역 지뢰밭과 지뢰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철로·도로 건설예상로는 한국전 당시 북한군이 개성에서 문산을 거쳐 서울에 이르는 주요 공격로였다. 북한은 개전 초 개활지로서 전차기동에 유리한 개성-문산-서울 축선에 105 탱크여단을 투입해 남하했다.

휴전 이후에도 남침 축선의 군사상 중요성은 줄지 않았다. 이 지역이 DMZ 최대의 지뢰매설지가 된 것은 이같은 군사적 필요성 때문이다. 적의 기동을 저지·지연하기 위해 묻은 지뢰가 이젠 남북연결의 장애로 탈바꿈했다.

이곳의 지뢰 매설지는 군사분계선을 따라 남북 양쪽으로 4~5㎞ 폭으로 형성된 DMZ 전지역. 휴전 직전의 공방전 뿐 아니라 휴전 후에도 미군은 이곳에 M14 대인지뢰를 비롯한 각종 지뢰를 매설하고 헬기로 공중살포했다. 한국군도 자체적으로 지뢰를 매설했다. 북한군 역시 구소련제 POMZ-2와 목제지뢰 등을 자체생산해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이 아니면 가지말라' 섬뜩한 경고판

도라 전망대 옆 담장의 철문은 DMZ 안팎을 나누는 경계다. 철문을 열고 DMZ에 들어서면 철조망에 역삼각형으로 매달린 ‘지뢰’표지판이 반긴다.

‘길이 아니면 가지말라’는 섬찍한 경고표시판도 눈에 띈다. 인기척에 놀란 노루 한마리가 멀뚱멍뚱 취재진을 바라보더니 숲을 헤치며 지뢰밭을 내달린다. 노루가 지뢰를 터뜨리는 경우도 더러 있다는 게 안내장교의 설명이다.

철도·도로공사를 위해서는 지뢰제거가 선행돼야 한다. 최소한 단선철로와 왕복 4차선 도로의 폭 만큼 군사분계선까지 DMZ 지뢰지대를 청소해야 토목작업이 가능하다.

우선 지뢰를 제거해야 할 폭을 보자. 단선철도 시공폭(바닥넓이)은 성토고(지면에서 철로까지 쌓은 흙의 높이)가 1m일 경우 약 11m, 성토고가 2m일 경우에는 19m에 달한다. 도로의 시공폭은 왕복 4차선이 아니라 실제로는 8차선 넓이가 돼야 한다.

정부가 도로부지를 자유로와 같이 총 8차선 폭으로 정비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도로부지의 양쪽에 4차선을 우선 개통시킨 뒤 차후에 중앙의 4차선을 재개통한다는 이야기다. 왕복 8차선 도로는 성토고가 7m일 경우 최소 62m의 시공폭이 필요하다.

단순히 철도와 도로의 시공폭 만큼 지뢰를 제거한다 하더라도 지뢰제거작업의 폭은 73~81m에 달하게 된다. 군당국에 따르면 지뢰를 제거해야 할 총면적은 약 25만4,000평.

지뢰제거 비용도 만만찮다. 외국의 예로 볼 때 지뢰 1발당 제거비용은 500~1,000달러. 공사지역 10만발을 제거하려면 최소한 5,000만달러(550억원)가 든다는 어림계산이 나온다. 건교부가 추산하는 총공사비 1,547억원 중 35% 이상이 지뢰제거에 들게 되는 셈이다.


군이 맡을 제거작업, 인명피해 최소화해야

지뢰제거는 군이 맡게 된다. 군당국이 구상하는 지뢰제거 작업은 6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길이 15m의 PVC파이프에 폭약 38㎏을 채워 만든 간이 파괴통을 제작한다. 둘째, 간이 파괴통을 폭파시켜 공사지역의 수풀과 일부 지뢰를 제거한다.

셋째, 고압 살수차로 폭파지역에 물을 뿌려 지표 가까이에 남아있는 지뢰를 노출시켜 수거한다. 넷째, 방탄 굴삭기로 지표 10~20㎝ 밑에 있는 지뢰를 긁어내 수거한다. 다섯째, 개조형 불도저를 이용해 지표에서 50㎝까지 흙을 밀어내고 이때 드러나는 지뢰를 수거한다.

여섯째, 방호장비를 착용한 병사들이 지뢰탐지기와 탐침으로 마지막까지 남은 지뢰를 정밀 제거한다. 국방부는 조만간 지뢰제거사업단을 구성해 작업에 들어간다. 투입병력은 공병부대를 중심으로 한 8개 대대 3,000여명. 군당국은 연내에 제거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온이 내려가 땅이 얼기 전에 가급적 끝낸다는 것.

하지만 군당국의 이같은 ‘속도전’계획에 대해서는 인명희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있다. 지뢰제거는 필연적으로 작업원의 희생을 수반한다. 앙골라와 캄보디아 등에서의 지뢰제거 경험을 보면 지뢰 5,000발당 사망자가 1명꼴로 나왔다.

DMZ 작업지역의 지뢰가 최소 10만발인 점에 비춰 계산하면 적어도 20명이 희생될 개연성이 있다. 신중론자들은 따라서 “신속한 제거작업도 좋지만 인명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뢰는 한국전의 숨은 상처이자 재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상처다. 지뢰제거작업 중 인명피해가 날 경우 여론이 악화할 공산도 없지 않다. 군사적 필요물에서 남북 육상연결의 장애물로, 또다시 남북교류 걸림돌로 변신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2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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