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만섭 국회의장 "임기중 날치기는 없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바른 소리를 하면서 소신을 지켜왔기 때문에 정치생명이 긴 것”이라며 “앞으로 내 임기중 영원히 날치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날치기 처리를 거부했는데.

“37년간 의정생활을 하면서 날치기를 없애야 되겠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14대 국회의장이 됐을 때도 날치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다 청와대에 불편한 관계가 돼 1년2개월만에 단명으로 그만두게 됐다.”


-야당의 실력 저지와 여당의 날치기 처리라는 악순환을 막는 방안은.

“상임위에서 아무리 날치기를 해도 의장이 본회의에서 날치기 처리가 안되도록 하는 것이다. 상임위에서 날치기한 안건에 대해서는 나는 다른 부의장에게 본회의 사회권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날치기를 하지 않고 국회법 개정안과 민생안건을 분리해 다룰 것이므로 야당도 무조건 국회 들어와야 한다.”


-앞으로도 계속 날치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인가.

“절대로 없다. 그러나 지난 7월말 약사법 처리때처럼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법은 한쪽이 본회의에 안들어오더라도 국민의 양해 하에 통과시키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이 의장의 날치기 거부에 대해 여당 일각에서는 섭섭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여권 일부에서 섭섭하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멀리 보면 날치기를 하지 않고 국회를 지킨 것이 여당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될 것이다. ‘오빠 부대’가 생긴데 대해서는 내 스스로 젊어진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웃음) 그럴수록 더 행동이 조심스럽고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더욱 느낀다.”


-16대 국회의장 취임 이후 김대중 대통령이 협조요청을 한 적이 있는가.

“없었다. 대통령께서 16대 국회 개원때 연설을 한 뒤 국회에서 나갈 때 현관에서 내가 ‘국회는 저에게 믿고 맡겨 주십시요. 야당을 동반자라고 생각하고 함께 국정을 논의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고 말씀드렸을 뿐이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문제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해 법을 고쳐주면 즉각 당적을 이탈할 마음의 준비가 돼있다. 사실은 마음으로 당적을 이탈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여러 정권에 걸쳐 국회의장 2회, 당 대표 4회를 역임했는데 성공 비결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바른 소리 하면서 소신대로 처신했기 때문에 정치생명이 긴 것이다. 나는 1964년 남북 가족면회소 설치 건의안을 제출해 반공법 위반으로 탄압을 받았고, 삼선개헌 반대로 8년동안 정치에서 쉬었다.

이같은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잘 모르는 사람은 ‘권력에 상당히 민감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일 내가 권력에 영합했다면 장관 한두번 하고 정치생명이 끝났을 것이다. 여당내 야당으로 행동했으니까 지금까지 왔다.”


-좌우명은 무엇인가.

“필사즉생, 필생즉사다. 비겁하게 살려고 하면 죽는 것이고 의를 위해 죽겠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사는 것이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사진 손용석기자

입력시간 2000/08/2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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