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천년 지하궁전으로의 초대

■ 법문사의 비밀(웨난·상청융 지음/일빛 펴냄)

1987년 중국 산시성 시안의 법문사 유적 발굴현장. 한 인부가 무심코 내지른 삽 끝에 단단한 물체가 부딪친다. 그 밑에 넓은 공간이 있음을 추측케 하는 널찍한 석판이었다.

법문사 지하궁전의 전설이 사실이란 말인가. 천년 지하궁의 비밀이 막 펼쳐지려는 순간, 현장에 있던 발굴자들은 긴장과 흥분으로 숨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금, 금, 금벽이야, 휘황찬란한 금벽이야…. 소장님, 드디어 법문사 지하궁을 발견했습니다. 두고보십쇼, 이 위대한 발견은 진시황릉 못지않게 세상을 놀라게 할 것입니다.”

석판 모서리를 드러내고 그 틈새로 구덩이 안을 살피던 발굴자들은 놀라움과 감탄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중국의 대표적 사찰인 법문사의 지하궁 발굴에 얽힌 감동과 흥분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재구성했다.

9세기 중국 당나라의 황실 사찰이었던 산시성 시안의 법문사. 법문사는 중국의 불교사찰 가운데 기이한 전설이 가장 많이 전해내려오는 신비한 사원이다.

특히 법문사에는 당나라 황실의 보물이 묻혀있는 지하궁전이 있었다. 하지만 당의 멸망과 함께 지하궁전 이야기는 전설이 됐다. 천년간 닫혀있던 지하궁의 문은 1986년 법문사에 있는 진신보탑이 무너지면서 열리기 시작했다.

진신보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13층 보탑으로 근처 지반이 함몰되면서 1981년 탑의 서쪽면이 붕괴됐고 남은 탑의 반쪽도 1986년 완전히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산시성 정부는 보탑의 재건을 위해 탑 근처 지반과 유물을 발굴,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천년 지하궁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은 천년동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간직해온 법문사를 둘러싼 역사적 사실과 그 유물의 발굴과정을 그리고 있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됐으며 법문사 창건 및 변천, 기이한 유물, 부처님 사리와 법문사에서 일어난 기적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단순히 법문사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를 통해 당나라 황실의 정치 투쟁, 불교와 도교의 갈등, 나라의 중흥을 위해 불교에 매달리는 황실 등 당대의 역사와 문화까지 한눈에 보여준다.

특히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와 승려 설회와의 사랑, 일곱 가지 음을 낼 수 있다는 신비한 비석 칠음비, 절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분신 자살한 양경법사 등 유물에 얽힌 사연은 역사소설 못지않은 재미를 제공한다.

또한 발굴을 둘러싼 뒷얘기들은 마치 신나는 액션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다음은 그 중 한 일화.

발굴이 모두 끝난 6월3일, 법문사 유물을 보관중인 박물관 옆의 한 상점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출토된 유물을 노린 자의 소행임이 틀림없었다. 매캐한 연기와 사람들의 아우성. 순식간에 박물관은 아수라장이 되고 소란을 틈타 박물관으로 질주하는 검은 그림자. 제지하는 경찰 앞에 괴한들은 비수를 꺼내든다. 잠시 후 박물관에는 들려오는 요란한 총성….

저자 웨난은 ‘진시황릉’, ‘황릉의 비밀’ 등의 책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다. 그는 특히 고대 유물발굴 이야기를 소설식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유물 발굴서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역사가 담긴 역사서이자 흥미진진한 소설이기도 하다. 현장감이 넘치는 생생한 유물사진과 저자의 문장력은 독자를 법문사 경내로 초대한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30 18:18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