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깔 고운 우리 종이·우리 옷

원주 한지문화제 '한지패션소'

예로부터 紙千年 絹五百 (지천년 견오백)이라 했다. 비단은 오백년 밖에 가지 못하지만 종이는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다는 뜻이다. 오래도록 변치 않고 그 빛깔과 형태를 유지하는 한지의 장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신라시대부터 한지는 재질이 질기고 빛이 고와 그 명성을 널리 중국에까지 떨쳤다. 특히 송나라 때에는 글을 쓰기에 한지만큼 좋은 종이가 없다는 말이 중국 전체에 떠돌 정도로 한지는 ‘종이 중의 종이’였다.

조선시대에는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로 선비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우산, 신발, 안경집, 그릇, 요강 등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던 한지. 하지만 갑오경장이후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펄프를 원료로한 서양종이가 양산됨에 따라 한지는 장식용이나 고급 종이 정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지난 천 년간 우리 민족의 혼을 담아온 한지의 우수성을 알리고 새천년 한지 문화 부흥을 위한 축제가 원주에서 열렸다. ‘천년의 숨결, 우리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제2회 원주한지문화제가 강원 원주시 치악체육관에서 9월2일 막을 올렸다.

6일까지 계속되는 문화제에는 닥종이 인형 만들기, 우리 시대의 얼굴들이나 15세기 원주목 대동여지도를 한지에 그리는 페이퍼 메이킹(paper making) 등 다양한 체험 행사와 한지 패션쇼, 특별기획전 등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됐다.

이번 행사 중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한지 패션쇼. 가족단위로 구경나온 수백 명의 관객들은 혹시 찢어지지나 않을까 아슬아슬해 하면서도 한지로 만든 화려한 옷이 선보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 늘씬한 모델들이 한지 옷을 입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출 때는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주최측은 또 전통한지뜨기, 고인쇄 체험의 장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마련, 한지에 깃든 조상들의 숨결을 전하고 한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 노력했다.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시민들도 한지로 만든 지갑, 인형, 꽃, 다과상 등을 관람하며 한지의 많은 쓰임새와 그 세련됨에 놀라워 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0/09/07 19:19


송기희 주간한국부 bara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