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풍 앞에 놓인 한국] 깨진 ‘코리안 드림’과 ‘좋은 한국인’

이금숙(43)씨는 지난해 4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시 룽징(龍井)현에서 산업연수생 명목으로 한국에 와 가정부로 취업했다.

첫번째 집은 너무 힘이 들어 여관 종업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첫날 가정용 가스에 중독돼 입원하면서 쫓겨났다. 다시 가정부로 취업했지만 가스중독 후유증으로 심장부위가 좋지 않았다. 올 9월4일 건강검진 결과 뜻밖에 대장암 판정을 받았다.

이씨의 머리엔 생존과 돈벌이가 교착돼 있다. 뇌종양 수술로 드러누운 남편과 13살짜리 아들이 있는 고향은 그가 살아야 하는 이유다. 이씨는 수소문한 끝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화곡본동본당 호스피스회의 도움으로 치료중이다.

이씨는 기자에게 한국에서 받은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중국사람에게 받은 것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에는 한국처럼 자원봉사단체도 없다. 중국이라면 앉아서 죽는 도리밖에 없다.” 이씨는 주인집에 맹장수술한다고 말하고 치료를 받는다. 그는 완쾌된 뒤 2~3년 더 체류하며 돈을 벌 생각이다.

조선족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사람도 많다. ‘조선족동포 도움의 전화(032-764-9100)’를 운영하고 있는 김대성(인천 중구 인현동)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억울한 조선족 동포들의 피해보상을 위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피해자의 위임을 받아 고소·고발을 대행하고, 관계기관에 진정하는게 그것이다. 김씨가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초 백두산 관광 직후. 관광중 만난 조선족들이 한국에 대해 갖고 있는 악감정 수위에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인천 연수지역 포털사이트 대표 정인준씨의 도움으로 현재 조선족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인터넷 사이트 ‘한민족(www.hanminjok.org)’을 열고 있다. 김씨와 정씨는 자신들의 조그만 노력이 한민족 화합, 나아가 한중관계 발전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2000/09/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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