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신드롬] 더 이상 귀한 물건이 아니다

너도 나도 유명브랜드… 명품대중화

“똑같은 제품을 훨씬 싸게 살 수 있는 데 뭐하러 백화점에 가요. 잘만 하면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많아요.” 동대문 시장에서 만난 정모(33·여)씨. 전문직에 종사한다는 정씨는 값이 너무 비싸 백화점에서 사기에는 부담스러운 명품은 주로 시장에서 구입한다고 한다.

명품 신드롬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됨에 따라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이 정씨같은 20~30대의 중산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샤넬, 아르마니, 베르사체 등 유명 제품을 하나쯤 갖고는 싶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젊은 여성을 공략, 백화점보다 20~30% 싼 가격으로 명품을 제공하는 업체가 급격히 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업체들은 인터넷에서 재래시장, 중고 명품점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 서민의 명품 구입이 한결 쉬워졌다. 명품 신드롬으로 고급 브랜드에 대한 수요층이 넓어지자 과거에 고급 백화점에 국한됐던 명품 공급이 그에 맞춰 다양해지고 대중화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통해 저렴하게 구입

특히 중고 명품 및 신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는 선풍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대개 백화점에 비해 30%에서 크게는 50%까지 싼 가격으로 명품을 선보여 백화점으로 가던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7월에 문을 연 중고 명품 전문 사이트 ‘유즈드 마트’(www.brand-mall.co.kr)의 경우 매일 400~500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좋은 물건의 경우 미리 예약해야 살 수 있을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중고와 신품을 함께 취급하는 ‘아이럭셔리’(www.iluxury.co.kr)는 문을 연지 5개월 밖에 안돼 회원이 7만명이 넘었으며 ‘패션바이’(www.fashionbuy.co.kr)도 명품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아이럭셔리의 김준 마케팅 팀장은 “처음에는 잘 될까 염려했는데 막상 문을 열자 고객의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었다”며 염가의 명품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럭셔리 굿스’(www.luxurygoods.co.kr)나 ‘삼성몰’(www.samsungmall.co.kr)처럼 신제품을 취급하는 사이트도 대형백화점 가격의 70~80% 수준으로 명품을 판매하고 있어 중산층 소비자가 즐겨찾고 있다.

명품사이트가 훨씬 낮은 가격으로 명품을 공급하자 백화점에서 물건의 종류와 치수를 결정한 뒤 실제 구매는 인터넷을 통해 하는 사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이럭셔리가 얼마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무하던 인터넷의 명품 시장 점유비율이 올해는 16%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래시장에도 명품바람

한편 재래시장에도 명품 바람이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명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밀리오레, 두타에 이어 올초에는 동대문 최대 도매 쇼핑몰인 누죤이 600여평 규모의 명품관을 개장했으며 운동장 평화시장도 ‘6area’라는 수입 명품관을 분양중에 있다.

또 프레야타운은 10월 말 지하 1층에 300여평 규모의 명품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프레야타운 주현우 전무는 “재래시장에는 가짜 명품이 많다는 인식을 쇄신하기 위해 동대문 상가들이 속속 전문 명품관을 준비하고 있다”며 “판매가가 백화점의 50-60% 수준이라 앞으로 재래시장의 명품시장 점유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 사이트와 재래시장의 명품관이 고급 브랜드 제품을 이처럼 싸게 팔 수 있는 이유는 유통과정을 단순화하고 점포유지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였기 때문. 보통 백화점에 명품점을 운영하려면 판매액의 15~25%를 수수료로 내야하고 매장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물건은 수입하는 경로도 여러 단계를 거쳐 원가에 비해 가격이 매우 높다. 하지만 사이버업체나 재래시장 명품관은 점포 유지비와 마진율을 낮추고 백화점보다 30% 가량 낮은 가격에 공급해도 이익을 남길 수 있도록 중간 단계를 최대한 줄였다.

로데오몰, 브랜즈 오프 등 중고 명품을 신제품의 50~70% 가격으로 파는 중고 명품 전문점도 서울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5~6곳이 성업중이다. 이들의 주고객은 20~30대 전문직 여성으로 주로 프라다, 까르띠에, 루이뷔통 등 가방이나 지갑을 선호한다.

중고명품 전문점 ‘로데오몰’(www.rodeomall.co.kr)의 염은영씨는 “높은 가격 때문에 명품을 사지 못했던 젊은 층의 호응이 대단하다”면서 “잘 되는 곳은 한달 매출이 억대 수준에 이른다”고 귀뜸했다.

1998년부터 중고명품 전문점 유즈드 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황금목씨도 “최근 중고품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해 물건이 없어 못팔 지경”이라며 “지난해보다 최소한 6~7배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중고점 성업, 최고가 소비유도 부작용도

하지만 이러한 명품의 대중화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만만치 않다. 럭셔리 굿스의 최종문 이사는 “명품 할인판매 경쟁이 장기적으로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떨어뜨리고 고소득층으로 하여금 점점 더 고가의 제품을 소비토록 유도해 과소비 현상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9/20 18:49


송기희 주간한국부 bara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