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힙합 쿠데타

모든 영화의 소재와 장르가 그러하듯 학창 드라마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소재를 확대하고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최근 출시된 주목할 만한 학교 드라마는 미국 정치판의 선거를 고등학교 학생장 선거에 대입시켜 코믹하게 비판한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일렉션>이다. <일렉션>은 정통 학창 드라마라고 보기 어려운, 성인영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고등학교가 배경이므로 학교와 학생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크레이그 보로틴 감독의 1999년작 <힙합 쿠데타:Light it up>(12세, 폭스)는 <언제나 마음은 태양>,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 <위험한 아이들>류의 전통을 잇는 학창 드라마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낙오자들의 학교에 학생편에서 생각하는 진정한 교사가 있고, 그 교사의 부당한 해고에 학생들은 항의한다.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한 작고 진실한 반항은 뜻밖의 방향으로 사건을 몰고가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한층 성숙하게 된다.

여기서 학교라는 공간은 사회의 온갖 부조리가 함축돼 있는 또다른 사회에 불과하다. 학생들끼리도 서로를 이해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으며 이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야할 교사들은 갖가지 어려움과 장애를 들먹이며 안일한 일상을 보내노라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소수의 이해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힘은 너무 약하거나 멀어서, 이 부조리한 공간을 개선하거나 벗어나려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수밖에 없다. 그 힘의 원천은 학생들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한 마음이 되는 것.

<힙합 쿠데타>는 최신영화답게 신나는 음악이 쉴새 없이 흐르고, 카메라 역시 쉬지 않고 움직이며, 대사도 엄청 많고, 물량 동원도 만만치 않다. 신인배우들의 열성과 중견 배우의 뒷받침도 칭찬거리고.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학생들의 방식과 사고의 변화 단계를 지켜보는 것이다. 일견 과격해보이는 외양이지만 건강한 마무리를 하고 있어 학생, 스승, 부모 모두가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뉴욕 퀸즈의 링컨 고등학교 학생들은 돈, 마리화나, 섹스 외엔 관심갖는 게 없다. 거기다 교실은 장갑을 껴야할 정도로 춥고, 비디오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시청각 수업은 엄두도 못낸다. 교장은 아무데서나 수업만 대충 하라고 할 뿐.

교장에게 항의하다 지친 교사 놀스(주드 넬슨)는 학생들을 이끌고 동네 카페로 나가 수업을 한다. 수업 중 복면강도가 침입하고, 놀스가 위험을 무릅쓰고 이를 해결한다. 그러나 교장은 학교 밖으로 학생을 데리고 나갔다는 이유로 놀스를 해고한다.

학생들은 교장에게 항의하고, 이를 막던 청원경찰 잭슨(포레스트 위테커)이 학생들과 몸싸움을 하다 자신의 총에 허벅지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다. “말도 하기 전에 판단하고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싫다”며 교직원과 학생을 내보내고 잭슨을 인질로 잡아 경찰과 대치하는 학생들.

나이 많은 걸 자랑하는, 욱 하는 성격의 로드니(페드로 스타), 마약거래로 돈을 버는 리버스(클리프톤 콜린스 주니어), 임신한 빨강머리 린(사라 길버트), 학교 최고의 미인이자 모범생 스테파니(로사리오 도슨), 한구석에서 조용히 그림을 그리는 지기(로버트 리차드슨), 지기를 동생처럼 지켜주는 레스터(우셔 레이몬드)가 쿠데타의 주역들이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10/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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