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문제

얼마전 탤런트 홍석천씨가 커밍 아웃을 하자 많은 사람이 “그럴 줄 알았다”, “어쩐지 생긴게 좀 이상하더라니”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주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취재하면서 여러 명의 동성애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가 보기에는 어느 누구도 `동성애자 같이' 생기지 않았다.

그저 흔히 길에서 볼 수 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었다. 오히려 뭔가 동성애자라는 표시가 있지 않을까 그들의 외모를 찬찬히 뜯어보던 스스로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들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그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까 하는 것이었다. 왜 굳이 커밍 아웃을 했느냐는 질문에 한 동성애자는 “그것은 가만히 있으면 일본인과 똑같아 보이는 재일동포가 스스로를 한국 사람이라고 밝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대답했다.

그 비유가 정확한지는 보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렇다 해도 그들의 삶이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의 재일 한국인처럼 힘겨운 것만은 분명해보였다.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는 홍석천씨의 커밍 아웃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동성애 자체에 대한 논의가 동성애자에 대한 인권 문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바꾸거나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의 근본이 소수이고 남과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다수로부터 반대와 혐오,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동성애자가 아닌 이들도 동의한다.

동성애자의 인권을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를 놓고 앞으로 우리 사회는 무수한 논란을 겪을 것이다. 가부장적 질서가 강고한 우리나라가 단기간에 덴마크나 노르웨이처럼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수준에 이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불과 몇년전만 해도 동성애를 무조건 비밀로 하고 죄악시했던 것에 비하면 동성애자의 인권과 차별이 담론화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다양한 논의와 서로 다른 시각이 상존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사회의 기본이라는 점에서 일단은 긍정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10 21:15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