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논란] "차별금지, 법적 장치 마련해야"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을 최초로 제시하였으며 `서양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플라톤의 역저 `향연'은 한마디로 동성애를 칭송하는 작품이다.

거기서 사랑의 신 에로스는 이성간의 사랑과 동성간의 사랑을 모두 주재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지만 보다 차원높고 지성적인 사랑은 동성간의 사랑으로 그려져 있다. 역사적으로 플라톤과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모두 동성애자들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고대 그리스 사회를 이끈 지도층 인물들이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여러 작품에서 주인공이 동성간의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까닭은 동성애가 관습적으로나 이성적으로 인간이 취하는 본원적 욕구 표현의 한 형태라는데 당대의 사회 구성원 사이에 커다란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원의 미소 모나리자를 그린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비드상의 조각가 미켈란젤로,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 및 시저,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 등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위인중 동성애자의 이름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동성애자 차별은 근거없는 선입견

이런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생각해보면 비록 서구에서 중세기독교 이후 나치에 이르기까지 동성애자가 이단으로 탄압받았다고 하더라도 동성애를 비정상적 성도착증의 일종이라며 차별하는 것이 근거없는 선입견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와 같은 편견은 본질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 인종간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도 그들이 소수자라는 점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를 특히 부정적으로 보게된 계기는 서구에서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의 초기 발병 당시 그 병에 걸린 유명 연예인들이 동성애자였다는 사실이 상대적으로 크게 보도되어 후천성 면역결핍증 하면 바로 동성애를 연관지어 생각하게 된 때문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오늘날 의학적으로 후천성 면역결핍증이 동성애와 무관하다는 점은 이미 밝혀져 있다. 통계적으로도 이성애자의 발병률이 더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이 그 성(性)정체성을 드러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결단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아직도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일반인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 외에 제도적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보호는 커녕 그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나 노르웨이 등에서는 동성애자에 대해 이미 합법적인 부부로서 인정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입법의 기초자료가 될 최소한의 연구 성과도 거의 없는 형편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인권법안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을 인권침해의 한 유형으로 보고 그런 차별이 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 바로잡는 계기

따라서 탤런트 홍석천씨의 커밍 아웃은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터부시돼왔던 동성애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될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홍씨가 동성애자라고 밝히자 마자 그가 출연하던 일부 방송 프로그램에서 홍씨를 퇴출시켰다고 한다.

만일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홍씨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사생활의 보장, 직업 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또 성적 소수자를 보호하고 있는 국제인권규약에도 위반된다. 따라서 해당 방송국은 시급히 홍씨를 복직시키는 것이 옳다. 우리도 이제 성정체성과 관련하여 적어도 동성애자들이 고용현장에서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 실정법을 제정할 때가 되었다.

<이석태 변호사>

입력시간 2000/10/10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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