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순례(32)] 피자헛

최고의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지배

피자(Pizza)는 우리나라 외식시장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인기있는 음식중 하나다. 온가족이 외식을 나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집안으로 배달시키는 메뉴중에서도 전통적으로 1위를 지켜온 자장면에 견줄 정도로 우리 식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서양식 빈대떡`이라고도 불리는 피자는 불과 198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에서는 매우 생소한 음식이었다. 모자렐라(Mozzarella) 치즈, 햄, 소시지, 페퍼로니 등 우리 입맛에 다소 느끼한 재료들을 섞어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에게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래서 주로 외국생활을 했거나 유학을 다녀온 해외파 사이에서만 인기를 끌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호텔이나 이탈리아 식당 등을 제외하곤 파는 곳도 드물어 용산 미군 부대나 외인 아파트 주변에서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낮선 음식을 국내 최고의 외식 메뉴로 만든 회사가 바로 피자헛이다. 피자헛은1985년 이태원에 1호점을 개점, 척박했던 국내 외식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당시에는 `피자인'이라는 회사가 생겨 치열한 경쟁을 하기도 했다. 1987년 2월에는 서울올림픽 공식 피자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등 서서히 우리 국민의 입맛을 길들이며 영역을 확대해나갔다.


세계 외식산업 점유율 2위

국내에서는 단지 `피자헛'이라는 단일 브랜드로만 알고 있지만 사실 피자헛은 미 켄터키주 루이즈빌에 본사를 두고 있는 `트라이콘 글로벌 레스토랑'(Tricon Restaurant Global:TRG)이라는 다국적기업의 자회사다.

TRG는 본래 펩시콜라의 자회사중 하나였는데 세계적인 업종 전문화의 추세에 따라 1997년 독립했다. 피자헛 외에 KFC, 타코벨 등 3개의 주력 기업을 두고 있는데 유독 국내에서만 KFC를 두산에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내준 채 운영하고 있다.

TRG는 현재 미국내에만 2만9,700여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이외의 지역에도 3만여개의 점포가 있다. 1998년 TRG는 총 206억 달러(23조7,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세계 외식산업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 맥도날도(23%)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미국내에서 140억 달러, 기타 외국 지역에서 66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피자헛의 탄생은4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8년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에 사는 프랭크와 댄 카아니 형제가 아르바이트로 받은 600달러를 가지고 중고기계와 25명이 식사할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을 구입한 것이 피자헛이 태동하는 계기가 됐다.

이곳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반인에게 퍼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커져 지금의 피자헛이 됐다. `피자헛'(Pizza Hut)이라는 브랜드도 개점 당시 건물이 모두 오두막 집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루 피자 판매량 100만개

피자헛은 아직도 `신선한 재료만을 엄선해 고객에게 갓 구운 제품이 제공한다'는 카아니 형제의 경영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세계 84개국에 1만3,000여개의 매장과 24만명에 이르는 종업원을 거느리고 있다. 세계 피자헛 체인점의 하루 판매량은 약 100만개에 이르며 이용 고객은 200만명을 넘는다. 한 배달원의 하루 평균 이동거리만도 80km나 된다.

피자헛이 국내에서 토착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지속적으로 선보여왔기 때문이다. 상륙 초기 기름기있는 음식에 다소의 저항감이 나타나자 피자헛은 1992년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불고기를 혼합한 `불고기 피자'를 선보였다.

이 피자는 국내에서는 물로 서양에서도 큰 인기를 끌며 해외로 역수출되는 등 퓨전 음식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또 어린이와 여성용으로 1996년 반죽 속에 치즈를 넣은 치즈 크러스트 피자를 선보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에는 기름기를 빼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내게 하는 PP1712공법(1,712개의 구멍이 뚫린 특수 제작팬에 피자를 굽는 방법)으로 만드는 `후레쉬 베이크 피자'를 시중에 내놨다. 또 올해 7월에는 불갈비 피자까지 새롭게 선보였다.

음식 뿐만 아니라 경영도 한국적으로 한다. 국내 피자헛 4,000여명의 임직원중 외국인은 단 한사람도 없다. 간혹 미국 본사에서 임원 한두명이 파견되긴 하지만 경영에 직접 간섭하는 적은 없다.

피자 제작엔 필요한 자재도 치즈를 제외하곤 모두 국내에서 조달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번 수입은 국립청각장애학교 장학금 지급, 농아원 후원, 청각 장애 홍보 만화 제작 등과 같이 시설에 기부하거나 새로운 피자 개발 등에 재투자하고 있다.


치즈 제외, 모든 재료 현지 조달

이런 노력으로 피자헛은 지난해 연간 1,700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국내 피자 시장의 29.4%를 점유했다. 3대 피자 브랜드인 도미노(8.4%) 미스터피자(8.2%)와는 비교가 안되는 수치다. 현재까지는 프랜차이즈를 갖지 않은 일반 피자점이 36.4%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국 피자헛은 현재 전국에 약 17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90%가 직영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단 호남지역(송원푸드)과 경남지역(진영수산)만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경영을 하도록 프랜차이즈로 계약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거의 전매장이 직영체제로 운영되는데다 이 분야에서 거의 독점적 위치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소비자의 지적도 적지 않다.

피자헛 관계자는 “피자헛은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피자를 만들어서 최상의 서비스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경영의 목표”라며 “다소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도 있지만 맛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피자의 유래

피자는 우연찮게 개발된 음식이다. 서양에서 빵을 만들고 남은 도우(반죽)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 그 위에 치즈를 얹어 구워 먹게 되었는데 그 맛이 독특해 하나의 메뉴로 자리잡게 됐다.

피자의 어원은 그리스 말로 `납작하게 눌려진' 또는 `동그랗고 납작한 빵'을 뜻하는 `삐따'(Pita)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이탈리아의 `피자'라는 지역에서 생겨났다는 설로 나눠져 있다.

18세기 말 모자렐라 치즈, 엔초비 및 마늘과 기름을 사용해 만든 것이 오늘날 피자의 기원이 됐다. 19세기 들어 기름과 라드, 돼지고기, 토마토, 치즈가 들어간 피자가 일반인에게 인기를 끌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부 이탈리아에서 전쟁에 참가했던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온 후 이탈리아계 미국인에게 피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서 피자가 세계적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11 11:4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