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전쟁] 카드사, 회원확보 위해 사활 건 생존경쟁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잇달아 신용카드 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카드사들의 살아남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은 지금이 정부의 카드 활성화 대책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호기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론 자금력과 회원동원 능력을 보유한 대기업간의 제살깎기식 경쟁으로 카드사 판도의 일대 전환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회사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밀리는 회사는 도태되거나 흡수통합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다.


특정계층 겨냥한 마케팅

기존 카드사들이 생존을 위해 내놓고 있는 전략은 특정 계층을 확보하기 위한 타깃 마케팅과 인터넷 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강화. 그중에서도 20대 초반 여성과 10대 N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타깃 마케팅은 가히 처절하기까지 하다.

카드사들은 이미 기성 세대는 일인당 보통 2~3개 정도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소비성향이 높은 10~20대와 여성을 마케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LG캐피탈은 여성 회원에게 최고 1,000만원까지 결혼자금을 대출해주고 결혼 전문업체와 제휴해 토털 웨딩서비스까지 제공하는 `LG레이디카드'를 선보였다.

이에 질세라 외환카드는 얼굴에 1cm 이상 상해를 입을 시 1,000만원까지 성형수술비를 대주는 얼굴 성형보험에 무료가입해 주는 `아이미즈 카드'를 내놓았다. 삼성카드는 3월부터 충전식 선불카드인 올앳카드를 신설, 한번에 20만원까지 충전해 신용카드 가맹점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가입비가 없고 50만원까지 신용공여를 받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100만장 가까이가 발급됐을 정도다. 국민카드는 온라인 업체인 야후코리아와 제휴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내놨고 외환카드도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버추얼카드'를 곧 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경쟁에 급급한 카드사들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우도 많다. BC카드는 9월부터 카드 이용금액 1만원당 한번의 추첨 기회를 주는 `인터넷 복권'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복권 전용사이트(www.luckybc.com)에 접속해 행운의 번호판을 돌리면 된다.

LG캐피탈도 9월 700여만명에게 보낸 결제 청구서에 동전 긁기 및 번호추첨 겸용 즉석복권을 동봉하는 깜짝 서비스를 실시했다. 외환카드는 `magic.win카드'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1등 50명에게 각각 100만원을 주는 등 추첨대상 회원 5%에게 총 1억8,000만원을 지급한다.

다이너스카드도 더블 찬스 페스티벌을 시행해 현금 100만원과 주유권 등을 나눠주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또 국민카드는 매달 5,000만원을 1,230명에게 지급하는 `e-퀸즈 카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4월부터 발행된 이 카드는 9월까지 5만명이 넘는 사람이 가입했다.


복권서비스 등 사행성 조장

이밖에도 프로야구 축구 농구 경기입장권을 20~50%까지 할인해주거나 수도권 18개 골프장의 월회비를 할인해주는 스포츠카드도 시중에 나왔다.

또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능이 포함된 카드도 이미 상용화됐다. 심지어는 대기업 부장급 이상 임원이나 변호사, 의사, 초우량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VIP고객 카드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카드사마다 차별적 서비스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 극소수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경품 서비스 수준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이런 추첨 경품식 서비스는 오히려 소비자의 사행 심리만 부추길 수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명한 소비자라면 이런 경품에 혹하지 말고 자신에 맞는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 1~2개만을 선택해야 된다고 충고한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11 17:39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