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핵심세력은 10대

흥행에 절대적 영향력, 드라마 시청률도 좌우

대중문화의 흐름을 결정하는 연령층은 10대다. 대중문화의 소비와 반응에 있어서 10대의 폭발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0대가 좋아하는 가수는 음반 뿐 아니라 인기차트에서도 정상을 차지하고 10대에게 외면을 받으면 아무리 작품성있는 영화라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도 10대의 위력이 대단해 10대가 많이 보는 오락 프로그램은 상위의 시청률을 기록한다.

그동안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청률을 좌우하는 세력 만큼은 10대가 아니라 30대의 아줌마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드라마의 시청률의 높낮이를 결정하는 연령층 마저도 30대에서 10대로 변화하고 있다.

내용과 형식을 확연하게 달리하면서 차별화한 연령대를 겨냥하며 9월18일 동시에 시작한 월화 드라마 MBC의 `아줌마'와 KBS의 `가을 동화'에서 이같은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시댁과 남편의 무시로 파출부 역할로 전락한 한 주부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코믹스럽지만 사실적으로 그린 `아줌마'는 당초 아줌마들이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30대 연령층에서만 주로 볼 뿐 정작 시청할 것이라 예상했던 40대 이상의 아줌마들은 `가을동화' 쪽으로 눈을 돌렸다.

반면 병원에서 바뀌어 남매로 살다 뒤늦게 밝혀져 헤어진 뒤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가을동화' 는 트렌디 드라마답게 10대의 열띤 호응을 받을 뿐아니라 예외적으로 40-50대 여성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자녀에게 넘어간 TV채널권

시청률 조사기관인 TNS 미디어 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1회(9월18일분) `아줌마'의 경우 여자 시청자중 10대 4% , 30대 24.3%, 40대 13,5 %, 10대 11.3%, 30대 8.5%, 40대 13%의 `가을동화'에 비해 아줌마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40-50대 아줌마들이 `가을동화'쪽으로 기울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4회(9월26일 방송분) 드라마의 경우 `아줌마'는 10대 13.1%, 여자 30대 15.9%, 40대 10.7%인 반면 `가을동화'는 10대 17.6%, 30대 17.4%, 40대는 18%였다.

20대는 엇비슷하게 두 드라마에 양분됐다. 이같은 추세는 이달 들어서도 마찬가지로 최근 `가을동화'는 시청률 34%대를 유지해 `아줌마'를 크게 앞서며 전체 프로그램중 1~2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초래한 것은 드라마 내·외적 원인이 있다.

우선 10대 자녀들이 `가을동화'를 보면서 이들 부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40대 연령층에서도 역시 `가을동화'를 볼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경화(42)씨는 “`아줌마'를 보고 싶었는데 중학생 딸아이가 `가을동화'만을 고집해 보다보니 재미도 있어 `가을동화'를 본다”고 말했다.

드라마 내적으로도 `가을 동화'가 `아줌마'를 압도하고 있다. 요즘 아줌마의 생활과 삶이 달라졌는데도 원미경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아줌마'에서의 아줌마의 모습은 푼수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원미경을 제외한 다른 연기자들이 제몫을 못해주는데다 이야기 구조에 갈등이 없어 지루함을 주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아줌마들이 `아줌마'에 등을 돌리게 하는 드라마적 원인이다.


'아줌마'누른 '가을동화'

반면 소재나 줄거리는 진부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가을동화'가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기가 있는 것은 예쁜 사랑을 서정성 짙은 화면으로 담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0대들은 월ㆍ화요일 밤만 되면 안방으로 달려가 `가을동화'를 본다. 또한 자식의 아픔을 다루면서 모성애를 자극한 것은 어른들을 이 드라마로 끌어들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가을동화'의 작가 오수연은 “사랑에도 철저한 계산으로 이뤄지는 요즘에 맑고 깨끗한 그러면서 슬픈 동화 같은 사랑을 그려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순수', `은비령', `컬러'등을 연출한 윤석호 PD의 독특한 영상 스타일이 이 드라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파스텔톤의 영상과 몽환적인 분위기의 화면이 슬픈 내용과 어우러져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배경음악도 `가을 동화'의 인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경음악인 `로망스'(영화 `금지된 장난'의 주제가)는 세련되지도 신선하지도 않지만 시청자의 가슴에 애상을 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봉평 등 경치 좋은 강원 일대에서 촬영을 해 도시인에게 청량감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을동화' 초반부에 등장했던 아역들의 열연은 부모세대의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가을동화'의 인기를 견인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10대와 30대에 끼어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20대 시청자들을 겨냥한 월ㆍ화 드라마도 23일부터 방송된다. SBS는 20대 젊은이의, 벤처기업을 무대로 펼쳐지는 배신과 사랑을 그린 `분노의 천사'가 과연 확연하게 연령층별로 시청 패턴이 정해진 월ㆍ화 드라마 경쟁에서 어떻게 판도 변화를 몰고 올지 자못 궁금하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18 18:08


배국남 문화부 k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