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야마시로의 '찻잔 속 태풍'

참으로 희한한 일이었다. 1인자 고바야시가 절대 못이길 상대가 없고 조치훈이라고 해서 권좌에서 물러나라는 법이 없을진대 그놈의 본인방은 참으로 끈질긴 목숨을 과시하며 조치훈의 곁에만 있으려고 한다.

만일 신이 내린 계시라면 고바야시가 두른 기성 명인마저 내놓게 하든지, 아니면 조치훈에게는 본인방 말고도 좀 더 갖게 하든지 할 것이지.

이렇게 드라마같은 황금분할을 만들어 놓고선 한쪽에게는 집요한 도전정신을, 다른 한쪽에게는 그보다 더 엄한 시련의 기간을 몇 년째 내린다는 건 가혹한 일인 것이다.

1991~92년 즈음엔 조치훈 고바야시 이외의 한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그들보다 두어살 아래인 야마시로라는 인물이다.

야마시로는 고바야시-조치훈의 라이벌 열전에 양념처럼 등장하지만 스스로도 불운한 인물이다. 야마시로는 지금 성가를 드높이는 왕리청 왕밍완 등과 함께 일본판 도전 5강으로 불리는 중견이다.

한국으로 치면 조훈현 서봉수 시대에 그 뒷 주자로서 호시탐탐 정상을 노렸던 서능욱 장수영 같은 인물이라고 보면 되겠다.

야마시로는 끝내 정상을 한번도 밟아보지 못하지만, 91년 말부터 그의 기세는 대단했다. 당장 그는 기성전 도전자 결정전까지 치솟았다. 물론 기성은 고바야시. 그가 아무리 무관의 설움을 곱씹더라도 이 기성을 쟁취한다면 일약 1인자로 올라서는 것이다.

야마시로의 도전자 결정전 상대는 다름 아닌 조치훈이었다. 이때 한국에서는 들끓었다. 비록 본인방전에서 고바야시에게 연속으로 방어해내며 끈질기게 고바야시의 천하 통일을 막은 조치훈에게 이제 1인자로 올라설 기회가 온다고 믿었다.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상대의 슈팅세례를 몸으로 막아내고서, 이제 자신에게 공격권이 돌아온다는 것. 그 인고의 세월을 끝내고 이제야 역전의 서광이 비쳐온다는 것.

그랬다. 한국에서는 열광했다. 그리고 야마시로가 그 도전자 결정전 상대라면 이건 `식은 죽 먹기'라는 판단도 가능했다. 아닌 게 아니라 조치훈은 제1국을 거뜬히 이기고 제2국도 완승보로 흘러가고 있었다.

2국을 이기면 당연히 조치훈은 도전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2국은 조치훈이 일생의 졸작국 3개를 들라고 한다면 그중 하나가 된다고 치부하는 졸작중의 졸작이 된다.

조치훈은 반집패를 당한다. 반집도 너무너무 앞서가다 혼자만의 착각 속으로 빠져들다 끝내 헤어나지 못하고 통한의 반집을 진다.

그런데 최종 3국에서 또 그 여파를 씻지 못하고 끌려가다 그만 1인자 복귀의 꿈을 날려보내고 만다.

92년에 벌어진 고바야시의 기성전 도전기 상대는 야마시로였다. 일방적으로 밀릴 것이라던 주변의 시각도 아랑곳 없이 야마시로는 최강 고바야시를 상대로 막판까지 쫓아가며 선전했으나 3:4로 분패하고 만다.

만일 야마시로가 당시 기성전 마지막 한판을 이겨 1인자로 올라섰다면 조치훈과 고바야시간의 본인방 역사는 여기서 멈추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 바둑사는 엄청난 변화의 물결로 휩쓸려갔을 것이다. 사실 고바야시가 기성전을 8연패하는 사이 막판 6연패부터 8연패까지 3년은 모조리 4:3으로 힘들게 방어했다.

그중 한명의 상대가 야마시로이며 또 한명의 상대가 가토 마사오였으니,,. 이들은 조치훈이 불운을 곱씹을 때 오로지 딱 한번 기성에 올라보는 것이 유일한 인생의 희망이었다.<계속>

진재호 바둑평론가

[뉴스와 화제]




ㆍ이창호 창하오, 응씨배 다툼

최강 이창호와 중국의 창하오가 제4회 응씨배 결승서 만난다. 11월1일, 3일 이틀간 중국 성도에서 두사람은 결승 5번기 제1,2국을 갖는다.

응씨배는 1~3회 대회에서 한국의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이 각각 우승한 '한국기전'으로 이번에 4인방의 막내 이창호가 우승하면 국내 4인방이 모조리 응씨배를 가져오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중국의 창하오는 이창호에게 1할도 채 안되는 승률을 기록 중이어서 이창호의 우승이 유력한 상태다.

ㆍ국내최초 사이버 바둑강좌 전격 실시

인터넷 바둑사이트인 대쉬바둑(www.dashn.com)이 사이버 강좌를 연다. 매일 오후 7시30분부터 김일환 9단과 김효정 2단 등 프로기사를 강사로 초빙해 실전 정석 포석 등 각 부분에 걸쳐 사이버 강좌를 실시한다.

강좌가 끝나면 밤9시부터 아마최강리그전을 생중계하는 등 저녁 시간대를 사이버강좌 시간으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입력시간 2000/10/3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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