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 카지노 '그들만의 잔치'

게임이나 도박 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다. 나도 매달 한번 있는 고교동창회 모임 장소를 물색할 때면 항상 1순위가 되는 조건이 `자리를 깔 수 있느냐'는 것이다. 7~8명이 둘러앉아 맥주를 곁들여 화투장을 돌리다보면 어느새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물론 다음날에는 아내 눈치 보랴, 뻐근한 허리 주무르랴, 허전해진 주머니 탓하랴, 후회막급이지만 매달 반복되는 이 행각은 도무지 고쳐지질 않는다.

강원도 정선에 들어선 강원랜드 스몰카지노가 개장 첫날부터 몰려드는 손님으로 일대 불야성을 이뤘다고 한다.

객장에 들어가겠다고 아우성치는 사람, 순식간에 수백만원을 날렸다고 울화가 난 사람, 6시간을 왔는데 잠잘 곳이 없어 탄광촌 일대를 배회했던 사람들로 적막했던 폐광촌이 오랜만에 시끌벅적했다고 한다.

물론 이날 손님중 두명은 500만원을 투자해 1,200만원의 잭팟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한다.

카지노 개장 2주전 이곳을 취재갔던 나는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폐광촌에 만들어진 호화 카지노를 보고 찹찹한 마음을 가눌 길 없었다.

카지노 입구에 놓여있는 수많은 폐가, 진폐증으로 연신 가뿐 숨을 내쉬는 노광부, `철거'라는 붉은 페인트 글씨가 선명한 사택들, 이젠 쓰지 않는 녹슨 갱도 철길…, 그리고 그 옆에 세워지는 휘황찬란한 초호화 카지노 시설. 광부들이 빠져나간 썰렁한 폐광촌에서 눈에 띄는 것이라곤 숙박업소와 유흥업소의 입간판 뿐이었다.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광부와 그 가족에게 생계 터전을 마련해주겠다고 설립된 탄광촌 카지노. 하지만 이것은 아무래도 광부들이 아닌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 같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0/3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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