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30)] 스마트 다리에 거는 희망

미국에서는 자동차 사고나 당뇨병 등으로 매년 수만 여명이 다리를 절단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교통사고 1위 국가인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수족장애자가 발생한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마비되거나 잃어버린 다리, 이들을 다시 걷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첨단과학은 이들의 소망을 분명 외면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다리가 절단된 환자를 위해 적어도 2년 이내에 실제의 다리와 거의 흡사한 디지털 `스마트 다리'(smart leg)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2년간 150만 달러(약 17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스마트 다리에 필요한 센서와 칩의 개발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산디아 국립연구소가 맡게 되고 스마트 다리의 재료에 관한 연구는 러시아 핵무기연구소에서, 그 외 기술적인 연구는 시애틀 정형외과 연구단(SOGI)이 맡게 된다.

연구자들은 이 프로젝트가 플라스틱에서 탄소섬유를 그쳐 차세대 의족산업을 여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하반신 장애자의 가장 큰 희망은 지형에 상관없이 걸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 다리는 높은 곳을 오르고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불규칙적인 지형에서도 인간의 걸음걸이를 모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수압을 이용한 발목, 무릎, 힘을 공급하는 압전기 모터 등 모든 작동을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조절하게 되며 의족과 절단 부위를 연결하는 소켓에는 자가조절 시스템을 장착하여 의족과 신체조직의 마찰과 체중의 압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과 쓰림을 방지할 계획이다.

사실 현재 사용되는 대부분의 보철기구는 많은 힘을 들여야 사용할 수 있고 허벅지를 앞으로 들면 무릎 접합 부위가 열리고 정강이가 앞으로 돌아버린다.

또한 전체의족이 완전히 고정된 상태에서만 체중을 실어 움직일 수 있다. 당연히 지형에 적응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스마트 다리는 이러한 모든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고 한다.

첨단의 스마트 기술은 마비된 다리를 다시 살리기도 한다. 미국의 줄리에라는 여성은 8년 전에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쳐 걸을 수 없는 신세가 되었는데 지난달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의사들은 다리근육에 필요한 자극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전극을 줄리에의 엉덩이 피부 밑에 이식하고, 이 전극을 여러 가지 다리의 움직임이 프로그램된 통제박스와 연결시켜 손으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통제박스가 척추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이 수술로 줄리에는 다시 걷게 되었지만 남은 소망이 하나 있다고 한다. 두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반복되는 수술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것은 세계의 척추환자에게 다시없는 희망이 될 것이다. 골절과 골다공증 또한 다리의 기능을 잃게 하는 원인이다.

런던의 햄머스미스병원과 첼시 & 웨스트민스트 병원의 연구팀은 유리세라믹을 사용해서 뼈세포를 자라게 하고 골절된 뼈끼리 서로 신속하게 결합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골절과 골다공증 환자에게 더 없는 희망이다. 유리세라믹은 실리콘, 칼슘, 인으로 만들어졌으며 기존의 뼈와 새로운 세포가 결합하게 하는 기본골격으로 작용한다.

장차 뼈세포가 포함된 유리세리믹을 액체형태로 환자에게 주입하여 뼈의 회복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쟐로트 박사팀은 뼈와 외부이식물질 사이의 완전한 결합을 촉진하는 `생물작용 유리'(bioreactive glass)를 개발했다.

뼈의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외부물질은 기존의 뼈조직과 완전히 결합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생물작용 유리는 생물학적으로 활성을 가진 인회석인데 이것이 하나의 층을 만들어 뼈조직과 이식물질 사이의 화학적 다리를 만들어주고 접촉 부위의 염증과 통증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한다.

치료의 기술을 믿기보다는 교통사고나 골절을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불의의 사고와 질병은 때로 불가항력이다. 그래서 스마트 다리는 의학, 재료공학, 생명공학, 반도체 등 종합과학이 창조하는 소중한 희망인 것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0/10/3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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