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2000-2001 시즌 개막 6개월 대장정 돌입

농구야, 반갑다.

프로농구가 6개월간의 긴 잠을 깨고 11월4일 기지개를 켜며 2000-2001 시즌을 개막한다. 2연패를 넘보는 지난 해 챔피언 SK 나이츠와 2년 만에 정상탈환을 노리는 현대 걸리버스 등 프로 10개팀이 벌이는 정상을 향한 `열국지'가 내년 4월까지 6개월간에 걸쳐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정규리그는 각 팀마다 홈 앤드 어웨이 각 18경기와 중립경기 9경기 등 45경기씩, 모두 225경기를 치러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가린다.

이번 시즌부터 준플레이오프는 3전2선승제로 축소됐고, 플레이오프는 5전3선승제로 결승 진출팀을 가리며, 챔피언결정전은 7전4선승제로 치러진다.


SK·삼성·현대 3파전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10월 11일부터 26일까지 열린 시범경기에서는 지난 해 챔프 SK가 4연승을 거두며 건재를 과시했고, 신인과 용병을 보강한 삼성 썬더스가 4연승을 거둬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올 시즌 우승후보로는 SK와 삼성, 현대가 꼽히고 `우승제조기' 김태환 감독을 영입하는 등 팀 컬러를 바꾼 LG 세이커스가 다크호스로 지목된다.

우선 SK는 올 시즌 전력 누수없이 지난 해 우승전력을 그대로 보유, 가장 우승권에 근접한 팀으로 꼽힌다. 재키 존스와 로데릭 하니발 두 용병의 호흡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고, `국보급 센터' 서장훈(207cm)도 프로스포츠 통틀어 사상 최고 연봉인 3억3,000만원의 몸값에 버금가는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3점슈터 조상현이 고감도 슈팅력을 과시하고 있는데다 상무입대로 빠진 포인트가드 황성인의 공백을 새내기 임재현(183cm)이 훌륭히 메우고 있어 가장 짜임새 있는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비록 시범경기지만 4전전승을 거둔 것으로 볼 때 올 시즌에도 지난 해의 고공비행을 이어갈 기세다.

가장 전력 보강이 눈에 띄는 팀은 삼성이다. `거물용병(?)' 아티머스 맥클래리(191cm)와 신인 이규섭의 가세로 팀 전력이 대폭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작은 키 때문에 타 구단에서 외면당했던 맥클래리는 흙을 털고 보니 `진주'였다.

맥클래리는 시범경기 LG전에서 32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기록, `트리플더블'을 신고하며 3년 연속 용병 MVP에 오른 현대의 조니 맥도웰을 잡을 유일한 용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맥클래리는 센터 무스타파 호프와 호흡을 맞추며 로 포스트를 장악, 삼성의 고질적인 리바운드 문제에 숨통을 틔워줄 전망이다. 게다가 신인왕 후보 영순위인 이규섭이 문경은과 함께 토종슈터의 자존심을 지킬 것으로 보이고 이창수 김희선 등 풍부한 `식스맨'까지 갖춰 이번에야 말로 우승을 노릴 적기라며 농구화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현대는 비록 시범경기서 부진했지만 만년 우승후보다. 조니 맥도웰이 부상과 조모상으로 제 역할을 못했고 `캥거루 슈터' 조성원을 내주고 데려온 양희승이 아직 제 몫을 못하고 있어 신선우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게다가 용병 에릭 던(201cm)이 10월초 갑자기 귀국, 마이크 채프먼(195.8cm)으로 급히 대체하는 등 용병파동까지 겪었다.

조니 맥도웰(193cm)과 마이크 채프먼(195.8cm)의 용병진이 10개 구단중 최단신이라는 결정적인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정상탈환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민 추승균을 축으로 한 탄탄한 팀워크가 위력을 발휘할 경우 정규리그 3연패를 달성한 현대의 저력이 빛을 발할 전망이다.

특히 이상민은 지난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자 부친이 직접 작명가를 찾아나서 `민첩할 민(敏)'을 `온화할 민(旼)'자로 개명하는 등 `연봉 킹' 을 서장훈에게 내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며 벼르고 있어 올 시즌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김태환 감독이 이끄는 LG가 다크호스로 등장할 전망이다. 공격적인 수비농구로 팀컬러를 일신하며 토털농구의 새 기치를 내건 LG는 검증된 용병 이버츠와 모블리가 제몫을 해내고 있고 양희승을 내주고 조성원을 데려와 남는 장사를 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따라서 이버츠, 모블리, 조성원의 안정된 득점루트에 포인트가드 오성식과 박훈근마저 득점에 가세한다면 무시할 수 없는 팀이라는 평가다. 시범경기에서도 3승1패를 기록,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다.


대어없는 신인왕 전선

이규섭(삼성ㆍ198cm) 임재현(SKㆍ183cm) 이정래(LGㆍ185cm)의 `3파전'에 기아 엔터프라이즈의 송태영(198cm) 등이 도전하는 양상이다. 시범경기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주전으로 출장한 이들은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쳐 이미 주전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먼저 지난 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이규섭이 눈에 띈다. 198cm의 큰 키에도 불구하고 파워포워드로 활약하는 이규섭은 평균 20점대의 활약을 펼치며 팀연승을 이끌어 김동광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2의 이상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SK의 임재현 역시 상무에 입대한 황성인의 공백을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 2연패를 노리는 SK의 조타수를 맡은 임재현은 10점대의 득점력은 물론 평균 6.25개의 어시스트(3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마쳤다.

대학최고의 슈터였던 이정래도 50%에 육박하는 3점포 성공률을 내세워 이규섭과 임재현의 벽을 넘겠다는 각오다. 또 동국대 출신의 송태영은 시범경기서 부상중인 조동기대신에 출장, 두자릿수 득점에 평균 4개의 3점포를 터트려 박수교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용병·이적생 활약여부에 관심

역대로 용병농사를 잘 지은 팀이 마지막에 웃었다. 4년째 한국무대서 뛰는 조니 맥도웰의 수성에 삼성 아티머스 맥클래리의 도전이 불꽃을 튀기는 가운데 역대 최장신 용병인 스펜서(기아ㆍ207cm)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미 잭슨빌대 출신의 맥클래리는 단신(191cm)임에도 불구하고 탄력과 골 결정력에 속공력까지 지녀 올 시즌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의 플레이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게 분명하다. 맥클래리는 시범경기 LG전서 시범경기 1호이자 통틀어 26번째인 트리플더블을 작성, 이미 용병 MVP를 `찜'해 놓았다.

SK는 지난 해 우승의 주역 재키 존스와 로데릭 하니발과 그대로 재계약했다. 이들이 새롭게 국내리그에 선보인 용병들과 어떤 싸움을 벌일 지에 따라 SK 2연패의 명암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는 검증된 용병 이버츠(197cm)와 모블리(199cm)를 뽑았고 SBS의 데니스 에드워즈(193cm), 삼보의 디온 브라운(192cm), 기아의 듀안 스펜서(207cm)등이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쳐 정규리그를 기대케하고 있다.

특이한 슛폼 하나만으로도 연일 20점이상의 골폭죽을 터트린 에드워즈는 튼튼한 상체를 자랑하고 있어 맥도웰과의 몸싸움이 볼만할 것 같다.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역대 최장신 용병인 스펜서의 정규리그 활약여부.

유일하게 국내 최장신 서장훈에게 눈높이를 맞춘 스펜서는 시범경기 삼보전서 25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등 벌써부터 높이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 용병이 최소한 팀전력의 50% 이상임을 감안할 때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용병들의 성공여부가 팀성적과 비례한다고 할 수 있어 각 구단들이 용병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신인왕 싸움, 용병농사 이외에도 올 시즌 현대에서 이적한 LG 조성원, SBS에서 옮긴 현대 정재근, 조성원과 맞트레이드된 현대 양희승, 상무서 제대하고 복귀한 동양 김병철 등의 활약 여부도 관심거리다.

여동은 체육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1 11:30


여동은 체육부 deyu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