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춤, 아직도 탈선의 온상인가?

`춤바람(?)난 세상'을 취재한 지난 한 주는 흥미와 긴장이 교차하는 `신바람' 나는 시간이었다. 첫 취재 장소로 찾은 압구정동의 한 재즈 댄스 아카데미.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강력한 재즈 리듬에 맞춰 온 몸을 내던지는 젊은이들에게서 생동감 넘치는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얼굴에 송이송이 맺힌 땀방울을 보는 순간 `아, 나도 한번…'하는 충동에 빠지기도 했다.

또 혼자 청승 맞게 동네 비디오방을 찾아가 `쉘 위 댄스'라는 유명 일본 비디오를 빌려보기도 했고, 밤에는 홍대 앞에 있는 살사 댄스바를 찾아가 정열적인 라틴 댄스의 묘미에도 흠뻑 젖어 보기도 했다.

다른 일반 취재 때에는 체험하기 힘든 짜릿한 긴장감도 맛봤다. 난생 처음 서울 시내에 있는 무도 학원들을 찾아 들어가 `춤 좀 배우려고 하는데요' 하는 너스레를 떨며 무도 학원의 운영 실태를 파악했다. 강사들은 대부분 40대 여성들이었는데 주름진 얼굴에 짧은 치마를 입은 그들의 모습은 웬지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역시 압권은 `탈선의 온상'이라는 신당동 중앙시장 골목에 위치해 있는 무허가 사설 댄스 교습소를 찾아 갔을 때였다.

음침한 조명, 붉은 색 비로드 천으로 꾸며진 유치한 실내, 끈적끈적한 음악이 흐르는 사설 댄스 홀은 여전히 이 도시의 음지로 남아 있었다. 나이 지긋한 중년 남녀가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볼 땐 고개를 돌리고 싶었다.

유럽 왕실 무도회장에서 발원된 서양의 볼룸댄스가 우리 사회에서는 왜 이런 음침한 곳으로 흘러 들어와야 했는지, 그럼에도 이들은 왜 굳이 춤을 추려 하는지, 온갖 생각이 교차했다.

이번 취재를 마치며 나름대로 `작은 결론'을 하나 얻었다. 건전한 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자 유희'라는 것. 그리고 실천 항목도 하나 설정했다. 누구보다 춤 취재에 관심을 보였던 이모 차장과 함께 이번 겨울엔 반드시 춤 몇가지는 배워 보겠노라고.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15:01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