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꿈은 자유… 대권주자들 몸풀기

범여권 10龍, 2002년 대선고지 향해 움직인다

`대선 준비 캠프 개설', `대학 특강 행보', `대권 출마 시사 발언', `DJ 개혁 계승론 전파', `참모진 보강', `외곽 사조직 구축', `원내외 위원장들과의 접촉 확대', `해외 인맥 강화' ….

2002년 대선 고지를 향한 범여권 차세대 주자의 발걸음이 부쩍 분주해지고 있다. 2002년 1월께로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내년 중반기부터 본격적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라고 보고 몸풀기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범여권 인사중에는 10여명이 `용꿈'을 꾸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 12명 가운데 한화갑 이인제 김중권 정동영 김근태 정대철 최고위원 등이 대권 도전의사를 굳혔거나 출마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또 민주당적을 갖고 있는 고건 서울시장,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과 자민련 총재인 이한동 총리도 자천타천의 예비주자로 거론된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도 최근 “2002년에 대선과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가 있는데 둘중 어느쪽에 출마할지 고민”이라며 대권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인제 최고위원 대권준비 `스타트'

가장 먼저 대권준비에 들어간 인사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민주당 이인제 최고위원. 이 위원의 측근인 박범진 전 국민신당 사무총장과 김충근 전 국민신당 대변인은 지난 10월말 30평 규모의 마포 H 오피스텔을 임대해 입주했다.

김충근씨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쉬기 위한 사무실”이라고 말했으나 정가에선 `이인제 캠프의 정책ㆍ전략을 다듬을 씽크탱크'란 분석이 있다.

또 이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해 여의도 정우빌딩에 `21세기 국가경쟁력연구회'란 캠프 사무실을 마련했다. 연구회는 CBS 보도국장 출신인 한용상 기조위원장과 신한국당 지구당위원장을 지낸 김창석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대선때 이인제 후보를 지원했던 `개미군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21세기 산악회'는 외곽 지원세력이다. 이 위원은 요즘 수도권 영남권 호남권 충청권의 대학을 돌아다니며 특강을 통해 김대중 대통령의 남북관계론 계승과 경제개혁의 지속적 추진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8월말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기록한 한화갑 최고위원은 정중동(靜中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는 공개적인 대권 행보는 자제하는 대신 최고위원 경선이후 미국을 2번, 필리핀을 한차례 방문하는 등 해외 행보에 주력했다. 그는 최근 미국을 방문, 국무부 관계자 및 교민들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요즘 경제 및 남북관계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리틀 DJ'의 이미지 부각에 신경쓰고 있다. 한 위원은 최고위원 경선 캠프로 쓰던 여의도 기계회관빌딩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주환씨를 정책보좌관에 임명했다.

한 최고위원은 아직 대권 도전에 대해 딱부러진 언급을 한 적이 없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한 위원측이 킹 메이커로서 당권을 분담하거나 직접 대선에 나서는 방안 등을 놓고 고심하는 것 같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경북 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최고위원도 기존의 서대문 임광빌딩 사무실 보좌진을 강화했다.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조은희 보좌역과 이형록 보좌역 등 기존팀에 박철언 전의원 보좌관을 지낸 황태순 정책보좌역과 매일신문 기자 출신인 이헌태 공보보좌역을 충원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두환ㆍ노태우 전대통령 등 TK지역 원로 10여명을 잇따라 만난데 이어 영ㆍ호남을 집중적으로 오가면서 “동서 화합의 다리가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의 눈빛만 봐도 안다'고 말하는 김 최고위원은 11월23일부터 5일간 `아시안+3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김 대통령을 수행한다. 김 최고위원은 영남지역에 자주 내려가기 위해 지난달 대구에 거처를 마련했다.


보좌진 보강 긍 대권행보 가시화

또한 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생각”이라며 공공연히 대권도전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장관직에 전념하는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선 행정 경험을 쌓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노 장관은 10여년간 운영해온 지방자치연구소와 후원회 사무실을 통합해 최근 여의도 신송빌딩에 `지방자치경영연구원'을 열었다.

이 연구원에는 83학번인 이광재, 정동수씨 등 젊은 보좌진 6명이 일하고 있다. 노 장관측은 “영남 후보가 나서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최근 여의도 미주빌딩에 60평(실평수 36평)의 사무실을 계약하고 `개혁 캠프'를 차렸다. 그는 11월초 국정감사가 끝난 뒤 사무실 개소식을 가진 뒤 지방 순회강연에 나설 예정이다. 재야 출신인 김 최고위원은 앞으로 `투명한 시장 시스템 구축과 부패 없는 신뢰사회 구축'을 강조할 생각이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최고위원 경선 캠프로 사용하던 여의도 보이스카우트 빌딩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는데 연말에 보좌 인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전북 출신인 그는 11월9일 김해지구당 초청 특강을 갖기로 하는 등 영남권 공략에 정성을 쏟고 있다. 47세인 정 최고위원은 야당의 남북관계 속도조절론에 대항해 `속도 유지론'을 펴는 한편 `새 물결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

4ㆍ13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정대철 최고위원은 11월2일 공주대 산업과학대학원 최고지도자 과정에서 `한국인의 의식구조 특성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강을 하는 등 서서히 워밍업을 하고 있다. 그는 최고위원 경선 때 쓰던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 사무실에 2명의 보좌진을 상근자로 두고 있다.

고건 서울시장은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대권 출마 가능성을 묻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대권 출마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으나 그의 주변에선 대권 도전론이 꾸준히 거론된다.

야당측은 고 시장의 대권 프로젝트 준비를 위한 `동숭동팀'이 존재한다고 주장했으나 고 시장측은 “대권 준비팀은 전혀 없다”고 부인한다. 하지만 고 시장은 당정협조를 고리로 신계륜 의원 등 민주당 원내ㆍ외 지구당위원장 등과 종종 만나는 등 꾸준히 정치권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이한동 총리는 자민련 소속이지만 여권의 잠재적 주자로 거명된다.

이 총리는 총리직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개인 사무실을 폐쇄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지난 총선 때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제기한 `신(新)왕건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이 총리가 총리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경우 보수층을 중심으로 `이한동 대망론'이 나올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갖고 있다. 그의 측근들은 이 총리가 3김씨와 모두 좋은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만일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이 이뤄질 경우 이 총리는 범여권의 후보군에 편입될 수 있다. 그러나 양당간의 공조가 물건너 갈 경우 이 총리는 자민련의 독자 후보로 나서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후보간 합종연횡 등 변수 많을 듯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11월3일 기자와 만나 “2002년 6월 월드컵이 끝난 뒤 대선을 앞두고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차기 대권도전 의사를 내비쳤다.

정 의원은 “2002년 5월말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가 있고, 12월엔 대선이 있어서 둘 중 어느 한쪽에 출마하든지 둘 다 그만 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출직 공직자는 큰 선거가 있으면 직접 나서거나, 약자나 강자를 밀든 어떤 식으로든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으나 대선 국면에서 여권과 야권 중 어느쪽에 합류할지는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정 의원은 최근 박정호 전 한국경제신문 정치부장을 공보특보로 임명하는 등 보좌진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범여권의 `잠재적 10용(龍)' 모두가 대선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서울시장 등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로 교통정리되거나 중도포기해 다른 주자와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가 관측통의 분석이다.

김광덕 정치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15:40


김광덕 정치부 kd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