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살아 남는다

다양한 기능성화장품 개발로 활로 모색

1992년 태평양의 라네즈 립스틱 `밍크 브라운'은 무려 80만개가 팔렸다. 통상 2만~3만개를 넘기면 잘했다는 소리를 들었던 국내 화장품 업계에 일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밍크 브라운의 뒤를 이어 각 사에서는 이와 유사한 제품을 수없이 내놓았고 밍크 브라운은 특정 제품의 이름이 아니라 색깔의 일종을 뜻하는 일반명사가 되다시피 했다. 밍크 브라운의 성공 비결은 반짝이는 아이디어.

립스틱이란 빨갛고 선명해야 한다는 기존 통념을 뒤엎고 어둡고 탁하며 다소 칙칙한 이미지를 주는 새로운 색깔을 만들어 낸 것.

몇년 전부터 기초와 색조에 이어 제3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기능성 제품도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아이디어 상품이다.

현재 나와있는 기능성 화장품은 크게 주름 방지와 미백, 자외선 차단 그리고 두발 제품으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름개선과 탄력증진으로 대표되는 노화방지제품은 소득수준 향상과 건강한 노년에 대한 관심 증가로 지난해 국내업체만 820억원 어치를 생산했을 만큼 활성화되어 있다.

올해는 10% 정도 늘어난 900억원 어치의 제품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기능성 제품을 응용, 점점 다기능, 고기능화 하는 추세다.

또 1~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 보다 직접적인 효과를 볼 수 있게 하는 기능성 프로그램 제품도 인기다.

라미 화장품이 지난 여름 출시한 `지오링클 P&R 시스템'은 8주간 3단계로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태평양의 `헤라 화이트 프로그램'도 6~8주간 턱이나 목 등 피부가 늘어지기 쉬운 부위에 집중적으로 바르는 제품.


기능성제품 개발에 주력

기능성 제품은 개발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새로운 종류가 나올 수 있다. 얼마 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한방 화장품과 비타민 C 제품이 좋은 예. 태평양은 다섯가지 한방 생약 성분을 이용한 `설화수 자음생 크림'으로 중장년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또 레티놀의 뒤를 이어 랑콤에서는 비타민 C를 화장품에 담아낸 `비타볼릭'으로 레티놀 못지 않은 선풍을 불러 일으켰다.

헬레나 루빈스타인의 `포스씨'와 코리아나의 `오렌지 색 엔시아' 엘리자베스 아덴이 최근 개발한 미백 제품 `비지블 화이트닝 퓨어 인텐시브 캡슐' 등도 모두 비타민 C 제품이다.

최근에 나온 일반 제품들 중에도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이 많다.

로제 화장품이 얼마전 내놓은 `마자린 퍼밍 마사지 팩'과 애경산업의 `포인트 화이트 머드 히팅 마스크'는 제품에 피부 온도를 상승시키는 성분을 가미, 마사지 전에 모공을 넓히기 위해 뜨거운 수건을 써야하는 번거로움을 없앴다.

코리아나에서 나온 가루세안제 `플러스템 엔자임 파우더 워시'도 참신하다. 액체나 젤, 혹은 크림 타입인 일반 클린싱 제품에 반해 끈적임이 덜하고 각질 제거 효과도 좋다.

또 샤넬의 `고마쥬 카레스 레브르'는 기존 각질 제거제와는 달리 입술만을 위한 제품이다. 두가지 크림과 막대를 이용, 각질 제거와 수분을 공급해준다.

태평양의 기미제거용 `헤라 화이트 포스 패치'는 접착식 패치로 되어 있어 크림을 바르고 닦아내고 하지 않고 기미가 있는 부위에 밤새 붙이고 자기만 하면 되도록 간편하게 만들었다.

화장품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국산과 외제를 막론하고 누가, 얼마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한다.

특히 기초와 기능성 제품 생산 기술에 관한한 세계 수준급인 국산 브랜드들로서는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들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외국 화장품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는 출발점으로 보다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16:23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