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분신 30주기] 전태일, 조영래, 장기표와 '지하 베스트셀러'

전태일에 대한 대표적인 서적은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와 `전태일 평전'이다. 모두 돌베개가 출판했다.

전자는 전태일의 일기와 수기, 편지 모음이고 후자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전기 겸 연구서다. 이중 전태일 평전은 30만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노동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조 변호사가 평전을 쓴 데는 운동권 친구였던 장기표 신문명정치연구소장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 장 소장은 전태일의 시신이 안치된 성모병원 영안실로 가장 먼저 달려갔던 사람 중 하나.


장 소장은 1982년 청계피복노조 전 간부가 돌베개사로 가져온 전태일 유고의 복사본을 조 변호사에게 전달해 글을 부탁했다. 당시 조 변호사는 민청학련사건으로 6년간 도피생활을 하다 수배해제돼 변호사 개업을 준비중이었다.

1983년 6월 출판된 평전은 조영래 변호사가 아니라 `전태일 기념관 건립위'를 저자로 해서 나왔다. 당시 독재체제에서 저자를 밝히는 것은 금기였다.

당국은 이 책에 대해 즉시 판금조치를 내렸고 출판기념회도 경찰을 투입해 원천봉쇄했다. 하지만 이 책은 운동권의 필독서로 애독되면서 1991년 개정판이 나올 때까지 `지하 베스트셀러'가 됐다. 조 변호사는 1990년 12월 폐암으로 타계해 평전에 자신의 이름이 저자로 인쇄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1991년 개정판 1쇄와 2000년 3월 개정판 중쇄의 권말에는 장기표씨가 발문을 실었다. 장씨가 쓴 발문의 한 부분. “전태일은 그의 위대한 죽음으로 그의 삶이 더더욱 빛나는 것이지만, 조영래는 그의 빛나는 삶으로 전태일의 뜻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꿈과 희망을 이룬 인물이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16:31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