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돈 들인 만큼 강해질까?

첨단무기 도입 박차, 효율성 논란 여전

21세기 한국군의 좌표는 첨단 정보ㆍ과학군이다. 어떤 유형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정보ㆍ과학군이 필요한 것일까.

국방부는 최근 내년도 국방예산 내역과 `2001~2005년도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래전쟁의 일단을 밝혔다. “앞으로 군 전력증강 사업의 중점을 한반도를 둘러싼 미래의 불특정 위협에 대비하는데 두겠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의 세력관계 변화가 한반도 주변에서 빚어낼 불확정성에 대비하겠다는 이야기다.

북한 재래식 전력의 위협에 대한 평가를 일단 유보한다면 한국은 주변의 불확정성에 어떤 형태로 대비해야 할까. 일본 중국에 맞대응해 군비경쟁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일반적인 해답은 최소한의 억지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억지력은 `승리의 대가로 흘리는 피가 너무 많다고 판단되면 쉽게 공격할 수 없다'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전쟁 예견력과 `한방'으로 대변되는 보복능력을 포함하는 최소한의 억지력은 국가 체면유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신무기 도입, 군 구조개혁과 병행돼야

국방부의 내년도 국방예산 세부내역과 국방중기계획에서 최소한의 억지력을 위한 구체안을 밝혔다.

내년도 신규 전력증강사업 예산은 차세대 전투기(FX)사업 1,075억원, 차세대 공격헬기(AH-X)사업 713억원, 이지스함(KDX-3)도입사업 착수금 58억원, 차기 대공미사일(SAM-X)사업 200억원, 무인정찰기(UAV)확보사업 470억원, 전자광학 영상장비(EO-X)도입사업 151억원 등이다.

국방중기계획의 핵심사업은 이지스함(KDX-3)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공중급유기 도입사업이다. 이지스함 도입은 2001년 시작돼 2008년 전력화를 계획중이고,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공중급유기 사업은 각각 2002년과 2005년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 중 차기 대공미사일과 차세대 공격헬기, 무인정찰기 사업 등은 대북 억지용이다. 반면 차세대전투기와 이지스함,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는 주변국과의 유사사태에 동시에 대비할 수 있는 무기체계다.

고가의 신무기 도입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예산이다. 국방예산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국민에 대한 설득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한정된 국방예산에서 신무기 구입비를 염출하기 위해서는 아울러 군구조에 대한 재조정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

군구조 재조정은 단순한 비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첨단 신무기의 운용은 머릿수가 중시되는 소총부대와는 전혀 다른 작전개념과 시스템을 요구한다. 시스템의 개혁이 없으면 신무기는 절대 돈값을 하지 못한다.

내년도 국방예산은 15조3,754억원. 국방부는 당초 지난해에 비해 8.6% 늘어난 15조6,777억원을 요구했으나 예산심의 과정에서 6.5% 증가로 조정됐다. 이중 전력투자비는 작년에 비해 2.4% 줄어든 5조2,137억원이다.

일부에서는 국방부가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라 지상군 위주의 군구조를 개혁함으로써 미래 핵심전력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기 국방계획 사업에 포함된 이지스함은 해군이 경(輕)항공모함과 함께 가장 도입을 원하는 무기다. 이지스함은 이지스(AEGIS) 시스템을 탑재한 전투함을 이른다. 이지스 시스템은 복수목표 동시추적과 복수목표 동시타격 능력으로 요약된다.

이지스 시스템은 미 해군이 소련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항공모함 전투단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다. 이지스란 이름을 그리스 신화의 주신 제우스가 쓰는 방패에서 따온 것도 이 때문이다.


“대양해군으로 가는 길은 이지스함 도입”

이지스 시스템의 핵심은 고정식 위상배열 레이더(SPY-1). 이 레이더는 전통 회전식 레이더와는 달리 사각(死角)이 없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함정의 사방에 부착된 고정식 안테나에서 전파를 주사해 전 방향을 동시에 수색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내습하는 복수의 목표물을 커버할 수 있다. 이 레이더는 강력한 사격통제 장치와 결합돼 자신뿐 아니라 전 함대에 대한 방호망을 형성한다.

미국의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의 이지스 시스템은 200개 이상의 목표를 동시 추적해 최다 24개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지난해 연평해전 당시 한국 해군이 북한 미사일 기지에서 날아올지 모를 대함 미사일에 크게 긴장했던 사실을 상기하면 이지스함의 효용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이지스 함정은 초기의 타이콘데로가급과 개선된 알레이버크급이 있다.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은 만재배수량 1만톤으로 척당 건조비용은 10억 달러에 달한다.

미 해군은 현재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함을 29척 보유하고 있다. 타이콘데로가급에 비해 다소 경량화한 알레이버크급의 만재배수량은 약 9,000톤. 일본 88함대의 핵심전력인 콩고급 이지스 구축함은 알레이버크급을 기초로 건조된 것이다. 일본은 4척의 콩고급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4척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해군은 이지스함 도입사업(KDX-3)을 위해 당초 1996년부터 시작돼 2003년부터 전력화할 예정이던 4,000톤급 차기구축함(KDX-2) 사업을 크게 축소했다. 5척 이상으로 계획했던 KDX-2를 3척만 진수시키고 대신 이지스함에 재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다. 현재 한국 해군의 1차적 과제는 이지스함 도입이 아니라 노후한 기어링급 구축함을 대체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주력함으로 활용되는 기어링급 구축함은 미 해군의 퇴역 함정을 저가에 들여와 선령이 대부분 50년에 가깝다. 아울러 방어할 함대가 없는데 이지스함을 도입해서 무엇할 것이냐는 비판도 있다.

해군은 그러나 이지스함의 선진 기술을 조기에 습득하고, 나아가 장차 대양(大洋)해군 육성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대양에서 단독작전을 수행하는 함대에 있어 대공, 대함, 대잠 능력과 신속한 대응능력을 갖춘 이지스함은 필수 불가결하다.

이지스함을 도입할 경우 미국 알레이버크급을 베이스로 하되 함정의 배수량을 4,000~5,000톤으로 축소조정한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해군은 3척의 이지스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공중급유기 공군전력에 획기적 변화

조기경보기는 한국군의 공중정찰 능력을 한차원 높여 미군에 대한 정보종속성을 탈피하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조기경보기는 공중에서 반경 350~400km 이내의 목표물 수백개를 동시에 탐지함으로써 아군 전투기와 지상군의 눈ㆍ귀 역할을 하게 된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4대를 도입할 조기경보기 사업예산은 1조8,000억원.

현대 공중전은 레이더의 조기탐지력과 미사일 성능의 싸움이다. 개개 전투기의 레이더 탐지능력을 훨씬 초월하는 조기경보기는 전투기의 생존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이게 된다.

내년 2월 말까지 사업제안서가 접수될 이 사업에는 세계 각국의 8개사가 참여의사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보잉사(B-737 AEW&C), 노드롭 그루먼사(E-2C), 레이시온사(A-300), 걸프스트림 제너럴 다이내믹스사(EC-37), 그리고 이스라엘의 IAI 엘타사(팰콘), 러시아의 프롬엑스포르트사(A-50), 프랑스 톰슨 CSF사(ERJ-145), 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스페인 합작의 DASA사(A-310) 등이다.

조기경보기는 일본이 이미 4대를 운용하고 있고, 중국도 조만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으로서는 주변국과 최소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2005년부터 사업이 시작돼 우선 2대가 도입될 공중급유기는 공중 공격력 향상에 필수적이다. 공중급유기는 조기경보기와 전투기의 체공시간을 연장함으로써 작전반경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특히 재급유 장치를 장착한 한국 공군의 주력 F16 전투기는 공중급유기와 호흡을 맞춰 한반도 영역을 넘어서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보복공격을 가능케 하는 공격용 무기인 공중급유기는 한국 공군에 새로운 전략적 공간을 열어줄 전망이다.


육군 핵심전력으로 운용될 공격헬기

육군 전력증강을 위한 대표적 사업은 2조원을 들여 2004년까지 40대를 전력화할 차세대 공격헬기(AH-X)의 도입. 국방부의 요구성능조건(ROC)은 쌍발 엔진과 최대 순항속도 시속 240km 이상 및 대전차 유도탄, 공대공 유도탄, 기관포 등의 무장이다.

최신 항법 및 표적탐색 능력, 적 방공망으로부터의 생존능력도 포함된다. 공격헬기는 입체고속기동전과 주야간 악천후 상황에서 육군의 핵심 공중타격 전력으로 운용된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후보기종은 미국 벨사의 AH-1Z, 보잉사의 AH-64D 롱보우 아파치, 시코르스키사의 AUH-60, 그리고 러시아 카모프사의 복좌형 KA-50-2, 미르 모스코사의 M128, 유로콥터사의 타이거, 남아공 데넬사의 루이발크 등 7개. 이중 선정된 헬기는 지난해 4월20일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에 편입돼 현재 운용중인 500MD와 AH-1S를 대체하게 된다.

공격헬기는 무엇보다 `탱크킬러'의 임무를 맡게 된다. 현재의 500MD는 작전반경이 제한적이고 무장이 토우 미사일 4기에 그친다. 토우 미사일은 발사 후 표적에 명중할 때까지 눈으로 보면서 계속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헬기가 피격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차세대 공격헬기는 발사된 미사일이 스스로 목표를 찾아가는 `파이어 앤 포겟'(Fire & Forget) 시스템을 갖게 된다. 미사일 발사 후 헬기가 숨거나 바로 다른 목표로 이동할 수 있어 그만큼 적의 화력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진다.

차세대 무기 중 비교적 논란이 큰 것은 2조4,000억원이 투입될 공군 대공미사일(SAM-X) 사업이다. 배치된지 30년 이상이 돼 미국과 대만 등에서는 이미 도태된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을 대체하자는 것이 SAM-X 사업. 나이키 허큘리스는 1998년 12월 인천에서 오발사고를 냈던 미사일이다.

논란을 빚는 첫째 이유는 후보 기종으로 미 레이시온사의 패트리어트(PAC)-3 하나만 접수돼 수의계약 형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러시아제 S-300 미사일이 성능과 가격에서 유리하다는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측이 참여를 거부하는 바람에 일어난 현상이다. 수의계약으로 진행될 경우 가격, 기술이전 협상 등에서 한국측은 매우 불리하게 된다.


대공미사일 차세대 전투기사업 논란

또하나는 효율성 문제. 전장종심이 좁은 한반도에서 미사일은 전투기 요격에 비효율적이고 더욱이 PAC-3는 탄도미사일 요격에서도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군은 “도입대상인 PAC-3는 걸프전에서 사용된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개량형으로 미사일 요격기능이 강화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공군이 F16 전투기를 제외한 구형 전투기를 대량 교체해야 하는 시점에 고가의 미사일을 구입하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그치지 않고 있다.

장차 F16기를 대체할 차세대 전투기(FX) 사업 역시 논란거리다. 내년 4월 기종이 결정돼 4조3,000억원이 투입될 FX사업은 신규 전력증강 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논란의 핵심은 후보기종인 F15K와 프랑스의 라팔, 유로파이터 등이 성능 면에서 과연 F16의 차세대 기종인가에 있다.

전력화하는 시기가 되면 이미 `구세대 전투기'로 취급받을 기종에 거액을 들이는 것은 앞뒤가 안맞다는 주장이다. 우선 국내에 생산라인이 있는 F16을 추가 생산해 배치하고, 차세대 전투기는 미국이 개발중인 F22 랩터나 JSF로 선택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는 여기서 나온다.

좋은 무기는 걸맞는 군의 조직과 의식구조가 없으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1991년 걸프전을 전후해 미국에서는 `군사혁신'(RMA)이 화두로 등장했다. 군사혁신은 첨단과학무기와 군사 시스템을 정교하게 결합하기 위한 노력을 말한다.

미군의 군사혁신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등장한 것은 무기에 못따라가는 조직과 사고방식이었다. 우수한 무기를 가지면 누구든 웬만큼은 잘 싸울 수 있다. 관건은 `비용 대 효율'이다. 돈 값어치를 할 만큼 무기를 잘 쓸 수 있어야 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18:30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