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이 시대 보편적 진리에 대한 통찰

■ 西洋知性史(서양지성사)
(이수인·시수윤 지음/법문사 펴냄)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이 시대의 화두는 `경제'와 `과학'이다. 정보통신, 유전공학, 신경제 이론, 세계무역자유화 등 국가 경영이나 국제 관계에 있어서 주논의 대상이 되는 것은 모두 시장경제 활성화나 현대 과학에 관한 내용이다.

하지만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인류의 가장 큰 관심사는 `철학' `이념' `이데올로기' 같은 사상 논리였다. 이것으로 인해 동서냉전이 생겼고 심지어는 피비린내나는 전쟁까지 일어났다.

아직도 이 시대를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은 이런 철학과 사상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西洋知性史'(이수인 시수윤 공저)는 이 시대에 한번쯤 읽어볼 만한 교양서이다.

이 책은 정치사상사, 경제사상사, 철학사상사 같이 어느 특정 분야를 다룬 사상사가 아니다. 개별 사상을 논의하면서 그것들이 지적으로 융합해 또하나의 사상적 통일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과연 무엇이 이 시대의 보편적 진리인가'를 설명한다.

저자는 오늘날 절실한 시대적 사상 체계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한다. 그는 오늘날 사상적, 학문적, 현실적 문제점으로 `극단적인 전문화'를 첫손 꼽는다.

학문과 사상은 물론이고 노동에까지 지나친 세분화가 이뤄져 각기 고립적으로 나가는 바람에 각 분야간의 상호 연관성과 지적 융합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맹위를 떨치는 세계주의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있다. 1980년대 말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 자본주의 강대국에서 나오기 시작한 세계주의는 다국적 기업의 이익 만을 추구하는 등 사실상 강대국의 또다른 민족주의의 하나라고 꼬집는다.

따라서 올바른 세계 질서는 민족주의를 인정하면서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구현해나가는 국제주의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또 신자유주의의 발흥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예전 공산주의가 확산될 때 자본가 계급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민주주의적 복지국가 건설에 동조하며 비용을 부담하려 했지만 공산주의가 무너진 지금, 그들은 복지국가의 이념을 송두리째 거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진 자들은 이제 `정부 역할 축소', `시장 무한 경쟁'을 주장하며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있는 자유 방임주의적 자유주의로의 복귀를 고집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성적 국가 권력의 적극적 역할이 이뤄지는 민주주의적 복지국가를 구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저자는 책 전편에 걸쳐 계급적 이데올로기와 민족주의, 국가 권력의 적극적 개입 등 다소 보수적인 시각에서 글을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시대마다 나타난 자유주의와 사회사상에 대해 나름대로 참신한 분석을 곁들이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1/07 20:16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