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건강차로 겨울나기

갑작스레 떨어진 수은주가 벌써 겨울이 시작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계절도 어느덧 11월로 접어들어 가을의 막바지에 다다른 요즘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에 움츠러드는 몸이 왠지 따뜻한 차 한잔을 생각나게 한다.

가을은 그야말로 차와 가까워지기 좋은 계절이다. 차가운 기온과 바람이라는 기후적 요소에 형형색색의 단풍과 낙엽이라는 분위기마저 차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건강을 도모하는 차를 마실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알려진 대로 차는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건강 기호음료로서 유사이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애용되어 왔다. 중국의 다성(茶聖) 육우가 지은 다경(茶經)에 따르면 기원전 2700년경 신농시대부터 차를 마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미 차나무가 존재했기 때문에 5,000년전부터 차가 음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의약의 신'으로 추앙받는 신농이 산천을 돌아다니면서 초목을 입에 넣고 식용과 약용의 가부를 실험하던 중 독초에 중독되어 쓰러졌다가 차잎을 먹고 살아났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차는 처음부터 기호음료로 마셨던 것은 아니며 우연히 약용으로 발견된 후 점차 경험에 의해 알려진 효능으로 인해 오랜 세월 민간의 상비약으로 널리 이용되었던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미국이나 일본, 유럽 등에서 차의 효과에 대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차의 음용이 방광암 또는 결장암, 유방암 등의 발병위험을 감소시키며 알레르기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에 함유된 탄닌 성분이 인체 내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을 죽이는 살균효과를 나타내고 술 담배의 해독, 항스트레스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미루어 차는 단순한 기호음료의 차원을 넘어 각종 신체의 이상 및 질병증상에 약리작용을 발현, 건강을 지켜주는 식품으로 볼 수 있다.

차의 약리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한방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한방에서도 차의 다양한 약리작용에 주목, 일찍이 차를 약삼아 마실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질병이 발생했을 경우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겠지만 증상별로 치료의 보조제 또는 질병 예방을 위해 차를 음용토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의 음용은 질병의 치료에 도움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의 음용은 단순한 멋이나 기호의 차원을 넘어서 건강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가정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한약재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면 특정 증상을 예방 또는 개선시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정에서 마시는 한방차는 증상에 따라 재료로 사용되는 약재가 달라지는데 우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증세가 있을 경우 금은화와 하고초를 재료로 한 쌍고차와 감국, 산사, 볶은 결명자를 재료로 한 국결차를 마시면 증상의 개선에 효과가 있다.

또 불면증이나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용안육과 볶은 산조인을 재료로 한 용안조인차 또는 창포, 매실, 대추 등을 재료로 하는 창포차를 마시면 좋다.

이와 함께 식생활의 변화와 운동부족 등으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변비환자의 경우 결명종용차 또는 행인과 백자인, 마자인 등이 함유된 통변차를 마시면 효과가 있으며 소화불량으로 식욕부진과 함께 속이 더부룩한 증상 등이 있을 때는 인삼백출계피차나 곽향후박진피차를 음용하면 증상개선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

이외에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남성 성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원기를 강화시키고 신정을 활성화시켜 주는 약재들인 음양곽과 인삼, 육종용 등을 재료로 하는 음양곽인삼육종용차나 음양곽두충차, 복분자와 두충 황정 등이 함유된 복분자두충황정차를 음용하면 증상의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11/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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