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여야 '수'싸움, 이변은?

이번 주간 초ㆍ중반의 정가 뉴스는 국회 대정부 질문을 중심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13일 정치분야, 14일 외교안보통일분야에 이어 17일까지 대정부 질문(15일 경제1, 16일 경제2, 17일 사회ㆍ문화)을 이어간다.

이번 대정부 질문은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이슈들이 많아 여야간 공방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정감사의 여세를 몰아 '정현준ㆍ이경자 의혹사건', 검찰의 4ㆍ13총선 편파수사 논란, 인사편중 시비, 공적자금, 기업퇴출문제, 남북관계 등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내각총사퇴 등의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 모든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석, 국민여론을 호도하고 개혁을 발목잡고 있다"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처리가 최대 이슈

그러나 국회 대정부 질문은 이번 주 정가 뉴스의 '맛뵈기'에 불과하다. 진짜 큰 관심사는 검찰총장 및 대검차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처리 결과다.

여야는 이미 15일에 국회 본회의에 한나라당이 발의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기로 합의했으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보고 후 72시간내에 처리키로 돼 있는 국회법에 따라 17일 처리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실제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질 지는 다소 유동적이다. 민주당이 자민련과 함께 표결안의 본회의 상정 직후 집단 퇴장해 버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검찰 지휘부 탄핵소추안 대처 과정에서 자민련을 설득, 일단 자민련의 입장을 탄핵안 반대쪽으로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이번 기회에 검찰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자민련내 강경파들도 "당론에 따르겠다""공권력을 그렇게 흠집을 내서는 안된다"는 등의 입장으로 돌아섰다.

여기에는 김종필 명예총재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 JP는 최근 당내 인사들에게 "검찰지휘부 탄핵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익론을 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주요 당직자들도 자민련 의원들에게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을 경우 발생할 '가공할 사태'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은 신당동 자택으로 JP를 찾아가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부탁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측도 이탈 가능성이 있는 자민련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는 바람에 자민련 의원들을 놓고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치열한 로비경쟁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민련에 줄 '떡'이 많은 민주당이 일단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무엇보다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에 자민련의 숙원인 교섭단체 구성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총장과 대검차창 탄핵소추안이 탄핵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국회법 절차를 존중해 국회 본회의 보고를 수용한 만큼 한나라당도 앞으로 교섭단체 요건을 낮추기 위한 국회법 개정문제를 국회법대로 처리하자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과거처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실력저지를 하지 말고 표결로 처리하자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자민련의 협조를 확보했다고는 하지만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지는 표결은 크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133명 전원이 참석해서 가표를 던진다는 가정하에 민주당과 자민련에서 4명의 이탈표가 나오면 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다소 모양은 사납지만 국회법상 허용된 의사표시인 집단퇴장을 함으로써 이 사안을 마무리짓겠다는 복안이다. 탄핵안이 가결될 결우 이 결과는 즉시 헌법재판소로 이송되며 이 때부터 검찰총장과 대검차장의 권한은 정지된다.

헌재는 6개월이내에 결론을 내도록 돼 있지만 이 기간에 대통령은 후임자를 임명할 수 없어 검찰권이라는 공권력의 핵심이 완전 공백상태를 맞게 된다.

이런 사태가 초래되는 것이 야당에도 반드시 유리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민주당은 안전하게 집단퇴장 카드를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귀띔이다.


민주 자민련 묶어주는 효과?

탄핵정국이 이렇게 흘러가자 정작 당황한 쪽은 탄핵소추안을 제기한 한나라당이다.

탄핵소추안이 그동안 틈이 벌어졌던 민주당과 자민련을 다시 묶어주는 효과를 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회기내에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허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나라당내에서 전략적인 실패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검찰을 혼내 준 ' 효과가 적지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2002년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토록 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0/11/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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