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겨울철 생활리듬

겨울의 길목이라는 입동(立冬)을 지나 이제는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고 거리에 지나는 행인의 옷차림마저 두툼해지는 것을 보며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한다. 웬지 바깥에서의 활동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따뜻한 실내와 뜨끈한 차 한잔이 그리워지는 것도 바로 이 시기다.

겨울의 계절적 기운은 한의학적으로 볼 때 장(藏)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곧 저장한다는 의미로 이듬해 봄부터 사용하게 될 인체 에너지를 저장한다는 뜻이다. 즉, 양기를 함부로 동요시켜서는 안되고 만물을 저장하고 간직해야 하는 계절이 바로 겨울철인 것이다.

실례로 겨울철이 되면 대다수의 사람이 바깥에서보다는 실내에서의 활동을 많이 하게 되고 자연 또한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활동 외에는 생명활동을 최소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일련의 모습은 바로 계절에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계절적 기운의 특성을 무시하고 몸을 함부로 혹사시킬 경우 당장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듬해 봄에 각종 질병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인체는 변화하는 계절에 맞게 적절한 생활리듬을 유지시켜줄 때 비로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겨울철은 다른 계절과 달리 살을 에이는 듯한 혹한의 기온이 계속되는 기후적 요인까지 더해져 이래저래 각종 질병의 발생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평소 생활 속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상에서 보면 흔히 겨울철에 다발하는 질환으로는 중풍을 비롯해 각종 피부질환 및 호흡기질환 등을 들 수 있다.

이중에서도 특히 중풍은 계절적 특성상 혈관이 수축되고 기혈의 순환이 느려지는 겨울철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발병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 또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또 이러한 위험인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새벽운동 등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특히 50세가 넘은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겨울철은 실내공기가 건조해지고 탁해져 건선이나 가려움증, 건성피부염 등 각종 피부질환이 다발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따라서 춥다고 무조건 실내공간을 밀폐시키기보다는 가끔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호흡기 질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이외에 겨울철에는 차가운 외부와 따뜻한 실내의 기온 차이가 너무 커 감기를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도 많이 발생한다. 특히 최근 들어 감기를 발생시키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크게 늘어난데다 사람들의 면역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감기로 고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고 합병증을 유발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건강한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몸이 허약한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보온 유지에 신경을 쓰고 기온이 차가운 외부에서의 활동은 최소화하는 것이 감기의 예방을 위해 도움이 된다.

한편 겨울철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서는 섭생에도 신경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녹차나 꿀차, 오가피차 등을 음용하는 것이 좋다.

녹차에는 카페인과 비타민 C 등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카페인은 커피나 청량음료 등에 들어 있는 카페인과는 달리 몸을 해치거나 습관성이 되지 않고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며 특히 비타민 C는 감기의 예방 및 기침, 천식 등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꿀은 피로회복과 함께 자양강장에 효과가 있으며 오가피는 균형이 깨어진 신체기능을 정상화 시켜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어 피로회복은 물론 심신의 기능을 높이고 기력을 강화시켜 준다.

이외에 쌍화탕 또는 갈근탕 등 겨울철 보약을 복용하는 것도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이들 약물은 체내에 부족해진 기혈을 보충, 인체의 저항력을 크게 강화시켜 주어 감기는 물론 각종 질병 발생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11/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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