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정선 화암동굴

강원도 골짜기에 돈 놓고 돈 먹기 바람이 불고 있다. 정선군 고한읍의 내국인 카지노.내장객이 하루 평균 2,000명이 넘고, 매출이 5억여 원에 달한다고 한다. 산세 때문일까. 정선 땅은 예로부터 뭉칫돈과 인연이 많은 곳이다.

동강을 따라 목재 장사를 하는 떼꾼의 주머니가 항상 두둑했고, 석탄이 산업화의 근간을 이룰 때에는 탄광촌에 홍수같이 돈이 넘쳤다. 깡다구와 운을 겸비한 사람은 팔자를 고칠 수 있는 백두대간의 엘도라도였다.

금광도 있었다. 정선군 동면의 천포광산은 일제시대 전국 5위의 생산량을 자랑하던 대형 금광이다. 지금은 금을 캐는 본연의 업은 접었다. 대신 갱도를 손질해 관광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다름아닌 정선의 새로운 명물로 부상한 화암동굴이다.

화암동굴은 광산의 갱도와 갱도를 파들어가다 발견된 석회암동굴 등 크게 두 지역으로 나뉜다.

석회암동굴이 발견된 것은 1934년. 광부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어마어마한 공간과 만났다. 불을 밝혔다. 그 곳에는 세월과 물과 석회암이 빚은 아름다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동굴은 그로부터 59년이 지난 1993년 일반에 공개됐다.

정선군은 동굴과 인근 절경의 상품성에 착안해 1998년 4월부터 대대적인 공사를 벌였다. 139억원을 들여 석회암동굴과 금광의 갱도를 아우르는 작업을 마치고 2년여 만인 6월4일 국내 유일의 테마동굴로 다시 일반에 공개했다.

새로 탄생한 화암동굴의 테마는 '금과 대자연의 만남'. 땅 속의 공간을 연결해 1,803㎙의 관람코스를 조성했다. 절반은 금 박물관, 나머지 절반은 석회암 절경지대이다.

관람은 폐광의 갱도에서 시작된다. 처음 만나는 곳이 '역사의 장.' 천포광산의 당시 모습을 재연해 놓았다. 밀납으로 광부들을 만들어 금을 캐는 작업을 설명한다. 재연 부스는 모두 16개. 관람객이 부스 앞에 서면 센서가 작동해 광부들이 움직이고 1분내외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밀납인형이 정교하다.

이어서 '동화의 나라'와 '금의 세계'. 도깨비를 형상화한 화암동굴의 캐릭터 금깨비와 은깨비가 안내하는 이 곳은 금의 형성과 발견, 채광과 제련 등 금에 대한 모든 것을 동화적으로 설명하는 장소이다.

마지막으로 만나는 것이 동굴의 하이라이트인 천연동굴이다. 입구에서 약 5m의 계단을 올라 동굴에 들면 잠시 공포감에 젖는다. 드문드문 종유석과 석순을 비추는 불빛을 제외하고 거대한 어둠이 눈 앞에 펼쳐진다. 어디선가 찬바람이 불며 바람소리까지 낸다. 블랙홀이 이런 이미지일까.

이 곳에는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진 유석폭포를 비롯해 대형 석주와 석순이 부지기수이다.

계단으로 만들어진 550m의 탐방로를 오른쪽으로 오르면 제일 먼저 나타나는 것이 높이 30m, 둘레 20m의 황종유벽과 부처상이다. 벽 한가운데 부처 모양의 석순이 서 있는 이 벽은 아직도 석회석을 머금은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어 종유석과 석순이 자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코스의 중간에 위치한 유석폭포는 두 줄기의 돌 폭포.

거대한 나무둥치를 닮았다. 주변 천장에 자라고 있는 종유석이 거친 파도를 연상케한다. 동굴을 모두 돌아보는데 드는 시간은 1시간30분. 관리사무소(033)560- 2578

최근 화암동굴에 작은 말썽이 생겼다. 다름 아닌 동굴광장의 화장실. 평당 950만원을 들여 총 3억3,000만원짜리 초호화 화장실을 짓다가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아무리 뭉칫돈에 익숙한 정선 사람들이라지만 조금 심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0/11/2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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