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들여다보기] 미국의 추석

11월 말이 되어 가로수마다 이파리들도 얼마 남지 아니하고 찬 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면 미국인들도 가족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바로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작되는 것이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크리스마스와 더불어 미국 최대의 명절이다. 실제로 휴일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지만 휴일이 있는 주가 시작되면서부터 미국은 온통 휴일 분위기가 만연한다.

먼저 백화점과 슈퍼마켓에서는 추수감사절 바겐세일을 대대적으로 시작한다. 사무실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휴일 계획에 대하여 잡담을 나누곤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책상을 온통 칠면조를 비롯하여 추수감사절과 관련된 소품으로 장식하기도 한다.

휴일 전날인 수요일이 되면 벌써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지하철역의 주차장은 듬성듬성해진다. 수요일은 아이들의 학교도 오전 수업만으로 끝나고 오후부터는 전국의 고속도로와 공항은 귀성객과 휴일을 즐기려는 여행인파로 붐비기 시작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추석 귀성전쟁과 다름이 없다.

추석 차례를 위해 제수 음식을 마련하듯이 추수감사절에는 각지에 흩어져 살다가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마련하느라고 분주하다.

추수감사절의 전통적인 음식은 칠면조 요리다. 큼직한 칠면조의 뱃속에 나름대로의 독특한 속을 집어넣은 다음 겉에다가는 버터를 듬뿍 바르고 겉이 먼저 타지 않게 은박지로 잘 싸서 오븐에 넣어 구워내는 칠면조 요리는 우리나라 추석의 송편과 같은 셈이다.

밤새워 송편을 빚듯이 칠면조 요리도 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밤 늦게까지 준비해서 새벽 일찍 오븐에 넣어놓으면 점심 식사에 먹기 알맞도록 굽혀지는 것이다.

칠면조에 곁들여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크랜베리(Cranberry)다. 크랜베리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식용과 약용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인데 설탕을 넣고 졸여서 젤리 상태로 만들어 칠면조와 함께 내놓는다.

이와 함께 감자와 고구마 맛이 나는 얌과 아스파라거스 등의 야채가 곁들여진다. 식사 후에는 호박으로 만든 달콤한 파이가 디저트로 빠지지 않고 나온다.

건강에 유독 신경쓰는 미국인도 이날 하루만은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고 즐긴다. 그래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은 동네의 헬스클럽이 유난히 붐빈다고 한다. 원래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은 휴일이 아니어서 연방정부는 금요일에 정상적으로 근무한다.

다만 대부분의 기업은 금요일을 쉬고 그 대신 다른 연방 공휴일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 설사 금요일에 쉬지 않는 직장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하루쯤 휴가를 내서 연휴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추수감사절은 뉴잉글랜드 지방의 플라이머드에 도착한 영국 이주민들이 처음 농사를 지어 추수한 것을 신에게 감사드리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종교의 자유를 찾아 도착한 그들에게는 신대륙에서 무사히 한해를 보낸 것에 대해 신에게 감사드리기 위하여 야생 칠면조를 잡아 축제를 벌인 것이다.

이러한 축제의 전통이 각 지역별로 지켜지다가 1863에 이르러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전국적으로 추수감사절을 선포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생산의 기반이 흙에 있었던 옛날 사람에게는 한해의 수확을 감사드리는 의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추석이나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흩어져 살고 있던 가족이 오랜만에 만나 정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우리의 추석이나 다름없다.

할아버지와 손자들이 다시 모여 낚시나 야구 경기를 하는 것도 추수감사절이 주는 만남의 즐거움이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우리는 추석 제수 준비 때문에 과일이며 생선 등의 가격이 올라 가계부에 주름이 간다며 눈쌀을 찌푸리는데 반해 미국의 추수감사절 연휴는 각 백화점이나 식료품점이 오히려 대폭 할인판매하여 연말을 준비하는 쇼핑시즌이라는 점이라고나 할까.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입력시간 2000/12/05 20:35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