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과자의 궁전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 호두까기 인형

크리스마스 시즌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발레 작품은? 답은 '호두까기 인형'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1919년 볼쇼이 발레단에 의해 초연된 이래 매년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세계 각국에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발레'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국립발레단이 12월16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호두까기 인형이 유독 연말에 사랑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크리스마스를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전날 대부로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 받은 마리. 그러나 오빠와 다투다 인형을 망가뜨린다.

한밤중에 걱정이 되어 잠에서 깬 마리의 눈 앞에 환상이 펼쳐진다. 호두까기 인형이 장난감을 지휘해 생쥐들과 결투를 벌이고 승리를 거두자 왕자로 변한 것.

왕자는 마리를 과자의 궁전으로 초대하고 눈의 여왕과 초콜릿, 커피, 차, 사탕요정 등이 마리를 위해 춤을 춘다. 마냥 즐거워하던 마리는 유모의 소리에 잠에서 깨고 행복한 기분으로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는다.

단순한 줄거리다. 하지만 춤은 그렇지 않다.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성하며 재미있다. 특히 과자 궁전이 배경인 2막에서는 중국춤, 인도춤, 스페인춤, 프랑스춤 등 다양한 민속춤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호두까기 인형이 비록 비평가로부터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지만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흥행작인 것도 그 때문이다.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밝고 경쾌한 음악 역시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과 함께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호두까기 인형에는 여러가지 버전이 있다. 프티파의 원전에 이바노프, 바이노넨, 발란신, 누레예프, 그리가로비치 등 내로라 하는 안무가들이 손을 댔고 세계적으로 이름난 버전만도 12개에 달한다.

이번에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올리는 호두까기 인형은 볼쇼이 발레단의 신화를 만든 그리가로비치의 1966년도 작품. 1977년 호두까기 인형의 국내 초연 이래 처음 소개되는 버전이다.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특징은 모든 동작의 발레화.

등장 인물의 평범한 걸음걸이조차도 발레 스텝으로 만들어놓았다. 극중 춤이 차지하는 비중도 다른 버전에 비해 많다.

또 다른 안무가들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반해 그리가로비치는 점프와 회전 등 고난도 테크닉을 바탕으로 한, 선 굵은 동작과 빠르고 박력있는 진행을 주로 선보인다.

때문에 그리가로비치 버전에서는 아역인 마리를 성인 무용수가 맡고 눈의 여왕과 사탕요정 역까지 함께 연기한다.

이밖에 주역들 뿐 아니라 군무의 비중을 높인 것도 그의 특징으로 꼽힌다. 올해 73세인 그리가로비치는 이번 공연의 안무지도를 맡았을 뿐 아니라 신인 오디션에 참석, 무용수도 직접 골랐다.

이번 공연의 주역인 마리와 호두까기 왕자는 세 커플이 연기한다. 국립 발레단 수석무용수들인 김주원과 이원국, 김지영과 신무섭, 그리고 신예 홍정민과 장운규다.

이밖에 10여년전 마리와 호두까기 왕자로 춤을 추었던 국립발레단 최태지 단장과 문병남 지도위원이 마리의 부모로 출연, 후배들과 호흡을 맞춘다.

[무용]



ㆍ식탁

서희 앤 댄서즈에서 이름을 바꾼 최데레사 무용단이 12월13, 14일 오후 7시30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식탁'을 공연한다. 식탁은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서로에게 무관심한 채 의사소통이 단절된 세쌍의 남녀가 만들어내는 거짓 화합을 상징한다.

등장인물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를 헐뜯고 결국에는 가슴 깊이 숨겨두고 있던 울분과 욕망을 터뜨린다. 안무 및 텍스트를 만든 최데레사가 박우진 이가현 조재혁 서경선 김희연 등과 함께 출연한다. (02)521-4602

[연극]



ㆍ홀스또메르

톨스토이의 중편소설을 극단 유가 무대에 올린다. 12월15일부터 내년 1월 21일까지 유시어터.

1997년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수상작인 홀스또메르는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음악극.

젊은 시절 명마였던 늙은 얼룩말 홀스또메르가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비아냥거리는 젊은 말에게 해주는 자신의 인생 이야기가 극의 줄거리다. 마르크 로조프스키 극작, 박승걸 연출. 유인촌 김선경 박선우 최경원 등이 출연한다. (02)3444-0651

ㆍ두개의 문과 한 개의 의자를 둘러싼 세가지 의혹

재력가인 한 노인이 방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사건을 맡은 형사는 유산 상속을 노린 부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수사를 벌이던 중 자신의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다.

형사는 아내를 살해한 뒤 투신자살로 위장하고 노인의 부인과 성적 관계를 맺게 되는데.. 노동혁 작 박주영 연출, 서현철 최경희 장용철 출연. 12월12일부터 20일까지 혜화동 1번지. (02)764-3380

ㆍ갈매기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학생의 2000년 졸업작품. 러시아의 대표적 단편작가 안톤 체홉의 1895년 작품으로 유명한 여배우인 아르카지나와 그의 아들 트레플레프를 축으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와 비극적 결말을 그린다.

연출 이애경 이은주 출연 송정희 이란아 김진섭 이정현 김윤정 등. 지도교 수 황동근. 12월13, 14일 오후3시/7시 서울예대 대극장 (드라마 센터). (02)778-0261

[어린이]



ㆍ놀보, 도깨비를 만나다

전래동화 놀보전을 서양 구두쇠인 스크루지 이야기로 재구성한 마당놀이극. 돈 모으기에만 정신이 팔린 놀보가 꿈에 도깨비를 만나 살아 자신의 쓸쓸한 죽음과 지옥의 모습을 보고 욕심을 버리게 된다는 줄거리다.

재미나게 생긴 도깨비들이 등장하고 탈춤과 판소리, 꼭두극, 마임, 복화술등 다양한 형식이 극의 흥미를 더한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도깨비탈 색칠하기, 연하장 그리기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12월13일부터 25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02)780-6400

[전시회]



ㆍ아시아 유럽 현대 작가전

집을 주제로 한 아시아ㆍ유럽 작가의 다양한 해석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 '나의 집은 너의 집, 너의 집은 나의 집'이라는 제목으로 미술관 전체를 관람객의 집으로 꾸몄다.

자신의 뉴욕 아파트를 옮겨놓은 서도호의 '서울집/L.A.집/뉴욕집', 어디를 가든 항상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집이라는 개념으로 만든 자비에 물랭과 이즈미 고하마의 합작 의상 '홈 웨어', 점점 상품의 교환장소로 변하는 가정을 꼬집는 스라시 크솔윙의 '럭키 서울 2000' 등 이색적인 작품이 선보인 다. 내년 1월28일까지 로댕 갤러리. (02)750-7883

[음악회]



ㆍ2000 청소년 음악회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청소년 음악회의 12월 주제는 합창음악이다.

박신화가 지휘하는 안산 시립합창단이 오페라 '춘희' 중 '축배의 노래'와 한국 가곡 '고향의 노래', 흑인 영가 '마른 뼈다귀' 등을, 김희철이 지휘하는 월드 비전 어린이 합창단이 캐럴 '화이트 크리스마스', '루돌프 사슴코' 등을 부른다. 진행 한홍비. 12월16일 오후 6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 (02)580-1300

ㆍ메시아

재미 한인 음악가를 주축으로 구성된 합창단 브니엘 콘서트 콰이어가 12월17일 오후7시30분 예술의 전당 음악당에서 헨델의 메시아를 공연한다.

종래에 선보였던 하프시코드 대신 에드워드 브루어가 연주하는 바로크 챔버 오르간이 곁들여지고 소프라노 박미혜 알토 장현주 테너 김태현 베이스 김명지 등이 함께 한다. 반주는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02)2268-2757

ㆍ브람스 페스티벌 4

브람스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절제와 섬세함을 특징으로 하는 중국의 젊은 첼리스트 지안 왕과 함께 한다.

브람스의 '비극적 서곡 d단조 작품 81'과 브람스 말년의 어두운 색채를 보여주는 '교향곡 제4번 e단조 작품 98', 낭만주의 시대 최고 첼로협주곡으로 손꼽히는 슈만의 '첼로 협주곡 a단조 작품 129'를 연주한다. (02)2005-0114

[영화]



ㆍ치킨 런

'월레스 & 그로밋'을 만들었던 영국 클레이메이션 제작사 아드만이 내놓은 신작. 이번에는 닭 이야기다. 주제는 자유. 욕심많은 주인에 의해 치킨파이가 될 처지에 처한 닭들.

견디다 못한 진저는 동료들을 규합해 탈출을 시도하고 어느날 하늘을 날다 부상당해 농장에 들어온 록키가 나타나면서 닭들의 탈출작전이 시작된다.

일일이 손으로 만든 인형의 정교함과 움직임도 놀랍지만 사람이 나오는 웬만한 영화보다 재미있어 더 감탄스럽다. 멜 깁슨, 미란다 리처드슨, 줄리아 사왈라 등의 배우가 목소리 출연을 했다. 12월16일 개봉.

[콘서트]



ㆍ조장혁

발라드 '중독된 사랑'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조장혁이 2년만에 같은 제목으로 콘서트를 연다. '중독된 사랑'을 비롯, 비슷한 분위기의 '러브','실연', '안녕' 등과 1집에 수록되었던 '체인지', '그대 떠나가도' 등을 부른다.

안재욱 박진희 주진모가 주연한 뮤직 비디오 상영과 김경호 박기영 이동건 박화요비 등의 게스트 출연도 마련된다. 12월15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폴리미디어 시어터. (02)737-5553


양희은 콘서트



◆ '한줄기' 바람같이' 젊은 날로의 시간여행

양희은의 목소리는 묵직하고 편안하다. 젊은 날 그의 목소리가 시원함이었다면 이제는 따뜻함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가슴으로부터 무언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게 한다. 요즘은 그다지 경험하기 힘든, 노래와의 일체감이다.

라이브 무대에서 양희은의 목소리는 더욱 빛을 발한다. 음반을 그대로 틀어놓은 듯 한결같은 목소리이기는 하지만 녹음 때와는 다른 감정이 실리기도 하고 관객을 마주하고 노래하는 그에게서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전해져 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지금은 아줌마 시대'라는 제목의 공연이 1만여명이라는 기록적인 관중을 불러들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그의 콘서트 제목은 '겨울 동창회'다. '아침이슬',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상록수', '화이트 크리스마스', '한계령',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등을 부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젊은 날을 회상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잠시나마 잊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공연이다. 12월12일부터 31일까지 동숭 아트센터 소극장. (02)3272-2334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12/12 22:20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