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최고 2선 후퇴, 권력구도 재편

여권의 당정쇄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2선 후퇴 여부가 당정쇄신의 핵처럼 여겨져 온 권노갑 최고위원이 12월17일 전격적으로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한데 이어 서영훈 대표 등 나머지 4명의 지명직 최고위원들도 일괄 퇴진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15일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을 청와대로 불러 당정개편의 폭과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등 이미 본격적인 당정개편 구상에 들어갔다.


서대표 포함 당 4역 전면 교체

새해 예산안 통과 직후인 성탄절 직전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권노갑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를 선언한 만큼 대통령의 부담이 크게 줄어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인선작업이 예상외로 길어질 경우 성탄절을 넘겨 연말까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얘기되는 개편의 폭은 대표를 포함한 당4역의 전면 교체와 권노갑 최고위원의 2선 퇴진, 그리고 청와대 일부 비서진의 교체 정도. 4대 부문 개혁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내각의 대폭적인 교체는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당 대표, 관리형인가 실세형인가

서영훈 대표의 유임과 교체를 놓고 양론이 팽팽하게 갈렸으나 교체쪽으로 방향이 급선회했다.

'대안부재론'에도 불구하고 대표를 그냥 두고서는 전면 당정쇄신의 인상을 주기 어렵다는 논리가 차츰 대세를 이뤘고 서 대표 본인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듯 17일 언론에 '지명직 최고위원 동반퇴진'을 흘렸다.

후임으로는 김원기 고문과 김중권 최고위원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 고문이 거론되는 우선적인 이유는 원내인사라는 점. 원내소수당인 여당으로선 원외대표를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5선에 이르기까지 평민당 총무, 구 민주당 대표 등을 거쳐 당내 및 야당 중진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온 화합형 인사라는 것도 김 고문의 강점. 권노갑 이인제 최고위원을 비롯해 상당수 민주당 중진들이 김 고문을 천거하고 있다.

문제는 김 고문이 호남출신이라는 점이다. 한 초선의원은 "호남 정당으로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고, 다른 재선의원은 "그 정도의 카드로 과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중권 최고위원은 원외의 한계에도 불구, '지역화합'을 명분으로 한화갑 최고위원 진영 등 반(反) 권노갑 진영에서 선호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대표 인선을 놓고 친권(親權)과 반권 세력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세 대표론'도 제기된다. 이인제 최고위원을 전격 기용,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각을 세워 정면돌파하자는 논리다.

그러나 "이인제 카드를 쓸 경우 정국이 대권 구도로 바뀌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된다"는 반론이 거세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초반에 거론됐던 이홍구 이수성 전 총리 등 당외 인사 발탁설은 최근 완전히 사그라 들었다.


당 3역은 비동교동계?

당3역 등 주요 당직 3역의 교체는 처음부터 상수로 얘기돼 왔다. 주요 당직 교체에 있어 가장 큰 원칙은 비동교계에 의한 동교동계 대체가 될 전망이다. 김옥두 총장의 후임으로는 김원길 김덕규 박광태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당초 문희상 의원도 거론됐으나 동교동계 2선 후퇴와 맞물려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급격히 악화된 당의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자금 동원력이 있는 인물이 낙점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재계출신의 김원길 의원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지만 입각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김 의원 본인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눈치. 선출직인 총무직에는 지난번 총무경선에 출마했던 임채정, 이상수 의원이 다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내에서도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정책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후임 정책위의장엔 경제관료 출신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여당 정책위의장은 최소 3선 이상의 중진들이 차지했으나 초선의 홍재형 의원, 재선의 강현욱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홍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지냈고 강 의원역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박병석 대변인은 유임론과 교체론이 반반이다. 초선이 임명될 경우엔 전용학 정범구 의원이 유력하고 재선급에서 나올 경우 김민석 김영환 의원 등이 후보 1순위.

정동채 기조실장, 조재환, 박양수 사무부총장 등 동교동계 중간급 당직자들도 권노갑 최고위원 및 김옥두 사무총장과 함께 2선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비서실 움직임 크지 않을 듯

동교동계인 한광옥 비서실장과 남궁진 정무수석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통령의 현실상황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한때 최측근인 이들의 교체가능성이 높아 보였으나 적어도 두 명 모두 한꺼번에 경질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당과 청와대를 이어줄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인물이 마땅치 않은데다 측근들을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 남은 기간 국정운영을 끌어가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한 실장이 교체될 경우엔 국정원장으로 자리이동을 하고 임동원 현 국정원장은 남북관계 특보로 임명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이 경우 비서실장 후보로는 이종찬 전 국정원장, 조세형 고문,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 등이 얘기된다.

박 전 장관의 경우,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으로 물러난 지 얼마되지 않아 기용에 무리가 따르고, 본인 역시 펄쩍 뛰고 있지만 대통령의 신임으로 미루어 볼 때 이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중책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1,2개 신용금고에서 출자자 대출 문제가 더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언, 신용금고 인출사태를 야기한 이기호 경제수석은 본인이 이미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만큼 경질이 거의 확실하다.

후임으로는 정운찬 서울대 교수 및 개각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거론된다.

노원명 정치부기자

입력시간 2000/12/19 19:51


노원명 정치부 narzis@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