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강남구 삼성동(三成洞)

아시아ㆍ유럽 정상회의(ASEM)가 '새 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관계'를 기치로 아시아 10개국과 유럽 15개국 및 유럽연합(EU)의 정상이 함께 하는 모임, 말하자면 단군이래 최대의 국제회의가 지난 10월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삼성동 컨벤션센터에서 있었다.

아시아ㆍ유럽 25개국 정상은 3일간의 일정 속에 3차례 정상회의와 70여 차례가 넘는 개별 양자회담을 갖는 등 바쁜 외교행보를 보였다.

나라와 나라간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졌지만 역시 이번 ASEM 서울회의의 화두는 북한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이라고 하는 '작은 대륙'의 평화를 위한 서울선언을 통해 아시아ㆍ유럽의 나라들은 북한과 관계개선에 합의하고 '아시아ㆍ유럽 협력체제 2000'을 통해 신규 가입국에 대한 지침을 명확히 함으로써 북한이 ASEM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이 벌인 14차례 연쇄 정상회담의 핫이슈도 대북수교에 대한 조언과 논의였다.

가시적으로 회의기간 중 영국, 독일, 스페인이 공식적으로 김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수교 의사를 밝혔고 네덜란드도 수교 방침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의장국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수교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라며 수교 협상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서울 ASEM회의가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 큰 계기가 된 셈이다. 이는 김 대통령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일원으로 참여 시키려는 끈질긴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공인받게 함으로써 개방을 돕고 궁극적으로 이 땅에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구상이다.

그동안 작은 규모의 국제회의는 여러번 유치했지만 25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매머드급 회의가 우리나라에서 열리기는 건국이래 처음.

ASEM은 2년마다 유럽 15개국과 아시아 10개국에서 번갈아가면서 개최되며 아시아에서는 7개 아세안국(ASEAN)과 한국 중국 일본 등 3개 비아세안 국에서 번갈아 열린다.

따라서 단순한 산술계산으로 20년 만에 한번 밖에 돌아오지 않는 기회를 우리나라는 ASEM 출범 4년만에 맞은 것이다.

회원국이 늘어날수록 유치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뻔하다. 따라서 ASEM 유치는 한국 외교가 거둔 큰 성과요,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인정받은 셈이다. ASEM 주최국이라는 대외 프리미엄은 통상마찰 예방과 국내기업의 해외진출, 해외 채권발행, 외국인 투자유치 등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ASEM이 열렸던 컨벤션센터가 자리한 삼성동은 원래 경기도 광주군 언주면이었다.

봉은사(奉恩寺)에서 내려다 보이는 한강과 탄천(炭川)이 만나는 여울목의 닥섬(楮子島), 무동도(舞童島) 일대를 '세일'이라 불렀다.

'세일'이란 '새 여울'의 준말이다. 이 '세일'이 1914년 3월1일 경기도 구역획정 때 한자로 뜻빌림한 것이 삼성(三成)동이다. 우리말에서 '세일'이 한자로 뜻빌림 될 경우 삼성(三成), 신탄(新灘), 신흥(新興) 등으로 의역될 수 있다.

삼성(三成)동에서 3차 ASEM회의가 3일간 3차례 정상회의가 열려 3가지 의제를 채택한 것과 관련, 사람들은 삼성동(三成洞)의 '삼'(三)자 탓이라고 할까.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0/12/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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