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신음허 증상

'머리가 띵 하고 항상 무거우며 자꾸 졸리고 눕고 싶지만 막상 자리에 누우면 잠이 오지 않는다. 기억력이 떨어지는가 하면 눈앞에서 무언가가 어른거리는 듯 하고 귀가 멍멍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숨이 차고 마른 기침을 자주하며 손발에 열이 화끈거리고 미열이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허리 또는 발 뒤꿈치, 종아리 등에 통증이 발생하고 다리에 힘이 없다.

심지어는 성관계시 조루증이 갑자기 심해지거나 발기력이 저하되는가 하면 사정시 쾌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물론 저절로 정액이 흘러내리기까지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고통이 심하다 보니 병원을 찾아 각종 검사를 받아보지만 특별한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의 고통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주위 사람에게는 꾀병으로 치부되는 등 이중고를 겪기 십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음허 병증이다. 신음허 병증이란 신장이 간직하고 있는 영양물질, 즉 '신음'이 부족해서 초래되는 증상으로 그렇다고 해서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질병은 아니다.

신음, 다시 말해 신장의 음액과 음정이 부족해져 뇌수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현기증과 함께 눈이 침침해지며 골수가 영양을 공급받지 못해 허리 또는 다리가 아프고 뼈가 약해지는 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한마디로 신체 전반적으로 체력이 저하되는 병증이 신음허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몸이 활기를 띠지 못하고 마치 마른 나뭇가지처럼 초췌해지기 마련이며 마르다보니 몸안에 소위 허열이라는 것이 일어나게 된다.

이같은 허열을 한의학적인 용어로 '음허내열'이라 하고 그 열이 극심한 상태를 '음허화동'이라고 지칭하는데 임상에서 보면 신음허 증상이 있는 사람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허열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음허 증상은 증상 그 자체로 이미 환자에게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야기하지만 자칫 가볍게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 조루증 또는 발기부전 등 성기능 장애로 이어져 환자의 이상성격을 초래,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심할 경우 가정불화까지 야기한다.

따라서 신음허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음허 병증의 한방치료는 발병의 근본원인을 제거하는데 중점을 두고 시행한다. 즉, 신기능을 강화시켜 신장의 음액과 음정을 보충해주는 익신을 원칙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치료는 주로 약물요법이 이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처방되는 약물은 육미지황탕이다.

육미지황탕은 원기를 북돋아주는 것은 물론 신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음액과 음정을 보충해주어 증상을 개선시키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육미지황탕에 용골 또는 익지인을 가미한 처방을 투여할 경우 신음허 병증의 치료는 물론 정액이 저절로 흐르는 유정의 증상을 개선하는데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단방으로 연꽃 씨를 복용하는 것도 증상의 개선에 도움이 된다. '명의별록'이라는 의서에 연꽃 씨는 '열과 갈증을 다스리고 나쁜 피를 없애주며 살을 찌게 한다'고 기술되어 있을 정도로 강정작용이 뛰어난 자양강장제로 수렴과 진정작용을 하며 기력을 강화시켜 주고 교감신경을 강화시켜준다.

신음허 증상은 발병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물론 중요하지만 이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영양의 섭취,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는 것은 신음허 증상의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임상에서 보면 신음허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의 대부분이 격무 또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12/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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