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골프 지도자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골프를 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절실하게 공감하는 경구임에 틀림이 없다. 거의 모든 골퍼들이 사용하는 오버래핑 그립의 창시자인 해리 바든은 "골퍼의 스타일은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시작한지 일주일만에 완성된다"고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처음 배울 때가 중요하고 그것이 결국 각자의 지문과도 같이 골프인생을 같이 하게 된다는 뜻이다.

부드러운 스윙, 흠잡을 바 없는 폼을 가진 골퍼가 스코어가 나쁠 수 없듯이 처음에 길을 잘못 들어선 골퍼는 평생 미로를 헤매는 경우가 대부분임을 주위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더욱이 한번 굳어진 스윙 폼을 도중에 고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연습벌레이자 당대 최고의 선수이었던 닉 팔도가 스윙을 고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고 하는 것을 봐도 아마골퍼가 스윙을 교정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불과 1.4초 내에 끝나버리는 스윙은 고도의 학습이 있어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

훌륭한 선생으로부터 몇자 배웠다 해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틈틈이 나쁜 옛 버릇이 고개를 쳐든다. 어쨌든 골프에 있어 시작은 반이 훨씬 넘는게 틀림없다.

외국의 투어프로들은 아무리 랭킹이 높고 나이가 들어도 선생을 모신다. 시간을 정해 놓고 정기적으로 교습을 받기도 하고 닉 프라이스처럼 전화로 혹은 캐리 웹처럼 인터넷을 통해 교습받기도 한다.

미국에는 플레잉 프로와 티칭 프로가 엄격하게 구별되어 있다. 자격을 얻기 위한 과정부터가 다르다. 그렉 노먼이나 타이거 우즈가 누구를 지도한다면 이해할 사람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그들은 누구를 지도할 자격도 갖고 있지 않다.

금년에 미 골프다이제스트에서 발표한 티칭프로 50인선의 명단을 보아도 유명 프로 출신은 PGA챔피언 출신의 맥 오그래디 한 사람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반면 1위는 닉 프라이스, 그렉 노먼, 닉 팔도의 코치로 유명한 데이비드 레드베터가 올랐고 타이거의 코치인 부치 하먼은 2위에, 그리고 동생 둘은 50위 안에 들었다. 그외 잡지에 많이 등장하는 행크 해니, 피터 코스티스, 필 릿츤 등 익숙한 이름이 들어있다.

이들은 미국 전역에 산재한 대규모 골프 아카데미를 무대로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또 일찍이 해외에도 눈을 돌려 우리나라에도 분교를 낼 계획을 갖고 있다.

최혜영씨(40)는 좀 별나달까, 아니면 의지가 강하달까 하는 사람인 것 같다. 대학 때의 전공 미술을 그것도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며 한 것도 그렇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골프를 전공한 것도 그렇다.

아무튼 그는 이번에 미 LPGA 티칭프로 4단계(어프렌티스- 클래스B-클래스A-마스터프로)중 2위급인 클래스A의 자격을 얻었다. 앞으로 15년을 활동하면 마스터가 된다니 어쩌면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지도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우리의 교습관행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것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교습이 우리의 신체적 특징을 우선 고려하고 각자의 특성에 맞추어 행해져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국 이론서의 자의적 해석이나 교습가가 자신의 정형화한 스윙을 일률적으로 강요함으로써 배우는 사람 중심의 교육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가지 기구를 사용하는 교습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현지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한다. 큰 근육을 사용케 하기 위한 빗자루 사용이라든지 손목 코킹의 감을 잡기 위한 장도리 사용은 그간 책에서 많이 보아왔지만 우리의 교습현장에서는 거의 꿈도 못 꿀 얘기였다.

그도 우리나라에 스쿨을 낼 것이라니 앞으로 교습의 환경과 내용에 일대 변혁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금도 연습장에 가면 KPGA프로의 사진이 붙어있고 그것을 확인해야만 초심자는 안심을 한다.

하지만 훌륭한 기술을 전수해주는 프로는 '투어'가 아닌 '티칭'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깨닳을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박호규 골프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12/2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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