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의 사이언스카페(39)] 2000년 대형과학사건

지난 2000년만큼 과학의 발전이 실감나는 한해는 없었다. 인간게놈지도에서 외계생명체의 존재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의 큰 획이 될만한 과학사건이 줄을 이었다. 그 중 가장 많이 눈에 밟히는 7가지를 정리했다.

◆인간게놈프로젝트

'사이언스', '디스커버리' 등 세계적 과학언론이 선정한 2000년 10대 과학뉴스에서 단연 최고를 차지했다. 2000년 6월26일 5개국 공동 컨소시엄인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민간기업인 셀레라 제노믹스는 인간게놈의 초안(30억쌍의 DNA 염기서열 97%를 완성)을 전격 공개했다.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될 생물학의 도로지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다음 과제는 이 염기지도에 존재하는 3만에서 10만개의 유전자를 하나하나 밝히는 일이다. 잠재적인 사회윤리적 해악에 대한 공동체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도 숙제다.

◆당뇨병 치료의 돌파구

당뇨병은 대표적인 인간사망의 원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계산에 따르면 2010년까지 세계 당뇨병 환자의 수는 2억 3,900만 명으로 지금의 두배가 된다. 당뇨병 환자는 당을 녹말과 다른 필수 에너지 성분으로 바꿔주는 인슐린을 생산하지 못해 매일 인슐린 주사에 의지해야 한다.

미국 앨버타대학의 연구팀은 건강인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를 배양한 후 당뇨병 환자 8명에게 이식한 결과, 전원 성공했다.

샌디애고 대학의 연구팀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세포를 인공적으로 성장시켜서 당뇨병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이 방법으로는 무한정으로 세포를 공급할 수 있어 획기적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곧 시작된다.

◆지구 온난화 원인규명

두가지 사실이 명백해졌다. 빙하와 퇴적암 조사에서 지구온난화가 매 1,800년마다 반복되는 자연적인 기후현상이며 32세기까지 온도상승은 계속된다고 밝혀졌다. 그리고 기후변화 국가간 회의(IPCC)는 지난 10월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인간활동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방출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조치가 없으며 어떤 지역은 6도까지 온도가 상승한다. 1997년 도쿄회의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정도를 1990년 수준으로 낮추자는 합의는 했지만 지금까지 이 합의를 인가한 나라는 없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인류의 조상

프랑스와 케냐의 과학자들은 케냐의 그래이트리프트 계곡에서 직립할 수 있고 나무를 잘 오를 있는 강한 다리를 가진 600만년 된 유인원의 화석을 발견했다. 이 발견은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였다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 이론'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줄기세포의 혁명

과학자들은 인간의 줄기세포(각기 다른 세포로 성숙하기 이전의 초기세포)를 이용해 다른 신체 부위의 세포를 만들고 이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 질병으로 손상된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고칠 수 있고 인공장기의 생산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특히 치매나 파키슨씨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탐사

화성의 여러 곳에서 퇴적암의 흔적이 발견됨에 따라 과거에 호수나 대양이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가 확보됐다. 퇴적암은 모든 화석의 보고이기 때문에 화성탐사의 향후 과제는 이 퇴적암에서 화성 생명체의 죽은 잔재를 찾는 것이다.

◆국제 우주정거장 건설

1998년에 시작되어서 2006년에 종료되는 16개국 공동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중이다. 현재 6개 건축물과 유지보수선 및 병참선이 우주로 보내진 상태이며 첫 승무원이 지난 11월에 거주에 들어갔다. 우주에서 먹고 자고 활동하는 시대의 실용화가 차츰 가시화하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진보의 한해였지만 조촐하다 못해 초라하고 불쌍한 우리네 과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다 웅대한 과학으로 변신하는 혁명이 2001년에는 한갓 꿈에 그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 애절하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입력시간 2001/01/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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