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막 오른 2001 투어

길지 않은 겨울방학을 끝내고 신년 벽두부터 미국의 3대 투어인 PGA, LPGA 그리고 시니어 PGA투어가 시작되었다.

우선 PGA투어는 타이거 우즈, 데이비드 듀발을 비롯한 톱랭커들과 디펜딩 챔피언 대런 클락까지 빠진 가운데 WGC(월드 골프챔피언십)시리즈의 앤더슨컨설팅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4일부터 7일까지 호주 멜버른의 메트로폴리탄 GC에서 열렸다.

지난 시즌 9승에 900만 달러가 넘는 상금을 벌어들인 타이거에게 이제 남은 일은 한해에 4대 메이저 대회의 타이틀을 독식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잭 니클러스는 이에 대해 비관적 견해를 표명하고 있지만 지난해 세개의 메이저 타이틀을 따낼 때를 돌이켜보면 그 가능성을 폄하하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US 오픈과 브리티시 오픈에서 보여준 2위와의 엄청난 격차, 밥 메이와의 숨막힐듯한 연장을 치른후 2연패를 달성한 PGA 챔피언십을 생각하면 첫 대회이자 1998년 우승을 거둔 4월의 매스터즈를 거머쥐면 역사상 없었던 '골든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도 있을 것 같다.

타이거가 다른 선수에게 주는 엄청난 압박감을 생각하면 예선까지 선두에 7~8타 뒤진 정도라도 결코 간단한 승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타이거에 도전하는 3인방은 듀발, 필 미켈슨 그리고 어니 엘스다. 미켈슨은 지난해 4승에 475만 달러를 벌어들여 1992년 데뷔 이래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업적이란 것은 타이거의 반에도 못 미치는 것에 불과했다. 타이거의 연승행진에 두번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위안을 삼은 그는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에 목말라한다.

듀발은 부상 등의 이유로 1승에 그치는 부진한 한해를 보냈다. 하지만 19개 참가대회 중 18번을 예선통과하고 9개 대회에서 톱텐에 든 것을 보면 그의 저력이 어떠한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또 지난 연말 아르헨티나에서 열렸던 월드컵 대회에서는 파트너인 타이거보다 월등한 기량을 발휘, 미국에 우승을 안겨주며 금년 시즌의 전망을 밝게 하였다. 엘스의 2000년은 성적보다는 자존심에 큰 손상이 가는, 돌이켜 보고싶지 않은 시즌이었다.

인터내셔널 대회에서 1승을 올렸지만 첫 대회인 메르세데스에서 타이거에게 연장 끝의 패배, 거기에 2승을 올렸던 US 오픈과 브리티시 오픈에서 천문학적 타수 차이의 2위, 그가 이번 시즌부터는 미국 투어를 주활동무대로 삼는다니 설욕을 기대해본다.

그외 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서지오 가르시아, 유럽의 자존심 콜린 몽고메리 등 외세의 침략도 지켜봄직하다.

LPGA는 12~14일 올랜도의 그랜드사이프러스 리조트에서 JC페니 애프터스쿨 오픈으로 테이프를 끊는다. 지난해 두개(나비스코, US 오픈)의 메이저 타이틀과 7승을 올렸던 캐리 웹은 상금기록(186만 달러)과 명예의 전당 헌액에 필요한 조건을 모두 뛰어넘었다.

그의 위세가 여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5승을 올린 숙적 애니카 소렌스탐의 추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금년은 어느 때보다 우리 낭자군의 활약이 기대되는 시즌이기도 하다. 퀄리파잉 스쿨에서 풀시드를 받은 하난경, 컨디셔널 시드의 강수연 한희원 김영 이정연 등이 있지만 이들에게 기대하기엔 벽이 너무 높다.

이런 중에 지난 시즌 성적부진, 그리고 구설수에 시달렸던 박세리가 단연 기대를 모으게 한다. 스태프진과 캐디를 일신하고 일찌감치 훈련에 들어간 그는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다. 김미현은 어느덧 우리 선수 중 가장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었다.

27개의 투어 참가라는 최고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26번의 예선통과, 1승에 13번의 톱텐 피니시는 투어 최고 수준의 선수에 한점도 뒤짐이 없다. "장정은 어찌 그렇게 여유만만한가?" "박지은은 머지않아 큰 일을 해낼 거야." 두 선수에 대한 기대로 흔히들 하는 얘기다.

시니어 투어는 19~21일 하와이에서 마스터카드 챌린지로 막을 올린다. 지난해 상금왕 래리 넬슨(6승, 270만 달러)과 시니어의 타이거 헤일 어윈(4승), 귀공자 브루스 플라이셔(4승), 길 모건(3승) 등이 건재하지만 관심은 두번째 해를 맞는 톰 왓슨(1승)과 톰 카이트(2승)에 맞춰져있다.

박호규 골프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1/09 18:31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