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유전자,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인가?


■ 게놈(GENOME)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전성수·이동희 옮김

2000년 6월26일 미국 인간게놈프로젝트(HGP)와 셀레라 제노믹스사가 인간 유전자의 염기서열 지도 초안을 발표하면서 인간 생명의 근원과 질병의 원인에 대한 유전학적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1997년 복제양 돌리가 세상에 나오고 유전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제 생명공학은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인간 아니,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탄생과 진화과정의 베일을 벗겨줄 인류 최대의 과학적 성취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게놈(genome)은 유전자(gene)와 염색체(chromosome)의 합성어로 생물의 유전정보를 의미한다. 인간 세포 속에는 한쌍의 성염색체(여성은 XX, 남성은 XY)를 포함해 총 23쌍의 염색체가 있다. 염색체 속에는 유전정보의 보고인 DNA가 이중나선구조(double helix)로 얽혀있다.

인간 세포의 염색체 DNA를 연결하면 약 1억6,090만km나 돼 빛의 속도(하루 6,436만km)로도 이틀을 달려야 하는 거리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란 이런 염색체 내에 있는 유전정보의 창고인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것이다.

이처럼 유전공학은 우리 생활에 바짝 다가와 있다. 이제 조만간 유전공학을 응용한 질병 치료와 유전자 복제, 수명 연장, 유전자 조작, 생명 경시, 생태 파괴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과학적, 윤리적, 도덕적, 법률적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따라서 유전공학, 게놈, DNA, RNA, 유전정보 등 유전자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식견은 이제 필수다. 하지만 실제로 이 분야를 일반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전문적이고 난해하다.

그간 이 분야의 대다수 서적도 전문가를 대상으로 쓰여져 일반인이 감히 접근할 수 조차 없었다.

바로 이런 점에서 매트 리들리의 '게놈'(GENOME)은 눈여겨 볼만한 과학서다. 이 책은 유전공학에 대한 필요를 느꼈지만 난해함 때문에 주저했던 이들을 위해 쓰여졌다.

'이코노미스트'에서 과학 저널리스트로 활동했으며 현재 국제생명센터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 매트 리들리는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와 해설로 어려운 유전적 사실을 설명해준다.

이 책에서 저자 리들리는 인간 몸에 있는 23쌍의 염색체를 크기 순서로 나열한 뒤 이중 재미있는 유전자들을 골라 각각 '생명', '종', '역사', '지능', '이기주의', '영생불멸', '성', '죽음', '정치학', '자유의지' 같은 인간 본성과 연관지어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게놈 프로젝트에서 발혀진 과학적 사실을 인간 본성에 직접 대입시켜 찾아보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런 시도를 높이사 이 책을 '2000년 최고의 책 10선'과 '논픽션 부분 1위'에 올려놓았다.

이 책은 인간과 침팬지를 구분하는 유전자, 질병 유전자, 지능과 기억을 만드는 유전자, 서로 경쟁하는 유전자에서 우생학적 위험성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언급하고 있다.

저자는 말미에서 생물체는 유전자들이 모여 만드는 생물학적 존재로 유전자에 의해 결정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가진 자유의지는 유전자 결정론만으론 풀 수 없는 독자적인 것이라는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16 19:00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