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 애니메이션] 60년대 암흑기의 일본 사회상


■ 견랑전설 / 오시이 마모루 지음 /유은영 옮김

4ㆍ19의거가 있었던 1960년대 초와 6월항쟁이 결실을 본 1980년대 말, 시국상황은 군부독재와 학생ㆍ민중 간의 끊임없는 대립과 투쟁의 시기였다. 거리는 온통 화염병, 쇠파이프, 돌맹이, 최루탄 파편들로 어지러웠고, 시민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떨었다.

어떤 희망도 돌파구도 보이지 않던 암울한 시기였다.

1960년대 일본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생운동이 극에 달하던 때라 학생들의 대정부 투쟁과 시위가 연일 끊이지 않았다. 바로 이런 암흑기를 살았던 일본의 만화가 오시이 마모루가 당시 일본 상황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견랑전설'이 국내에 한국어판으로 선보였다.

격동기의 일본을 무대로 시위진압 및 치안 경비를 위해 설립된 비밀특수 경찰조직의 활동을 그린 이 만화는 오시이 마모루의 대표작으로 그의 자폐적인 세계관이 잘 드러난다.

패전 후 점령군의 통치에서 벗어난 일본은 고도 경제성장이 급속히 진행된 반면 한편에서 많은 병폐가 일어난다. 무리한 경제정책이 낳은 실업자들은 슬럼가로 몰려 흉악범죄를 일삼고, 조직화된 반정부 전위단체는 자치경찰의 능력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불안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국가공안위원회 직속의 정예 부대인 '수도경'이라는 특수 치안경찰기구가 창설된다. 수도경 중에서도 중화기와 고성능 무기, 그리고 잘 훈련된 핵심요원들로 구성된 '특기대'는 '섹트'라는 비합법화된 무장단체를 섬멸하기 위해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작전을 구사한다. 이런 특기대와 섹트의 대결이 이 만화의 주를 이룬다.

이 만화는 1987년 '붉은 안경'을 시작으로 1989년 '게르베로스-지옥의 파수견', 그리고 지난해 '인랑'(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까지 10여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오시이 마모루의 시리즈 중 하나다.

제목을 '견랑전설'이라고 한 것은 정치투쟁이 격화된 시대에 어떤 이념도 무의미하며, 그 투쟁의 과정에서 농락당하는 등장인물들이 마치 개처럼 취급되고 있다는, 일그러진 세계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사실적인 그림으로 그려졌는데 작은 판형인 B6판으로 출간돼 현실감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16 19:0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