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건의 여인들, 또 다른 볼거리 제공

왕건의 여인들은 드라마 '태조 왕건'의 또다른 볼거리다. 성격과 생활방식, 가치관이 큰 차이가 나고 왕건을 사랑하는 방식도 다르다. 드라마를 보면서 여성 시청자는 "나는 어떤 스타일인가"라고 자문하기도 하고 남성들은 "어떤 유형의 여자를 선택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사료에 따르면 왕건의 아내는 29명에 달한다. 하지만 극중에서는 세번째 아내가 될 충주의 유지 유궁달의 딸 수인을 포함해 네명 만이 등장한다. 물론 이 네명은 작가 이환경씨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했다.

"왕건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던 인물이고, 왕비가 3, 4명은 돼야 드라마 전개에 용이하다는 생각에서 이들만 등장시킨다. 그외에는 왕건과 결혼만 했지 친정에서 살았다는 사서의 기록이 있어 무시했다"고 설명한다.

연화(김혜리)는 왕건과 정혼을 하고서도 권력을 잡은 궁예와 결혼하는 비련의 여인이다. 가슴에 왕건에 대한 연모의 정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광폭해진 궁예를 피해 왕건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김혜리는 "요즘에도 이런 여자가 있어요. 극중에서 가장 비련의 여인인 것 같아요. 저 같으면 이렇게 안 살아요"라고 말한다.

왕건의 첫째 부인 부용(박상아)은 전통적 한국여인상이다. 남편에 대해 헌신적이면서 너그럽고 현명하다. 술에 취한 왕건이 연화로 착각해 자신의 몸을 범했지만 한평생을 왕건을 위해 살아간다. "제 성격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결혼하면 저의 주장보다 남편의 말에 귀 기울일 생각입니다." 박상아의 말이다.

이에 비해 둘째 부인 도영(염정아)은 자기 주장이 강하고 야망을 실현하는데 주저없다.

현대적 여성의 느낌이다.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의 아들 무를 왕위(2대 혜종)에 오르게 하는 불굴의 여인이다. 고려사에 따르면 왕건이 임신을 피하기 위해 깔아놓았던 돗자리에 사정하지만 도영은 그것을 몸에 담아 무를 낳았다고 기록될 정도로 야망이 강한 여자다.

최근 방영에서 모습을 드러낸 세번째 부인 수인(전미선)은 왕건 즉위 후 후궁으로 들어와 여섯 자녀를 낳는다.

왕건의 첫 사랑인 연화의 용모와 기질이 흡사해 왕건의 총애를 받는 여성으로 앙큼한 구석이 많다. 때문에 둘째 부인 도영에게 심한 견제와 미움을 받지만 두 아들(3대 정종, 4대 광종)을 왕위에 오르게 한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17 16:25


배국남 문화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