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한 젊은이의 희생...

일본의 지하철역에서 술취한 일본인을 구하려다 의롭게 간 한국 젊은이의 희생이 한반도와 일본 열도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 있으키고 있다.

고(故) 이수현(26ㆍ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군.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MTB와 스킨 다이빙을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였으며 기타에 심취해있던 평범한 대학생. 작지만 소박한 꿈을 간직한 채 성실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온 한 젊은이의 명예로운 죽음이 삭막해져가는 이 땅에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의 의로운 죽음이 알려지면서 국내와 일본의 신문ㆍ방송은 물론 양국의 인터넷에는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을 기리고 명복을 비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가 생전에 손수 만든 홈페이지(blue.nownuri.net/~gibson71)와 그의 연인이었던 한모(26)양의 사이트에는 수천 건에 달하는 격려와 애도의 글이 그칠 줄 모른다.

'당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수현님의 홈페이지를 영원히 보존합시다', '정의롭게 가신 님께 삼가 고의를 표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양보와 희생의 미덕을 배우며 자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주변의 하찮은 것조차 남에게 양보하지 못한다. 하물며 하나뿐인 생명을 희생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소설이나 역사에나 나오는 이야기다. 이씨의 순고한 희생에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겨 논 구절이 가슴에 닿는다. '살아가면서 안될 때도,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에 피해가고 뒤로 물러서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 고난과 역경도 제 인생의 한부분이기 때문이죠. 언제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헤쳐나갈 용기가 있습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30 17:57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