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42)] 변신로봇의 서막

지난해 일본의 소니가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아이보(Aibo)라는 애완용 로봇을 만들었을 때, 처음 생산된 3,000개(개당 2,500달러)가 불과 20분만에 모두 팔려나갔고, 지금도 매달 6만개 이상 팔리고 있다는 사실은 로봇에 대한 잠재적인 관심이 폭발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아이보는 250가지의 동작이 가능하고 사람과의 기본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사실 지난 2-3년간 로봇 청소기며 로봇 잔디깎기 등 가정용 로봇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뉴스를 보아도 로봇혁명은 시작된 듯 하다.

1950년대 공상과학 소설을 보더라도 너나 없이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가정에 로봇이 있고, 로봇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우리들은 설 잔치가 끝나고 모두가 피곤에 지쳐 잠자고 있을 즈음, 거실에선 청소로봇이 과자 부스러기와 담뱃재를 빨아들이며 부산히 움직이고, 부엌에서는 가정부 로봇이 그릇과 술잔을 씻고 모자라는 식품은 냉장고가 알아서 슈퍼에 주문하는 세상에서 지금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가정용 로봇의 실용화를 말하기는 아직은 분명 시기상조다. 이렇듯 전체적인 로봇 실용화의 걸림돌은 로봇을 설계하고 만들 시간과 돈이 부족해서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또 한발 앞서 생각해 본다면, 이런 여러 종류의 로봇을 집에 둔다는 것은 가뜩이나 비좁은 집안을 더 비좁게 만들어 오히려 불편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연구자들의 고민거리는 여러 기능을 한꺼번에 하는 다기능 로봇이나 일에 따라서 모양자체가 변하는 변신형 로봇의 개발이다. 대량생산을 위해서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자동화 시스템도 숙제다.

최근 미국 브란데이스 대학의 립슨과 폴락 교수는 진화의 원리를 이용해서 로봇을 설계하고 자동으로 생산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가상현실에서 막대기와 작동기, 그리고 컴퓨터 케이블(신경)을 기본 재료로 여기에 고도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진화의 요소를 가미하면, 600 세대 후에는 아주 그럴싸한 가상로봇 디자인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디자인에 따라 로봇을 만들고, 또 계속 진화를 거듭하면 결국엔 인공생체의 수준까지도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다니엘라 러스 교수와 동료들은 기존의 바퀴, 모터, 집게, 어정쩡한 다리 대신에 독자적인 지능을 가진 수천 개의 스마트 유닛(smart unit)을 사용하여 로봇을 만드는 방법으로, 더욱 유연하고 응용성이 뛰어난 차세대 로봇인 변신형 로봇의 개발에 착수했다.

이 변신로봇의 핵심기술은 수천 개의 유닛을 종합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통제시스템의 개발이다. 현재 이들은 몇 센티미터 크기의 유닛으로 실험하고 있는데, 이 로봇의 얼굴은 필요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내장된 프로세서가 있어서 다른 유닛과 교신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다른 유닛과 연결 및 단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변신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는 각 유닛이 바로 인접한 유닛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천 개의 유닛 전채를 빠르게 통제하고 로봇의 형태를 변하게 하는 중앙조절시스템의 개발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스마트 유닛을 로봇 손의 내부표면에 설치하여, 물체의 모양에 따라 손의 모양이 변하는 보다 효율적이 로봇 손을 개발하는데는 이미 성공했다.

몸 전체가 변하는 변신이라기보다는 아직은 부분적인 변형에 불과하지만, 이것이 점차 발전하면 만화영화에서나 가능한 변신 로봇이 현실에서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 아직은 명절이 여성에겐 스트레스의 원인일 뿐이지만, 남녀가 함께 명절을 즐기고, 음식준비와 허드렛일은 로봇이 책임지는 시대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여성해방의 전사가 될 다기능 변신로봇의 시대를 꿈꾸는 것은 결코 헛된 공상이 아니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www.kisco.re.kr

입력시간 2001/01/30 19:32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