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겨울의 즐거움과 풍미, 빙어축제

낚시꾼들은 붕어낚시의 묘미로 '삼미(三味)'를 이야기한다. 시원하게 올라오는 찌를 바라보는 눈맛, 품위 있게 대를 당기며 붕어를 끌어내는 손맛, 정갈하게 손질해 찜이나 매운탕을 해 먹는 입맛이다. 겨울의 진객 빙어(氷魚)와 어울리는 빙어낚시에도 삼미가 있다.

손 끝을 간지럽히듯 가녀린 입질을 감지하는 손맛, '겨울 호수의 요정'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빙어를 감상하는 눈맛, 즉석에서 회나 튀김을 만들어 먹는 입맛이다. 가족과 함께 그 삼미를 만끽하는 얼음 위의 축제가 있다.

강원 인제군은 2월 2일부터 4일까지 제4회 빙어축제(문의:빙어축제추진위원회 033-460- 2366)를 연다. 장소는 소양호. 인제군 남면 남전리 군축교 일원이다. 유난했던 이번 추위로 이 일대는 두께 40㎝까지 얼었다.

낚시꾼들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얼음이 5㎝ 면 사람이 올라 탈 수 있고, 30㎝면 차가 다닐 수 있고, 40㎝ 위에서는 탱크를 몰아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안전한(?) 얼음 위에서 보내는 한 나절, 약간의 초고추장, 튀김가루, 식용유를 준비한다면 즐거움과 추억이 보장된다.

빙어는 차디찬 얼음 밑을 떼지어 다니는 5~18cm의 흔한 물고기. 냉수성 어류로 여름과 가을에는 수온이 낮은 호수의 바닥에 머문다. 겨울이 되면 얼음 밑까지 올라와 봄 산란기를 준비하며 먹이활동을 한다. 1년생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2, 3년생도 발견된다.

공어, 동어, 벵어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이맛이 나기 때문이 과어(瓜魚)라는 이름도 갖고 있다. 원래 한반도의 일부 하천에만 살았는데 빙어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이 1920년대 함경도 용흥강에서 채란한 빙어의 알을 수원 서호, 제천 의림지 등에 이식방류하면서 전국적으로 퍼지게 됐다고 전해진다. 미식가의 입맛을 유혹하는 별미이자 훌륭한 겨울 관광상품이 됐다.

빙어낚시의 채비는 만들기가 까다롭지만 정작 낚시는 너무 쉽다. 1~1.5호 원줄에 0.6호~0.8호의 가지줄 5~6개를 잇고, 찌톱이 중간정도 수면 위에 나오도록 봉돌을 맞추면 된다. 낚시터 인근의 낚시점에서 2,000~1만원 정도면 바늘, 봉돌, 찌가 결합된 세트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얼음에 구멍을 뚫을 끌, 추위를 완벽하게 대비할 수 있는 옷과 신발을 준비해야 한다.

미끼는 동물성이 주를 이룬다. 흔히 구더기를 쓰는데 빠져나가지만 못할 정도로 바늘을 구더기의 꼬리부분(두꺼운 곳)에 살짝 걸쳐야 물속에서 왕성하게 빙어를 유혹한다. 떡밥이나 원자탄 등 집어용 밑밥을 얼음구멍 속으로 조금씩 뿌려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

포인트 선정의 기준은 '구관이 명관'. 지난해 어느 곳에서 '대박'이 터졌는지 낚시점이나 주민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다.

지름 15㎝ 정도의 얼음구멍을 뚫고 채비를 내렸다가 30분 정도가 지나도 소식이 없으면 미련없이 자리를 옮긴다. 빙어는 유영층이 있기 때문에 줄의 길이를 조정해 그 유영층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빙어는 입이 약하다. 강한 챔질은 금물.

손가락으로 살짝 올려주는 정도의 챔질이면 충분하다. 한마리가 바늘에 걸렸더라도 잠시 기다리면서 다른 바늘의 입질까지 기대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빙어는 떼로 활동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3~4마리를 올릴 수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차장

입력시간 2001/01/30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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