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여의도로 옮겨 간 政爭

이번 주의 정치뉴스는 5일부터 정상화한 임시국회를 중심으로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여야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일전을 벌인다. 2월6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표연설을 한 데 이어 7일에는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이 대표연설을 하며 8일의 자민련 대표 연설은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이 맡는다.

이회창 총재에게는 늘 하는 대표연설이어서 새로울 게 없지만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과 자민련 김 대행의 대표연설은 의미가 각별하다. 민주당은 원내인 서영훈 대표체제에서 원외인 김중권 대표 체제로 바뀐 뒤 있는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기회여서 누구에게 대표연설을 맡기느냐가 관심사였다.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결국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한 최고위원으로 결론이 났다.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득표순위에 따라 이번 대표연설은 최고득표를 한 한화갑 최고위원에게 맡겨진 것이다. 동교동계 내부 라이벌인 권노갑 전 최고위원의 2선후퇴 이후 여권 내부에서 정치적 위상이 높아진 한 최고위원에게는 이번 대표연설이 정치적 기회이자 시험대의 의미를 지닌다.


자민련 천신만고 끝 대표연설

자민련은 16대 국회 들어 천신만고 끝에 '의원 꿔오기'라는 고육책을 동원해 교섭단체를 구성한 뒤 처음으로 교섭단체 연설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았다.

마침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도 법적 의미에서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자민련의 교섭단체 지위를 인정한다고 선언한 터여서 이번 교섭단체 연설은 자민련이 공식적으로 3당체제의 일원으로 대우를 받는 상징이다.

원칙대로라면 당 총재인 이한동 총리가 연설을 해야 하지만 총리직을 유지하면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김종호 대행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9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지는 대정부 질문에서는 최근 정국에 회오리를 몰고왔던 안기부 선거자금 사건 수사 논란, 민주당의 '전체 유권자 성향분석 문건'파문, 언론사 세무조사, 현대그룹 추가 지원, 대우 김우중 회장 비자금 사건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해외에 체류중인 김우중 회장의 비자금 수사 진전에 따라서는 한바탕 정치권에 파란이 일어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우그룹의 불법대출이 이전 정권의 인사들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고 경기고 인맥이 주요 수사대상에 오르면 경기고 출신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지지그룹에 대한 표적 수사시비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최근 정가의 핫이슈로 떠올랐던 국가보안법 개정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개정시기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이후로 미룬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정치뉴스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다.

김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국보법 개정을 서두른다는 보수진영의 문제제기가 '남남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 개정논의가 본격화하면 당내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갈등표출이 불가피했던 상황에서 여권이 개정시기를 늦추자 반색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야 소장파 의원을 중심으로 보안법 조기개정 목소리가 여전해 불씨는 살아있다.

민주당의 초ㆍ재선 의원과 '미래연대' 등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은 조만간 공동기구를 결성해 보안법 개정과 인권법, 반부패기본법 등 개혁입법 추진에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민주당 원내사령탑 누가 맡나

2월9일 실시되는 민주당의 총무경선 결과도 정가의 관심사다. 김덕규(4선ㆍ서울 중랑을) 이상수(3선ㆍ서울 중랑갑) 천정배(2선ㆍ경기 안산을) 의원 등 3인이 치열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선에 과연 '김심'(金心ㆍ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나 청와대 측은 "김심은 엄정중립"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출마자 중 최다선인 김덕규 의원은 관록에다 원만한 성품을 내세워 득표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특히 중진의원의 몰표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상수 의원은 일찍부터 총무경선을 염두에 두고 뛰어왔다는 것이 강점.

권노갑 전 최고위원과 유대관계를 돈독히 했던 것도 자랑이다. 재야 개혁그룹 출신인 천정배 의원은 재선이라는 낮은 선수가 핸디캡이나 "당 쇄신을 위해 선수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개혁성을 무기로 초ㆍ재선 의원을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어떤 색깔을 가진 인사가 앉느냐는 한나라당의 원내사령탑 교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원내총무 경선 추이를 주시하는 이유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2/0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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