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홈쇼핑을 잡아라"

무한한 성장성, 불꽃튀는 신규채널 쟁탈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TV 홈쇼핑의 채널권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방송위원회(위원장 김정기)가 최근 홈쇼핑 채널을 추가로 3개 승인하기로 결정하고 심사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채널권 싸움은 바야흐로 본게임에 들어갔다.

선정방식은 분야별 심사배점에 따른 다득점 원칙. 신규 승인의 심사항목 및 배점은 (방송의 공적책임 준수 및 공익의 실현 250점 ( 채널운용계획의 적정성 200점 (경영계획의 적정성 250점 (재정 및 기술적 능력 100점 (방송 및 관련사업 발전 기여 가능성 200점 등 총 1,000점 만점이다.

방송위원회는 조만간 사업권 신청을 받아 정밀하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4월중에 사업권자를 선정, 발표할 예정이다.

TV 홈쇼핑 시장은 현재 LG홈쇼핑과 CJ39쇼핑이 양분하고 있다. 지난해 LG홈쇼핑은 6,000억원, CJ39쇼핑은 4,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1조원이 넘는 시장규모.

1995년 케이블TV 개국과 함께 시작된 두 업체의 홈쇼핑 사업은 매년 100~200%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급속히 확대돼 거대시장을 형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라면 2003년에는 3조원, 2005년에는 7조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통합방송법에 의해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지역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 흡수ㆍ통합되면서 케이블TV 유료시청가구수가 대폭 증가하는 데다 올 하반기 디지털 위성방송이 시작될 경우 TV 홈쇼핑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홈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은 기존의 쇼핑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는 서비스 때문. 다리품을 팔아가면서 백화점과 시장을 돌아다니는 대신 안방에서 편안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TV화면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보고 구입할 수 있다.

밤낮없이 24시간 계속되는 방송도 장점이다. 낮에는 쇼핑할 여유가 없는 직장인은 퇴근한 뒤 TV를 보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새로운 쇼핑문화의 장이 열린 것이다.


신규채널의 유력 후보

현재 홈쇼핑 경쟁에 뛰어든 예비사업자는 30여개 컨소시엄의 100여개 업체. 이들 가운데 유력한 컨소시엄은 신규 채널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공청회에서 지지한 중소기업 컨소시엄이 그 하나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통신판매업체 씨앤텔, 한민족물자교류협회와 손잡고 '중소기업홈쇼핑'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초기자본금은 6억원 정도이지만 사업자로 선정되면 자본금을 200억~300억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씨앤텔의 방송경험과 중소기업 300만개가 모인 중기중앙회의 영향력이 강점으로 부각되는 부분이다. 민간업체의 연합인 이 컨소시엄의 경쟁자는 공교롭게도 공공기관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 100% 출자한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중기홈쇼핑'의 맞수다.

목동에서 중소기업전문 백화점인 '행복한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유통센터는 백화점 경영으로 쌓은 노하우 및 아리랑TV 등 방송업체와의 협력관계를 내세우면서 홈쇼핑채널 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농수산물 전문채널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농수산물 전문채널은 지난해 말까지 상당히 설득력을 얻었던 사업후보다. 위축되는 농수산업의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유통시장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강력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농수산물 전문채널 예비사업자로 나선 후보는 농축산물 가공업체로 유명한 하림과 농협중앙회가 연합한 '한국농수산방송위원회' 컨소시엄이다. 이에 맞서 농협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이 삼성물산과 손잡고 '하나로 쇼핑넷' 컨소시엄을 만들었다.

하나로마트 등 농수산물 전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농협유통이 대기업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지분 51%를 갖는 대주주로 참여해 발족했던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대기업 배제설이 흘러나오자 즉각 지분조정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가 44%, 삼성물산이 33%의 지분을 갖고 방송계와 정보통신기업 등 기타 업체를 끌어들였다. 대기업이 대주주의 위치에서 물러난 만큼 '대기업 컨소시엄'으로 보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희망 갖게 된 대기업

올들어 두차례 공청회를 통해 신규채널을 최소화하고 중소기업에 사업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자 3개 채널로 밝혀져 대기업 참여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대기업 위주로 컨소시엄을 발족한 곳은 현대백화점이 대주주인 '연합홈쇼핑' 컨소시엄과 전자상거래업체 한솔CSN이 중심이 된 '한솔홈쇼핑TV' 컨소시엄.

현대백화점은 갤러리아백화점 등 5개 백화점과 연합했으며, 한솔CSN은 MBC프로덕션, SBS뉴스텍 등 방송관련 업체와 벤처기업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백화점 외에 별다른 유통업태가 없는 현대백화점으로선 TV홈쇼핑 진출에 사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는 "물류와 상품기획, 품질관리, 고객서비스 등 오프라인의 유통노하우가 홈쇼핑 사업에서도 커다란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롯데의 경우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현재 롯데백화점, 롯데마그넷, 세븐일레븐 등 롯데 계열사와 방송관련, 벤처 및 중소기업, 물류 및 전산관련 업체 등 30여개 업체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TV홈쇼핑을 제외한 모든 유통업태를 다 갖추고 있는 롯데로선 욕심낼 수 밖에 없는 사업이다. 대기업들은 그러나 '공적 이익 실현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사키로 한' 방송위원회의 발표에 따라 여전히 조마조마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로비 등 과열양상, 후유증 예상

문제는 홈쇼핑 경쟁이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예비사업자들은 채널권 심사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관련학자들을 대상으로 치열한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첫번째 공청회 당시 홈쇼핑진출 희망업체들은 발제자와 토론자들을 미리 찾아가 "추가채널수가 일정 개수 이상 되어야 한다", "특정 분야 관련 채널은 꼭 필요하다"는 등 자사에 유리한 주장을 펼치는가 하면, 사업계획서를 보여주면서 사전 홍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인사는 "세부기준을 마련하기 전단계임에도 불구하고 희망업체들이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전화를 해오고, 심지어 사무실까지 찾아와 시달려야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심사위원회가 구성되면 업체들의 로비가 얼마나 치열해질지 짐작할 만하다"고 우려했다.

기존 홈쇼핑업체와 희망업체들의 신경전도 치열하다. LG홈쇼핑과 CJ39쇼핑은 "홈쇼핑이 무조건 '되는 장사'로만 알려진 것은 잘못된 인식으로, 다수의 신규사업자를 선정할 경우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이어져 홈쇼핑업계의 부실을 낳을 것"이라면서 방송위원회 관련 인사들을 설득하고 있다.

결국 누가 사업자로 선정되든 간에 상당한 후유증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김지영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06 18:51


김지영 경제부 kimj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