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지나친 소모적 싸움"

극렬 팬간의 전쟁은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보는 사람 모두를 눈살 찌푸리게 만든다.

어른은 물론이고 10대, 그리고 이들 가수의 팬 중에도 다른 가수에 대한 지나친 언행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러는 이성을 호소하기도 하고, 더러는 자성을 촉구하기도 한다. 3자의 입장에서 양측 모두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MBC 홈페이지에는 'H.O.T & god 팬 분들 보세요, 꼭'이라는 제목으로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외를 욕하는 분들, 참 한심합니다. 님들이 욕하시는 것 만큼 님들이 좋아하는 가수 분이 욕먹는다는 것 아세요.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정현미) 또 자신을 H.O.T의 팬이라고 밝힌 한 10대는 "자신이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 그 가수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마음, 자신 이외의 다른 팬의 마음도 모두 똑같다고 생각해보시면 조금은 나은 우리 10대 팬이 될 것 같네요"(그들의 팬)라며 글을 올렸다.

한국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의 정보동호회에는 보다 냉정한 시각에서 일부 극렬 팬의 언행을 비판하는 글들이 여럿 올라있다. 그중 'H.O.T를 비롯한 팬들의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한마디로 광적이라는 거다. H.O.T.를 비판하는 글을 쓰면 god 팬이냐는 질문을 던진다. 결국은 자기만의 이중 잣대에 갇혀있는 것이다. (중략).

일반 시민이 H.O.T를 싫어하면 '사람마다 틀리다'며 'H.O.T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게 당연하니 상관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god나 조성모 팬을 광적으로 미워한다. 그들 말대로 H.O.T 좋아하는 사람 있으면 조성모나 god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거다."(김현호)

안티사이트에도 드물지만 화해와 이해를 촉구하는 글이 있다.

"어느날 생각해봤습니다. 내가 왜 핑클을 싫어하고 욕하는지. 이유는 하나 밖에 없더군요. 대체로 핑클을 좋아하면 SES를 싫어하는 것 같아서요. 자세히 생각해보니 나도 핑클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어요. 서로는 인정하기 싫을지 모르지만 가요계를 이끌어가는 여가수 그룹인 만큼 팬들도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어요?"(안티 핑클, ID svvls)

god 안티 사이트인 디져죽이기 협회 게시판에는 "무조건 존대말을 쓴다, 절대 다른 가수 팬들과 싸우지 않는다, 인터넷에 god의 이름을 걸고 더이상 더러운 글을 남기지 않는다, 무조건 god가 최고다라는 생각은 버린다"(ID 하늘 god)는 내용의 서약서도 올라와 있다.

이런 글은 비록 소수이고 잔잔한 어조이기는 하지만 갈수록 맹목적이고 폭력적이 되어가는 가요 팬들의 전쟁을 걱정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어떤 표현보다도 더 강력한 공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입력시간 2001/02/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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