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투자할 줄 아는 대기만성형

하정률 사장과는 KTB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벤처캐피탈 업무를 담당했다. 같이 일하면서 느낀 점은 하 사장이 '촌놈'타입이지만 의리가 있고 화끈하다는 것이다. 큰 덩치 만큼이나 통도 크고 추진력도 있다. 처음 만나면 좀 어눌한 것 같지만 묘하게도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는 KTB 시절부터 맡은 분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또 성실하다. 자신이 투자하기로 결정한 기업의 성공을 위해 밤에도 현장으로 가 개발에 관한 의견도 나누고, 도와주곤 했다. 그런 열정이 많은 벤처기업의 성공신화에 보탬이 됐을 것이다.

그의 인간적 매력은 어려운 시절에 미디어링크를 창업 하면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몇 달 만에 모은 인력을 보고 나는 감탄했다.

국제적인 IT 연구소를 세워도 좋을 만큼 쟁쟁한 인재가 모여있다. 처음에는 개발인력의 유지 경비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줄이기는 커녕 계속 늘려나가는 것을 보면 항상 앞날을 보고 미래에 투자하고 있는 것 같다.

대기만성형이랄까? 아니면 통이 크다고나 할까. 오늘 당장 굶어도 R&D 투자가 없으면 내일의 희망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러니 언제나 비즈니스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

펀딩할 때도 솔직히 놀랐다. 장래에 책임질 수 있는 회사로 키울테니 그만큼 인정하고 가치를 쳐달라고 고집하는데, 한편으론 웃긴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신뢰가 가는 게 사실이다.

창업 4년만에 이만한 기업을 일으켰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하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이라 나름대로 시장을 보는 눈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심지가 깊은 친구다. 사귀면 사귈수록 진가를 보게 된다. 좌충우돌하면서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가끔 현실과 타협을 할 줄 모르는 게 약점이라면 약점이다. 한 기업의 경영자로서는 자신감도 좋고 고집도 좋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고개를 숙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 사장의 건투를 빈다. /안재홍 한국IT벤처 사장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2/0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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