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주부 우울증

'왠지 기분이 무겁고 모든 일이 비관적으로만 생각되는가 하면 무슨 일을 해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도무지 일에 대한 의욕이 없다.' '우울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서 건강상태도 전반적으로 나빠져 머리가 무겁거나 불면, 식욕 또는 성욕의 감퇴가 나타난다.'

경기침체로 인해 사회전반적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된 가운데 최근 이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예년에 비해 유독 치열한 경쟁양상을 보였던 대학입시가 끝난 요즘에는 증가추이가 한층 가속되는 양태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우울한 기분이 들고 생각이나 행동을 하기가 싫어지며 매사에 흥미를 잃는가 하면 머리가 무겁고 불면증과 식욕 및 성욕감퇴 등이 지속되는 증상은 우울증, 그중에서도 중년의 가정주부에게 빈발하는 '주부 우울증'이라고 한다.

물론 의학적으로 주부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대개 중년의 주부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만큼 편의상 주부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주부 우울증은 설날이나 추석, 제사 등 명절이나 크고 작은 집안의 대소사를 앞두고 어깨가 아프다든지 또는 가슴이 답답하다든지, 아니면 소화불량 불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명절증후군이 그 시점만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는 것과 달리 지속적이고 심각한 상태가 이어진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발병은 대개 고부 갈등 또는 시댁 식구와의 갈등, 남편 및 자녀 등 가족과의 갈등, 자녀 교육문제, 경제적 문제 등 실로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즉, 이같은 심리적 갈등요인에 대한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쌓아 두었다가 어느 사이 화병이 되고 우울증으로 이환되는 것이다.

사실 주부의 일상과 생활은 고달픔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정의 며느리로, 아내로, 어머니로 1인3역의 역할을 동시에 그것도 훌륭하게 소화하고 수행해내야 하는 슈퍼우먼이기를 원하면서도 그에 대한 노고를 알아주는데는 인색한 것이 우리 사회이기 때문이다.

실례로 남편은 결혼생활 이후에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아가면서 더욱 많은 활동을 하게되지만 묵묵히 이를 뒷바라지를 하는 아내는 그에 대한 보상은 커녕 자신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자녀문제에 있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사회적 활동을 이유로 밖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남편 대신 자녀의 교육문제와 진학문제 등이 고스란히 주부의 몫으로 주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자녀의 성적표가 곧 주부의 성적표가 되는 최근의 현실은 결국 주부의 스트레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의 경우 어머니의 희생을 인정하고 감사해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성장하면 오히려 부모와 어울리기 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한다. 자연히 주부는 소외감과 허탈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여기에 시댁 또는 시어머니와의 갈등까지 가세할 경우 그야 말로 상황은 사면초가의 상태에 이르게끔 한다. 이러한 상황의 장기간 지속이 필연적으로 주부 우울증이라는 질병을 야기시키게 되는 것이다.

주부 우울증의 한방치료는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도와주고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것을 원칙으로 시행한다. 치료는 주로 약물요법이 이용되는데 주로 처방되는 약물은 분심기음을 비롯해 보심건비탕 가미온담탕 등이다.

이들 약물은 스트레스로 인해 이상을 야기하는 기의 흐름을 바로 잡아주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심장의 기운을 도와 진정시켜주어 우울증의 증상을 개선시키는데 아주 뛰어난 효과가 있다.

주부 우울증은 발병시 적절한 치료가 물론 중요하지만 평소 생활에서 예방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매사에 긍정적 사고와 함께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가족 또는 주변 사람도 아내의, 그리고 어머니의 수고와 어려움 등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것이 주부 우울증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1/02/0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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