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우리들

'주간한국' 1898호에 팬클럽 간의 인터넷 설전을 다룬 '승패없는 그들만의 전쟁'이라는 기사를 쓰고 일주일동안 주간한국 근무 이래 가장 많은 이메일을 받았다.

기자로서 기사에 대한 독자의 즉각적인 반응을 얻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메일을 일일이 열어 보고서는 마냥 그럴 수 만은 없었다.

메일 중에는 기사의 내용이 상식의 범위 안에서 행동하는 팬은 외면하고 문제 있는 팬만 취급한데 대한 정중한 항의나 기사가 팬들 간의 싸움을 말리기보다는 부추길 수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기사의 취지가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을, 가능하면 기자의 시각을 들이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 써서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도록 하려는 것이었다는 해명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메일의 대부분은 "우리 오빠들을 감히 어떻게 다른 가수와 비교할 수 있느냐", "웃기지마라. OOO가 짱" 등의 분노의 표현과 "기자가 SM기획의 광 팬이다", "죽고싶어 환장했느냐"는 등의 음해, 욕설, 협박이었다.

이제는 기사 속에 넌지시 담으려했던 메시지를 분명히 밝혀야겠다. 메일을 보니 기사를 제대로 읽는다면 그 의미를 알겠지, 했던 것은 너무나 '순진한 바람'으로 판명이 났기 때문이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든지 그건 개인의 자유다. 또 누구라도 얼마든지 자신의 호감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누군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이 최고여야 하고, 다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배척하고 비난하고 심지어 유형무형의 폭력을 행사한다면, 더구나 그것이 집단적으로 벌어진다면, 그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내 것만이 최고라는 생각, 나만이 옳다는 생각이 비단 가수를 좋아하는 팬만의 문제는 아니다.

수십년간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진 채 하나의 생각만을 강요받고, 그 결과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오랜 병폐. 이것이 순수와 열정을 지닌 그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수많은 비난과 욕설 메일보다 나를 더 안타깝게 한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13 19:36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