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族] 인터넷은 '퀴즈의 바다'

거센 퀴즈 열풍, 사이트 개설 '봇물'

퀴즈족에게는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아니라 '퀴즈의 바다'다. 방송에서 퀴즈 바람이 일자 각종 인터넷 회사들이 앞다투어 게임 혹은 퀴즈 사이트를 개설하고 있기 때문.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 탓에 숫자만 놓고 보자면 인터넷 퀴즈가 방송퀴즈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야후 등의 검색 사이트에서 '퀴즈'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200여개의 사이트가 뜰 정도다. 라이코스나 네오위즈 같은 대형 포털도 속속 퀴즈 코너를 강화하고 있다.

라이코스가 지난해 오픈한 퀴즈넷(quiznet.lycos.co.kr)은 개시 1주일 만에 하루 페이지뷰가 100만건을 넘어섰고, 요즘도 하루 평균 500만건에 이르는 페이지 뷰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 홈페이지(www.nis.go.kr)에서도 격주 단위로 장편의 추리소설을 올려놓고 그 안에서 문제를 내는 추리퀴즈 코너를 마련, 정답을 맞히는 사람에게 문화상품권 등을 나눠준다.


점수쌓는 재미에 중독, 다양한 계층서 즐겨

인터넷 퀴즈는 방송 퀴즈에 비해 참가하기도 쉽고, 언제든 원하는 때에 문제를 풀 수 있어 인터넷의 주 이용층인 20대는 물론 주부, 중고등학생, 직장인 사이에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퀴즈 쇼를 진행하는 퀴즈 자키(QJ), 퀴즈 사이트에 참가해 문제를 푸는 사람을 뜻하는 퀴저(Quizer) 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인터넷 퀴즈의 특징은 중독성. 문제를 풀어 정답을 맞히면 점수가 쌓인다. 많이 풀어 많이 맞힐수록 점수가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 틀려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으므로 한점 두점 점수 쌓이는 재미에 빠지면 날마다, 심하면 하루에도 몇시간씩 퀴즈 사이트에 들어가 있게 된다.

고시생 김창집(28)씨는 "처음에는 공부도 할 겸 재미 삼아 시작했는데 한번 하니 계속해서 들어가게 된다. 이제는 같은 고시원의 친구들과 퀴즈를 푸는 일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을 정도"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사용자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 주간과 월간 또는 분야별 랭킹 100위의 명단을 공개해 경쟁심을 부추긴다.

인터넷 게임 사이트들은 아직까지 대부분 무료이나 최근 들어 하나둘 유료화하는 추세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 퀴즈 서비스를 시작한 퀴즈퀴즈의 경우 지난해부터 유료 서비스로 전환했음에도 10대, 20대 사이에 인기가 좋아 요즘도 동시 접속자 수가 1만3,000명을 넘나든다. 돈을 내고서라도 퀴즈를 풀겠다는 이들은 확실한 인터넷 퀴즈족이다.

이들의 시장성을 주목한 일부 기업에서는 벌써 자신의 이름을 정답으로 하는 문제를 출제하도록 하거나 퀴즈 사이트내 사이버 상점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등 퀴즈 사이트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퀴즈퀴즈는 월 광고매출이 1억원이 넘을 정도다. 또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 퀴즈 사이트와 오프라인 업체의 제휴도 생겨나고 있다. 퀴즈쿨은 이달부터 대형 포털 사이트 외에 휴대전화기 업체와도 손을 잡고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고 일부 사이트들은 신문이나 방송과 손을 잡고 출제를 하고 있다.


방송보다 다양한 콘텐츠 제공

인터넷 퀴즈는 방송 퀴즈보다 종류도 다양하다. 방송 퀴즈 포맷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도 있지만 기발한 형식의 퀴즈들도 많다.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방송 CNZTV(www.cnztv.com)가 지난달까지 방송했던 '이문세 송윤아의 마구간 퀴즈'는 공중파 방송과 마찬가지로 진행자와 참가자들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며 OX형 시사 문제 30개를 푸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간중간 전화 퀴즈인 '스피드 다이얼을 돌려라', 정답자 모두에게 상품을 주는 '긴급 이벤트', 연예인이 출연하는 '스팟 동영상 퀴즈' 등의 다양한 코너가 삽입된다.

마지막까지 문제를 푸는 사람에게는 디지털 캠코더, DVD 플레이어 등의 상품이 주어진다. 만일 최종승자가 나오지 못하면 패자부활전 등의 방식으로 프로그램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공중파 방송과 다른 점이다.

마구간 퀴즈는 참가신청자 수가 매주 800여명, 생방송 중의 동시접속자 수가 1,000명, 페이지 뷰가 10만건에 달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퀴즈퀴즈(www.quizquiz.com)는 일종의 성장형 게임이다. 참가자들이 캐릭터를 선택하고 정답을 맞힌 점수에 따라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의상과 액세서리 등을 고를 수 있다. 동시에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IQ가 올라간다. 퀴즈가 주는 성취감을 다마고치 같은 게임에 응용한 것이다.

퀴즈 방식은 혼자서 15문제를 모두 맞혀야 하는 '서바이벌 OX', 남녀 각 3명이 출전, 짝을 이뤄 문제를 푸는 '러브러브 퀴즈', 5명의 출전자가 수능시험식의 5지선다 문제를 푸는 '도전! 수능 400', 5명이 4지선다의 토익 문제를 푸는 '토익' 등 다양하다.


현금지급 사이트가 더 인기

인터넷 퀴즈족도 오프라인의 퀴즈족과 마찬가지로 현금을 제일 좋아한다. 그 다음은 물건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권이나 포인트. 상품으로는 가전제품보다는 해외여행권을 선호한다.

상품이나 사이버머니 대신 현금을 지급하는 사이트에 사람이 더 많이 몰리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현금을 지급하는 인터넷 퀴즈 사이트의 대표적인 예로는 지난해 12월 문을 연 라이브 퀴즈(www.livequiz.tv)를 들 수 있다.

현금을 지급한다는 소문이 나 개시 두달 만에 2만5,000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매일 7,000여명이 전화퀴즈에 도전한다.

밤 9시부터 다음날 저녁 8시15분까지 유료 자동응답전화로 사실상 24시간 운영되는 '스피드 더블 퀴즈'에서는 10문제를 가장 빨리 맞힌 1등에게 10만원, 만점자 중 30명을 추첨, 다시 10만원을 주고 그날의 최고 포인트자에게도 10만원을 지급한다.

매일 저녁 9시 두 차례만 실시되는 '생방송 OX 퀴즈 쇼-죽느냐 사느냐'는 1, 2차로 나뉘어 진행되며 첫판 우승에 10만원, 두번째 판 우승에 20만원의 상금이 걸려있다.

대학 선후배 사이로 결혼을 앞두고 있는 박상건(27) 유지현(28) 커플은 서비스 개시 첫날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OX 문제를 공략, 벌써 1,200만원의 상금을 확보했다.

두사람은 최근 2년간의 시사상식 책을 독파했고 모르는 문제는 인터넷을 뒤져 반드시 답을 확인, 두번 틀리는 일을 방지하는 골수 퀴즈꾼들이다.

퀴즈 크래프트(www.quizcraft.net)도 조합적인 문제가 출제되는 '퀴즈 그라운드', 특정 주제에 따른 문제를 풀어야 하는 '퀴즈 투데이', 그리고 서술식 문제가 출제되는 '퀴즈 주관식' 등의 코너 별로 상품권과 사이트에 올려져 있는 상품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적립금을 지급한다.

이밖에 퀴즈쿨(www.quizcool.com)과 애드버퀴즈(www.adverquiz.com), 아이퀴즈(www.iquiz.co.kr)등도 현금이나 상품권 지급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이트들이다.

현금을 내거는 사이트가 늘어남에 따라 인터넷 퀴즈족의 상금을 따내기 위한 노력(?)도 점점 그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인터넷 매체의 특성을 살려 혼자서 풀지 않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풀기도 하고 회사나 학교에서도 틈틈이 짬을 내 퀴즈를 푸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회사원 김장섭씨(35)는 "퇴근 후 집사람과 함께 퀴즈 사이트에 들어가 함께 문제를 풀다보면 한두시간은 금방 지난다. 나는 주로 스포츠 관련 문제를 풀고 문화 관련 문제나 주관식 문제는 아내가 푼다"고 말한다.

특히 중고생들 사이에서도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퀴즈에 매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어 학부모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다.

중고생 아들을 둔 주부 박모씨(46)는 "아들이 종종 인터넷에 들어가 퀴즈를 풀곤 한다. 상식을 늘리는 차원에서 말리지는 않고 있지만 최근 들어 현금을 지급하는 사이트들이 많아 어려서부터 사행심을 가지게 될까 봐 고민 중"이라고 말한다.

이런 여론의 비판을 의식, 일부 사이트는 포인트 상한선을 정하거나 상금의 일정액을 기부금으로 적립, 불우이웃이나 장애인 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저급한 수준의 문제 등 개선점 많아

또 일부에서는 인터넷 퀴즈 사이트에서 출제되는 문제들이 연예인 신상명세에 관한 것이거나 맞춤법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등 저급한 수준이어서 교육적으로도 좋지 않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 몇몇 퀴즈 사이트를 제외하면 많은 사이트에서 문제 출제를 아르바이트 대학생에게 맡기기 때문에 이런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라이브퀴즈의 안일호 기획팀장은 "어쩌다 틀린 문제가 나가면 10분 안에 바로 항의나 질문 메일이 올라온다. 그만큼 인터넷 퀴즈 사용자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는 보다 고품질의 문제와 상금의 공개적인 공익 기여 등이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13 20:20


김지영 주간한국부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