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유럽의 광우병 공황

감염 잠재환자 20만명 넘을 것

도대체 어디가 끝일까?

유럽대륙을 강타한 광우병 공포는 도무지 사그라들 줄 모른다. 1996년 한차례 광우병 홍역을 치른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또다시 발병사실을 확인하고 유럽내 확산을 막기 위해 10억유로(1조원)를 쏟아붓는 등 종합대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광우병 공포는 여전하다.

EU는 이미 새해부터 ▲광우병의 원인이라는 동물사료(육골분) 사용의 전면 중단 ▲30개월 이상 모든 소의 광우병 검사 ▲검사받지 않은 30개월 이상 소 폐기 등을 실시했고, ▲등뼈에 붙은 쇠고기(티본 스테이크 등) 식용 금지 ▲소의 추가 공공수매 및 폐기 ▲깨끗한 쇠고기의 유통을 위해 송아지 조기 출하에 대한 장려금 지급 등 대응 조치를 다각도로 검토중이다.

그래도 유럽에서는 아직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지 못하는 분위기다.

광우병과 광우병의 인간 전이 형태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를 막는 방법은 이론적으로 간단하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소를 가려내 폐기처분하고, 먹지 않으면 된다.

발병 원인과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어떻게 광우병 우려가 있는 소를 초기단계에서부터 분류해내 도살할 것이냐에 정책당국의 고민이 있다.

분류 기준을 강화하면 너무 많은 소가 죽어나가고, 기준을 완화하면 광우병 불씨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이는 축산농가에 대한 보상경비나 축산 정책과도 연관돼 있어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자칫하면 소비자들에게 과도한 광우병 공포를 심어줘 축산산업 자체를 붕괴시키고 과도한 사회불안을 부추길 우려도 있다.


EU 안일한 대처로 화 키운 꼴

EU도 광우병 초기에는 소비자의 안전보다 축산농가를 우선 보호하려다 현재의 화를 자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조건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려고 애썼던 것이다.

광우병이 처음 보고됐던 1985년 이후 10년간 EU측은 광우병을 단순히 소에만 나타나는 질병으로 몰아갔다. 96년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그로 인해 소위 1차 광우병 파동이 유럽대륙을 휩쓸자 이번에는 소의 특정부위, 특정 연령 이하의 소는 안전하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하던 광우병 공포가 지난해 10월 프랑스에서 다시 터져나오면서 문제는 더욱 커져버렸다. 전세계로 확산중인 2차 광우병 파동의 시작이다.

계기는 까르푸 등 프랑스의 대형 유통체인에서 감염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 놀란 유럽 각국은 재점검에 들어갔고, 안전하다던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감염 소가 발견돼 의혹은 사실로 굳어졌다.

소비자들은 "프랑스에서 그런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유럽 전역에서 광우병 가능성에 대한 재점검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특히 "광우병 우려가 있는 이른바 '특정위험' 쇠고기 부위가 계속 늘고 있으며 광우병 안전 소의 연령도 거듭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정책당국에 불만을 터뜨렸다. 당국의 말만 믿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부위가 어느 날 위험 부위로 둔갑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은 당연하다. 정부 발표의 불신도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문에 EU가 광우병 확산방지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소비와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그 결과 축산농가의 재정적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1차 파동때와 같은 농민의 자살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광우병 대책을 성토하는 소규모 시위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유럽에는 도축장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문제의 쇠고기가 발견되면 이 쇠고기의 출신, 사육, 도축, 수입, 판매지를 완전 파악해 검역, 수거 등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광우병이 확산되는 과정에서도 광우병 우려 소의 폐기 조치를 특정농장, 지역 등으로 국지화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이유다.


스웨덴 핀란드 제외한 모든 EU국서 발생

1월 말까지 유럽에서 확인된 광우병 발병 소는 어림잡아 20만두. 진원지인 영국이 18만두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고, 바다 건너 포르투갈(503두), 아일랜드(499두), 스위스(366두), 프랑스(191두) 등이 세 자리수를 넘어섰으며 안전지대로 알려졌던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 2자리수, 이탈리아 스페인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이 최근 발병이 확인됐다.

스웨덴, 핀란드 등 2개국을 제외한 EU의 모든 회원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밀 조사결과 광우병 사례가 발견된 만큼 기준을 엄격하게 하면 할수록 광우병 건수는 얼마든지 더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유럽에 광우병이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80년대 초. 영국에서 광우병 증상을 보이는 소들이 발견됐으나 광우병으로 공식 인정되지 않았다. 광우병을 공식 확인한 것은 86년이다. 그때에도 광우병은 인간에게 전이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로부터 10년뒤인 96년 광우병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변형 CJD, 즉 인간 광우병으로 전이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유럽대륙은 삽시간에 광우병 패닉 현상에 휩싸였다.

소비자들은 쇠고기를 기피했고, EU가 영국산 쇠고기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연 매출 30억달러의 축산업은 붕괴상태로 내몰렸다. 이때 영국 정부가 폐기한 소는 450여만두에 이른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85명이 인간 광우병으로 사망했으며 프랑스에서 3명 아일랜드에서 1명이 광우병으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96년이전까지 별다른 대책없이 문제의 쇠고기가 유통됐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발병하지는 않았으나 광우병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잠재 환자가 2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광우병의 인체 잠복기간은 수년에서 수십년이다.

EU는 오는 2005년까지 광우병 대책에 70억유로(7조원)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하지만 EU 회원국간에 광우병 감염경로에 따른 논쟁이 가열되고 EU산 쇠고기에 대한 전세계의 수입금지조치 등이 잇따르면서 유럽에서 광우병 공포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2/1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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