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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영화 혁명]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디지털 영화 혁명]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거장 조지 루카스 감독이 선보이는 야심작 '스타워즈 - 에피소드 제5편'이 개봉되는 2010년 2월15일 오후 8시 정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2만8,000여평의 부지에 세워진 루카스 디지털아트센터는 영화 '스타워즈 - 에피소드 제5편'의 디지털 신호를 인공위성을 통해 세계에 일제히 송출했다.

이와 동시에 세계 90여개 국가의 6,000여개 멀티플렉스 극장과 200만호의 가정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던 영화 팬들은 위성수신기로 받은 이 디지털 신호를 디지털 프로젝터나 고화질 HDTV를 통해 일제히 시청했다.

디지털 배급망을 통해 한 영화가 전세계 극장과 안방에 동시 개봉되는, 믿기 힘든 상황이 실현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아직은 가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 길어도 10년 안이면 우리 눈앞에서 충분히 실현가능한 일이다. IT 산업의 발달과 디지털 영상 기술이 가져다줄 변화다.


아날로그 영화 대체할 영화계 산업혁명

영화계에 '디지털 혁명'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그동안 네가필름을 이용한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있던 영화산업이 최근 첨단기능을 갖춘 컴퓨터 그래픽 장비와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영사 시스템(DLP) 등의 개발과 보급으로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

영화 기획, 제작은 물론이고 홍보, 배급에 이르기는 전과정이 점차 디지털 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은 조만간 영화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만큼 엄청나다.

19세기 초 인류는 감광유제를 바른 유리건판(乾板)을 이용해 처음으로 영상화면을 만들어냈다.

그후 19세기 중반 셀룰로이드 아세테이트 필름이 도입돼 보다 간편히 흑백으로 상영되다 1930년대 이후 총천연색 컬러화면의 구현이 가능한 필름이 나왔다. 특히 초기 자막을 삽입하는 무성영화가 1920년대 말 대사를 삽입하는 토키(Talky)영화로 바뀌면서 영화산업은 최고의 흥행과 수입을 내는 엔터테인먼트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기술분야에 있어서 영화는 70여년간 이렇다 할 발전이 없었다. 1930년대에 쓰던 네가필름보다 질은 좋아졌지만 근본원리는 거의 변한 게 없다. 이런 영화계에 산업혁명과 같은 변혁을 초래한 것이 바로 컴퓨터와 디지털 기술이다.

컴퓨터의 비약적 발달과 함께 1990년대 초부터 할리우드 영화에서 부분적으로 컴퓨터 그래픽(CG) 작업이 시작됐다. 대부분의 촬영은 기존 네가티브 필름으로 제작하되 우주전쟁, 공룡, 가상도시 같이 실제 촬영이 힘든 장면을 컴퓨터상에서 화면조작을 통해서 처리하는 기술이다.

'퍼펙트 스톰'의 해일, '타이타닉'의 침몰 장면, '스타워즈'의 전투 장면, 그리고 월트 디즈니사가 1990년대 중반까지 출시했던 만화 애니메이션이 대부분이 이런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그러다 2~3년전부터 소니, 파라소닉, JVC, 샤프, 캐논,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인 가전사들이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휴대가 간편한 디지털 카메라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세계 영화계는 뉴웨이브의 바람에 휩싸인다.

네가필름으로 제작되는 기존 영화는 그야말로 산업자본이 투여돼야 할 만큼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무나 영화제작에 뛰어들 수 없었다. 하지만 100만원 내외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와 컴퓨터 편집기가 잇달아 나오면서 영화는 이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작품'으로 바뀌게 된다.


50분 분량 퐐영에 1만원 소요

고가의 셀룰로이드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도 디지털 카메라로 간편히 찍어 컴퓨터 기억장치에 저장한 뒤 언제나 꺼내 편집하거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16mm 필름으로 영화를 찍으려면 10분에 약 1,000 피트 분량의 필름이 필요해 최소 500만원 이상이 소요됐다. 하지만 최근 유행하는 6mm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으로 하면 50분 분량을 1만원 남짓한 디지털 테이프 한개에 담을 수 있다.

필름 방식은 빛에 민감해 조명이나 무대 세팅 같은 작업에 신경을 써야 했지만 디지털 방식은 카메라 자체가 어느 정도 자동조절하기 때문에 제작비도 절감된다.

특히 디지털 영화는 제작의 큰 몫을 담당하는 편집기능이 아날로그에 비해 매우 간편하고 효율적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수준높은 SF영화나 블록버스터가 가능한 것도 바로 이런 컴퓨터 그래픽과 편집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제작의 대중화ㆍ보편화를 가져온 것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된 '405'(우리나라의 1번 국도와 같은 LA의 도로 번호)는 브루스 브래니트, 제레미 헌트라는 두 젊은이가 3개월만에 만들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던 디지털 영화다.

이들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PC 6대와 300달러라는 돈으로 LA 고속도로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비행기 착륙신이 들어간 블록버스터급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총감독, 제작, 스탭은 물론 스스로 주인공을 포함한 일인 다역까지 맡았다.

그들이 사용한 것은 윈도우 NT기반의 400MHz 펜티엄급 CPU를 탑재한 PC로 메모리 256~512MB, 10~25기가의 하드디스크에 불과했다. 거기에 캐논(모델 Optura)사의 디지털 카메라 한대가 고작이었다.


손 쉬운 제작, 저예산 영화 줄이어

국내에서도 디지털 영화의 열풍은 뜨겁다. 우선 디지털 카메라와 배우만 있으면 제작비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고교생, 대학 영화 동아리, 감독 지망생 같은 아마추어 감독의 영화제작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마치 일상 사진 촬영을 하듯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계에서는 흔히 아마추어들이 자본의 구속을 받지 않고 저예산으로 제작된 든 비상업성적인 단편을 '독립영화'라는 장르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필름 없는 영화'인 디지털 영화가 이런 독립영화의 6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 덩달아 국내에서도 독립영화축제, 창작영화제, 인디포럼 같은 아마추어 등용문이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온고을 영화터의 장영목 대표는 "디지털 영화 붐은 아마추어 영화 제작자에게 제작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한국 영화계의 기초를 견실하게 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거대자본의 개입으로 상업영화 일변도였던 국내 영화계에 다큐멘터리나 사회 고발성 짙은 작품이 독립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만들어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수천편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로 작품성과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일반 극장 개봉 영화를 제작했던 상업 극영화 감독까지도 디지털 영화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301ㆍ302'와 '산부인과'로 유명한 박철수 감독은 지난해 국내 디지털 영화 1호인 '봉자'(서갑숙 주연)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제작 형식 실험을 시도해왔던 박감독은 소니 DSR300 디지털 카메라 한대와 3억5,000만원의 제작비로 이 영화를 제작해 일반 개봉극장에 올렸다.

'처녀들의 저녁식사'로 잘 알려진 임상수 감독도 6mm 디지털 캠코더(소니 PD-100A)로 '눈물'이라는 디지털 영화를 선보였다.

'봉자'는 흥행에 참패한 반면 '눈물'은 서울 관객 6만~7만명을 동원해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시켰다.

디지털 영화 제작이 저예산과 제작 편리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을 완전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아직 필름에 비해 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화면의 색감이나 원근감, 그리고 영상 감도에서 아직 네가필름에는 못미친다.

게다가 국내에는 디지털 영화 전용관이 없어 디지털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려면 아날로그 필름 방식으로 바꾸는 키네스코핑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지털 영화의 경우 화면 감도를 좌우하는 화소수가 32만 화소로 필름에 비해 훨씬 떨어져 물체를 확대하거나 먼거리를 보여줄 때 입자가 튀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고가의 고화질(HDㆍHigh Definition) 카메라가 등장했다. HD 카메라는 화소수가 필름과 맞먹을 뿐아니라 편의성까지 갖춰 차세대 카메라로 불린다. 미국의 루카스 감독과 국내 강제규 필름의 김진성 감독이 이 HD기종(소니 W900)으로 영화 제작을 기획중이다. 이 카메라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장비다.


위성 통해 배급, 안방서 개봉작 관람

디지털 영화는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현재까지는 기획, 제작, 편집 분야까지는 디지털화가 이뤄졌지만 디지털 미디어 영화의 최종 완성단계는 바로 디지털 배급이다.

지금까지는 제작사가 만든 영화 필름을 극장에서 상영하려면 프린트 작업을 한 뒤 배급사를 통해 각 국가의 영화관으로 보냈다.

하지만 디지털 배급망이 이뤄진다면 이런 프린트 작업 없이 제작사나 판권을 가진 배급사가 위성을 통해 디지털 방식으로 각 나라의 극장이나 개인에게 직접 송출한다. 이것은 한장당 1,500달러에 달하는 프린트 비용을 없애는 것은 물론 전세계 영화팬이 극장과 집 안방에서 최신 개봉작을 동시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설을 갖춘 제작사라면 배급회사의 중개를 거치지 않고 일반 개인에까지 영화를 직배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기존의 제작사, 배급사, 영화관, 그리고 관객간의 구도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태풍의 눈이 될 것이다.

디지털 영화 전문사이트인 '미디어4M'의 이성원 마케팅 팀장은 "그간 기획 촬영 편집 음향효과에 머물던 디지털화가 영화배급에 이르는 전과정으로 확산되는 데는 다소의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겠지만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대세"라며 "아마도 디지털 영화 배급은 영화계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영상 혁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디지털 혁명이 영화계에 어떤 변혁을 가져올까'하는 상상은 이제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것 만큼이나 흥미진지한 일이 됐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2/13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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